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2차 '국제정치학' 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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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2차 '국제정치학' 강평
  • 법률저널
  • 승인 2007.05.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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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베리타스

 

2007년 5월 3일 오늘로 외무고시가 끝났다. 한해를 본인들의 의지를 시험하면서 험난한 항해를 해온 수험생들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뜻에서 박수를 보낸다. 아무런 구속이나 제약 없이 수험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가장 좋은 인생의 1년이란 시간을 과감하게 계획하고 절제하면서 보내는 것이 정말이지 어렵고도 대단한 일이다.

 

이제 시험은 끝이 낫고 새로 시험에 도전하고 각오를 다지는 분들을 위해서 올해 문제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좀 할까한다. 시험은 항상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기 때문에 내년 시험을 대비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올해 시험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가 가지는 경향성이 될 것이다. 출제는 선생님들의 최근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문제 이면에 담긴 경향성을 읽고 그 부분에 대비한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다음 시험에도 안정되게 공부 할 수 있다.

 

먼저 올 해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제 1 문.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지역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ASEAN plus Three(APT)를 통하여 동아시아 차원의 경제 협력체 설립이 논의 되는가 하면, 개별 국가들 사이에서도 자유무역 협정(FTA) 등이 활발하게 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질서 뿐만 아니라 안보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40점)
1) 무역과 안보의 관계에 대한 자유주의 시각과 현실주의 시각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10점)   
2) FTA의 본질적 특성과 이에 따른 안보적 외부효과(security externalities)를 설명하시오. (10점)
3) 개별국가들 차원에서의 경쟁적 FTA 체결이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의 협력체 건설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10점)
4)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미래와 관련하여, 자유주의 시각 또는 현실주의 시각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전망을 제시하고 설명하시오. (10점) 


제 2 문. 19세기 말 한반도의 정세는 한편으로는 주변 강대국들의 목표와 행동양식이 반영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약소국의 외교정책에서 지정학적 요인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조선이 가졌던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하여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 두 개를 예로 사용하여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30점)
1) 체제 이론, 세력 균형이론, 혹은 세력 전이 이론의 관점에서 주변 강대국들의 목표와 행동양식을 논하시오. (10점)
2) 조선의 지정학적 위치와 환경변수가 조선의 외교정책에 미친 영향을 논하시오.(10점)
3) 위의 논의 과정에서 도출된 외교사적 교훈에 대하여 논하시오. (10점)


제 3 문. 오늘날 전통적 안보 개념 대신 포괄적 안보 개념이 논의 되고, 그중에서도 ‘인간 안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30점)
1) 전통적 안보 개념과 포괄적 안보 개념의 차이를 설명하시오.(8점)
2) ‘인간 안보’ 개념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8점)
3) 이러한 안보개념의 변화가 국제정치 이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하시오. (14점)

 
1. 전반적인 문제 평

올해 문제는 작년(2006년) 문제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좀 더 공들여진 문제이다. 한미 FTA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적 변화가 가져올 다양한 견해간의 충돌을 물었던 작년문제에 비해서 무역과 안보라는 최근 부각된 국제 정치경제와 안보라는 전통주제와의 관계를 묻고 그 속에서 이론을 통해서 전반적인 동아시아의 미래를 예측해보라는 문제는 상당히 공들여서 수험생들의 국제정치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과 현상에 대한 시각을 묻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협력체’라는 동아시아에 대한 경제적, 안보적 협력체로까지의 모색을 묻는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국제정치학계에서의 동아시아 안보 협력체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까지를 묻고 있다. 다소 생경할 수도 있는 ‘안보적 외부효과’ 라는 Joanne Gowa의 개념에 너무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전반적으로 1-(1)부터 1-(4) 까지 개별 문제도 유기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문제 역시 상당히 신경을 쓴 좋은 문제이다. 동양 외교사에 대한 최근 우리 국제정치학자들과 외교사가들 혹은 역사가들의 견해가 잘 반영된 문제이다. 또한 제 3의 개항이니 하는 한미 FTA에 대한 언론의 조금은 과장된 견해를 곁들여 보면 현재적 함의 역시 강한 주제이다. 이 문제 역시 이론을 통한 현상해석과 역사에 대한 수험생의 선별력(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골라내는 능력)을 묻는다는 점에서 역시 좋은 문제이다. 외교사에서 이론과 역사적 현상과 그에 따른 교훈과 함의라는 3개의 요소가 개별 문제 2-(1)에서 2-(3) 까지 잘 녹여져 있다는 점 역시 균형감 있는 문제로 보인다.

 

