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함정(2)- 이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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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함정(2)- 이진우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7.10.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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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변호사/한빛지적소유센터


입학 총원의 확정


오늘(10월 17일)자 신문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로 속칭) 입학 정원을 첫 해 1,500명으로 하되 점차적으로 2,000명으로 늘리기로 결정되었다. 일각에서 주장한 3,000명 선에서 크게 모자라는 인원이어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하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2,000명도 너무 많다. 인원을 늘리자는 측에서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입학 인원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하여는, 로스쿨과 비교적 유사한 기능의 대학원 수준의 전문 직업 교육기관과의 비교는 필수적이다. 이에는 세가지가 있다. 로스쿨, 경영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이 그것이다.

 

이중 경영대학원(이하 “MBA”로 속칭)과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은 그 성격에 있어 크게 다른 점이 있으므로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자는 졸업증 자체가 자격증 비슷하게 통용되는 것에 비해 후 2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바로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로스쿨을 나왔다고 해서 바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변호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의 경우


의과대학을 하나의 길에 비유하자면 “좁은 입구 넓은 출구”를 가진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의과대학은 요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의 걱정을 자아낼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과학이나 공학의 길을 마다하고 의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의과대학은 경향(京鄕)을 막론하고 가장 높은 입시점수를 요구한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른바 명문대학교의 이공대는 지방의 의대보다 높은 커트라인을 자랑했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요컨대 좁은 입구인 것이다.

 

그러나 일단 들어오면 그 출구는 넓다. 의사 국가고시의 경우 합격률은 9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김춘진 의원실에 제출한 '1997~2006년 보건의료인 자격시혐 연도별 합격률 현황자료'에 따르면 1997~2006년 의사국시 평균 합격률은 91.4%). 요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의사가 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전체 합격률 자체가 매우 높으므로 학생들의 의과대학 선택에 있어 국시 합격률은 거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예컨대 가장 높은 입학 점수를 요구하는 -다른 말로 바꾸자면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경우 국시 합격률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신 다른 조건, 요컨대 우수한 강사진이나 교육여건들이 의대 진학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높은 국시 합격률(덧붙여 높은 유급률)로 인해 의과대학생들은 재학기간동안에는 국시라는 1회성 고시의 대비에 몰두하기보다는 학교수업에 충실히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의과대학에서는 매 학기마다 내실있는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로서, 한국의 우수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들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의 경우


그러나 로스쿨은 의과대학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으려 하고 있어 심히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컨대 넓은 입구와 좁은 출구라는 것이다.

 

로스쿨 정원 2,000명이 넓은 입구라는 필자의 생각에 대하여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구의 넓고 좁음은 그 자체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출구의 크기와의 비교에 의하여 판단되는 것이다. 출구 즉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의 비교라는 점에서 총 정원 2,000명은 너무 넓은 입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 것이다.

 

일단 변호사 숫자를 고정된 상수로 놓으면(이 부분에 대하여는 당연히 반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변호사시험은 로스쿨과는 독립된 별개의 법에서 논의된다는 점에서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일단 상수로 놓기로 한다. 필자는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법률문화와 사회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간 변호사 배출 1,000명도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시험의 경쟁률은 2:1이 된다. 따라서 정확하게 50%의 졸업생이 그 해의 시험에서 탈락하고 다음해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해의 경쟁률은 어떻게 되는가? 이제는 2:1이 아니라 3:1이 된다. 당 년도 졸업생 2에 전 년도 졸업생중 불합격자 1을 더한 숫자가 총 응시인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해에는 경쟁률이 4:1이 되고, 그 다음해에는 5:1이 된다. 결국 경쟁률은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예상되는 것이 응시횟수 제한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졸업한 해로부터 5년 이내에 3회로 응시 횟수 제한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다지 좋은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응시 횟수 제한으로 인해 로스쿨 재학생이 수료를 늦추려는 경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본 의과대학과는 달리 로스쿨들은 합격률에 학교운영의 사활을 걸 수 밖에 없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벌써 그 부작용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립의 최고 명문인 케이오(慶應) 대학 로스쿨의 모 교수가 사전에 문제를 유출하였음이 드러나 교수와 학교가 모두 징계를 받은 일대 스캔들이 바로 그것이다. 눈에 드러난 것이 그 정도이니, 눈에 드러나지 않는 부작용은 오죽할까.

