시간 늘어도… ‘한국사’ 폭탄 맞아

2010-04-12     법률저널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10일 실시 

지난해보다 대폭 어려웠다는 평이 지배적

14일까지 문제 이의제기, 23일 최종정답
 
“한국사, 국어 등 난이도 높아 시간연장 효과 없어”
 시험시험 15분 연장으로 난이도 상승을 우려했던 수험생들이 결국 한숨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160여개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출원인원은 14만1,343명(남자 73,653명, 여자 67,690명)으로 평균 82.2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는 전년도 출원인원 14만879명에 비해 468명이 증가(0.3%)하고, 평균 경쟁률은 전년도 59.3대1보다 약 23% 상승한 수치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응시상한연령이 폐지됨에 따라 응시가 가능해진 33세 이상 수험생도 전체출원자의 10.4%인 14,681명이 출원하여 전년(12,607명)보다 16.5% 증가하였다.

 10일 오전 7시40분 서울 상문고등학교 앞. 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들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모여드는 수험생들은 모두 말이 없는 긴장된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학교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함께 온 부모들은 시험장 안팎에서 자식의 합격을 위해 소리없이 응원했다.

 이 날 시험장을 찾은 한 수험생의 학부모는 “공무원시험의 경쟁이 예전 같지 않아 항상 걱정이다”면서 “오랜 시간 힘들게 시험을 준비했으니 오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0시 적막을 깬 것은 시험 실시를 알리는 방송. 1년간의 기나긴 결과의 막이 오른 것이다.

 올해 시험에서도 수험생들의 계속되는 시험장 감독강화의 요청에 따라 시험관리위원회에서는 휴대폰, MP3 등 전자장비 탐지기를 동원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만반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시험관리 교육도 철저하게 진행되어 시험 관리를 위한 준비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애려는 듯 보였다.

 11시40분. 시험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울린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서는 수험생들. 올해부터 100분으로 시험시간이 15분 늘었지만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해 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후기를 보면 한국사, 국어, 영어 등 공통과목에서 고전했다는 수험생들의 반응이 대다수다. 직렬선택과목의 경우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난했다는 반응이다. 일부 수험생은 최근 시험보다 쉬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지금까지의 공부방법과는 달리 예상외의 지엽적인 문제가 일부 출제되어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시험연장의 기대효과가 한국사로 인해 감소했다는 반응이다. 서울 상문고에서 시험을 본 김모씨(29세)는 “시험시간 연장으로 올해 문제 난이도가 상승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면서 “시간이 연장되었어도 시간부족은 여전했고 한국사의 경우 교과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문제가 출제되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국어와 영어도 지문이 길고 문제의 함정이 많아 어려웠다고 평했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반응과 당일 오후 해설강의를 진행한 강사들이 분석한 시험평을 보면 출원자가 제일 많은 일반행정직의 경우 한국사와 국어, 영어는 대다수 수험생들이 어려웠다는 반응이며 강사들 또한 예년보다 어려웠다는 평을 내놨다. 한국사 모강사는 올해는 실력으로는 만점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까지 했다. 전반적으로 지문도 길어지고 전범위에 걸쳐 지엽적인 문제가 많이 출제되어 중요도 위주로 공부한 수험생들은 낭패를 본 시험으로 평가했으며, 차분하게 문제를 분석하며 시간안배에 힘쓴 수험생들이 의외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노량진 모학원관계자는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올해 시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며, 특히 한국사, 국어에서 과락을 걱정하는 수험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직렬과목의 경우 시간안배와 실력차에 따라 평이 나뉘지만 행정법의 경우도 교과서 전반에 걸쳐 무난하게 문제가 출제되었으며, 학원가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다. 행정학도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기타 직렬의 선택과목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지난해보다는 어려웠다는 평가 속에 벌써부터 이번 국가직 시험의 합격선이 어떻게 형성될 지 수험생들간 논란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일고 있다. 시험이 끝난 후 인터넷 등을 통해 합격선에 대한 의견을 교환중인 수험생들은 올 시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합격선 하락을 예상하고 있으나, 일부 수험생들은 응시연령연장에 따른 노장 수험생들의 선전으로 합격선의 대폭적인 하락은 이른 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는 5월 22일 있을 지방직시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합격선 논란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지방직시험을 위해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학원가도 가급적 합격선 논쟁보다는 지방직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날 시험장에 홍보를 위해 시험장을 찾은 모학원관계자는 “국가직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벗어 버리고 지방직시험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면서 “학원 최종정리 강의를 이용하든 혼자 공부하든 주위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공개로 인한 정답이의제기는 오는 14일 오후 6시까지 인터넷을 통해 실시되며, 최종정답은 과목별출제위원과 기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답확정회의를 통해 오는 23일 오후 6시에 확정, 발표된다. 합격자는 6월 24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