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함정(1)- 이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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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함정(1)- 이진우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7.10.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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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변호사
서울대 졸,
前)이진우 법률사무소
前)참 합동법률사무소
現)월간,시사법률 자문위원
現)Lawn6.com 자문위원
現)이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現)한빛지적소유권센터 민사소송법 전임

 

시작하는 글


2007년 7월 3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법률 제8544호로 공포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에도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law school)”이 도입된 것이다(이하, “로스쿨”로 통칭한다).

 

이 제도의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법학계와 법조계, 여와 야의 의견대립이 격심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제도의 내용과 운용에 관하여 세밀한 검토를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여·야의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어 그야말로 순식간에 국회를 통과해 버렸고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로 허점이 많은 법률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제도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산적해 있고, 어떤 식으로 미진한 부분을 메워 나갈지에 대해서도 거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필자는 마침 우리나라에 앞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이 제도와 관련한 산업의 최일선에 종사하는 일본의 관련기관들을 현지 방문하여 우리나라의 제도를 소개하고 일본의 제도의 운용과 관련된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일본의 제도 운용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내에서조차 쉬쉬하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을 소개함으로써 정책에 관여하는 분들 및 수험준비를 하시는 분 내지는 수험준비를 할까 하고 마음먹는 분께 작은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다양한 전공이라는 환상에 관하여


이 제도의 도입 취지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다(2005. 10. 27. 정부가 제출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1면 참조). 이를 위하여 동법 제26조 제2항은 “법학전문대학원은 입학자 중 법학 외의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단은 이러한 취지를 살리는 듯하다.

 

그러나 위 규정을 유심히 보면 이러한 취지가 무색해진다. 위 규정은 이를 강제할 아무런 방법이 없는 규정, 요컨대 지켜도 그만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이른바 “훈시규정”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신설될 로스쿨이 이를 무시하고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자 위주로 선발을 강행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제지할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제도의 이념적 핵심이라고 할 부분에서 중대한 허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3분의 1 이상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자(이하 “비전공자”로 약칭한다)로 선발하도록 하는 훈시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많은 로스쿨이 이를 무시하고 80% 가까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자를 선발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후술하는 “신사법시험(우리의 “변호사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의 결과와 맞물려 그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전공”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에 치러진 제48회 사법시험의 경우, 합격자 중 비전공자의 비율은 23.54%였다. 2005년에 있은 제47회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아서 27.73%였다. 요컨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어도 이미 4분의 1 정도는 비전공자로서 의외로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자들이 사법시험의 관문을 통과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법조인의 학부 전공의 폭이 법학 전공자로 좁혀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예견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조인의 법학 전공자 편향성은 비단 로스쿨의 입학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비전공자들이 로스쿨 과정에서 제대로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었다. 당연한 결과로, 로스쿨 수료자를 대상으로 2006년에 치러진 이른바 “신사법시험”의 결과를 보면 법학 전공자와 비교했을 때 비전공자의 합격률은 확연하게 낮았다고 한다.

 

이유는 그야말로 분명하다. 학부에서 4년간 법학의 이론을 탄탄하게 닦아 온 사람과, 로스쿨에 와서 갑자기 법학-그것도 극히 실무적인-에 접한 사람이 도저히 대등한 처지에서 경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극히 당연한 문제점을 예견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학부에서 법학을 이수한 자는 2년제로, 법학을 이수하지 않은 자는 3년제로 로스쿨을 운용하여 비전공자로 하여금 1년간 더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제도를 보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구분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입학과 교육에서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졸업 후의 변호사시험에서도 현재까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앞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로스쿨의 입장에서는 제도의 취지를 무시해 가면서까지 법학전공자 위주로 선발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제도의 본래적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는 관련 규정을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닌 강행규정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변호사시험에 있어서도 비전공자를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아무리 로스쿨 입학단계에서 비법학전공자를 뽑아도 법조의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문 분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로스쿨을 수료한 뒤 막상 변호사시험은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비참한 고학력 백수가 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대책


이상으로, 로스쿨 도입에 따른 법학비전공자의 불이익에 대하여 간단히 검토해 보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최근 들어 로스쿨 수험생들은 많은 경우 고시학원에서 법학 기초소양강좌를 수강하여 단기간에 법대 졸업생 수준의 리걸 마인드를 형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강좌의 성격이 개별적 법률과목에 대한 시험대비가 아니라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실무적 강의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하는 것이다보니 강사들이 대부분 현직 변호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로스쿨 제도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변호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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