 

로스쿨들이 합격률에 사활을 거는 사태는 필연적으로 로스쿨 강의의 질적 저하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각 로스쿨은 시험과 무관한 강의를 기피하고 또 하나의 고시학원처럼 운영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이 고시학원 내지는 독서실화되고 있다는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다양한 전문분야를 가진 법조실무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 본래의 취지에서도 끝없이 멀어지는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근자 지방의 로스쿨 지망학교가 나름대로 전문분야를 특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시험과는 무관한 언필칭 “전문분야”에 수강생이 몰릴지도 의문이며, 그러한 분야에 로스쿨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이게 될지도 극히 의문이다. 또 하나의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양산되는 불합격자의 처리 문제이다. 이 역시 골치 아픈 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종래의 법과대학과 장차의 로스쿨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법과대학을 나온 사람이 모두 사법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과대학을 나와서 일반 회사에 취직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으며 조금도 꿀릴 것도 없다. 그러나 로스쿨은 다르다. 일단 로스쿨은 “법조실무가 양성”을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극히 특수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스쿨을 수료하고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은 3년(혹은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세월과 엄청난 경비를 낭비한 것도 모자라서 사회적으로 그야말로 바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로스쿨 수료 후의 변호사시험에 응시횟수 제한이 없게 된다면 어떨까? 수료생으로서는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끝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 경우 경쟁률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므로 해가 갈수록 합격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처럼 횟수제한을 두면 사정은 조금 나아지겠으나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 대학 4년, 로스쿨 3년, 군대 2년을 다녀 온 사람이 5년 동안 시험에 전념하였으나 끝내 합격하지 못한 경우 그 사람의 나이는 35살 정도일 것이다. 이제 어디에도 취직하기도 힘든 나이인 것은 차치하고 로스쿨 수료증은 -오히려 무능의 상징처럼 되어버릴 것이므로- 취업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아마도 로스쿨 수료의 학력을 숨기려 하지 않을까?

 

따라서 로스쿨 자체의 인기가 급격히 저하되어 우수한 인력의 유입을 막게 될 것이며, 나아가 모험을 꺼리는 신중한 타입의 수험생보다는 모험심(?) 강한 인력의 유입을 불러 오게 될 것이다. 물론 모험심 강한 법조인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험심 강한 사람이 법조인의 대세가 된다면 그것도 꽤 곤란할 것이다.

 

기타 변수


이상으로, 이번에 확정된 로스쿨 총 정원의 잠재적 의미를 검토해 보았다. 여기서는 많은 변수들을 무시했는바, 그 변수들의 변동에 따라서는 위에서 보인 문제점은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

 

먼저 변호사의 수이다. 1,000명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적어도 현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감각으로는- 많은 숫자라고 느끼고 있다. 앞으로 FTA로 인하여 타국 변호사가 한국의 법률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다면 저 변호사의 숫자가 많다는 주장에도 점차 무게가 실릴 것으로 생각한다. 참고로 공인회계사의 경우 점차 숫자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예비시험의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신사법시험(우리나라의 “변호사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재 도입여부가 신중히 검토되고 있으며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입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앞서 필자가 계산한 경쟁률은 예비시험제도의 부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바,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은 실제 경쟁률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 것이다. 결국 로스쿨은 그 존재의 필연성을 상실하게 되어 그야말로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로스쿨은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3년간의 기회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되는 부유층을 위한 고시학원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결론


필자는 전회의 글에서 밝혔듯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극력 찬성한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을 걱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실 있는 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연적 전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결정된 총 정원은 너무 많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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