세 번째 문제는 2000년에서 2003-4년까지의 우리나라에서 한참 논의가 되었던 포괄안보와  그 속에서의 인간안보에 대한 질문이었다. 최근엔 환경안보나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한 영역으로 한국의 안보 연구가 늘어나 있지만 새로운 안보 중 가장 현실적이며 논쟁이 많은 주제가 바로 인간안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통안보와 포괄안보라는 새로운 안보간의 차이와 구체화된 인간 안보에 대한 개념정도를 묻고 있고 이런 안보 개념의 확장에 대한 국제정치이론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보는 것으로 문제를 만들어서 전반적인 국제정치에 대한 사고와 의미 지평의 해석을 평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좋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위의 문제들에서 나타나는 특성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무엇보다 이론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의 기출문제(동북아에 대한 하나의 이론을 통한 다양한 현상의 해석)이래로 이론적 평가를 요구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국제정치를 통한 사고력을 묻는데 있어서 이론이 가지는 중요성 그리고 이론을 매개로 해서 숨겨진 국제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perspective) 혹은 패러다임이라는 사고의 틀이 얼마나 정교하고 논리정연한가를 보고자 하는 출제의 경향성으로 보인다. 이론에 대한 문제의식은 만약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면 무엇으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에 대한 중요한 답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은 현안에 대한 고민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주제인 한미 FTA를 넘어서 동아시아 협력체와 공동체까지로의 고민과 둘째 주제인 한국의 개항기 역사와 지정학이 현재 우리의 경제적 환경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현실적 고민은 이러한 현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반영한다. 세 번째인 안보 주제 역시 한국의 경우도 보고 있는 탈냉전의 효과와 탈북자와 에너지 등의 새로운 위협에의 노출을 어떻게 보고 어떤 방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각각의 문제들이 현실로부터 유리되지 않았다는 점 뿐 아니라 현실 사안을 일정하게 뛰어넘어 미래의 경향성을 살필 수 있는 조금 더 큰 주제까지 달려가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은 최근 학계의 고민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매해 시험 문제를 내는 선생님들은 학자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많이 반영한다. 하지만 올해의 주제는 특정 개인만의 견해와 그 산물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젊은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경향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동양외교사와 한국적인 해석부분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보면 더욱 그렇다. 즉 동아시아와 한국적 환경에서의 국제정치의 모색이라는 한국 국제정치학자들의 내적 성찰로의 회귀라는 경향을 잘 반영한다고 보인다. 그런 견지에서 1번의 동아시아의 무역 증대와 안보 불안 증대라는 수수께기 역시 이런 문제의식의 틀에서 크게 벋어나지 않고 있다.
 
2. 개별적인 문제 평

1번 문제는 한미 FTA라는 현안을 떠올리면서만 풀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문제이다. 오히려 이보다는 좀 더 일반적으로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다루었던 무역의 경제적 협력과 안보상의 갈등이라는 부분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시아 국가들간 경제적 협력의 대표격인 무역의 증대와 자유무역 협정의 증대와 최근 일본과 중국의 국력 증진에서 보이는 불안정한 안보상의 문제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더 두고 둘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보여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역과 안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풀어가는 핵심 열쇠로서 안보의 외부효과와 그에 대한 국가들의 민감도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볼 경우 무역의 증대와 FTA의 증대는 반드시 자유주의적인 경향으로 낙관적으로 동북아를 데려 가지 못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1-(1)에서 무역과 안보를 다루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근본적 가정과 견해가 정해져야 자신의 견해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에야 ‘동북아 협력체’ 건설과 좀 더 장기적인 견해에서의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그림이 나올 것이다.

 

또한 주의할 부분은 ‘협력체’라는 1-(3)의 용어의 뉘앙스이다. 경제 공동체나 지역주의가 아닌 협력체라는 포괄적인 용어는 논의를 좀 더 깊게 끌고 갈 수 있다. 이 주제는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에 대한 1990년대 중후반에 증대한 고민의 지속적인 연장을 보이면서 그간 10여년에 걸친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해법을 한번 정도 고민할 수 있는 ‘협력체’ 논쟁으로 끌고 같다. 이런 주제의 확장은 결국 ‘무역과 안보’ 관계, ‘안보의 외부효과’에 대한 국가들의 입장, ‘경제협력을 넘어서 안보 협력체’까지 확대 가능성과 이들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미래 동북아 상’이라는 하나의 논리적 줄기와 이 줄기를 이을 수 있는 중심추로서 이론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너무 한미 FTA라는 단편적인 현상이나 안보 외부 효과라는 개념에 묶이게 되면 조금은 답안의 유기적 구성이 떨어질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이번 FC 수업에서 강조했던 우리 외교사학계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 문제이다. 강대국의 목표와 행동방식이라는 한축과 약소국의 지정학 조건이 19세기말에 나타난 방식이 과연 현재에도 유사하게 반복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확실히 19세기의 개항기의 사건들은 주변 강대국간의 세력 쟁탈전에서 기인한다. 특히 청일과 러일 전쟁으로 인해 실제 주권을 빼앗긴 과정은 지역 강대국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일본과 전통 지역강국간의 대립의 산물로서 세력 전이적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지정학과 경제 상황과 내부 정치 구조는 팽창적인 속성을 가져 오게 하였고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러시아마저도 물리치게 하였다. 

 

이 문제에는 또 다른 난제가 있다. 이론과 역사사이의 긴장이 그 것이다. 과거 모습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통한 일반화라는 국제정치학적 요구와 역사적 현실 이라는 특수성 사이의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다소 일반화의 오류를 겪더라도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이론적 해석도 현실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지정학과 환경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우리는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우리에게 생존이라는 과제와 번영이라는 과제는 어떤 자세를 요구하는가? 이와 더불어 이 문제는 현재동북아가 다시 세력전이로 간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는가와 미국은 왜 중요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 등을 끌어내길 요구한다.

세 번째 문제 역시 자주 다루던 주제라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은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통안보가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 중심적 사고였던데 비해서 포괄적 안보는 자유주의적 정향을 지닌 탈냉전기의 변화를 담아내는 안보적 사고이다. 따라서 안보의 대상과 안보 위협이나 안보 수단에 있어서 차이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그 중 세부 주제로서 인간안보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즉 포괄안보라는 안보 이슈의 경제적 사회적 영역 확장 뿐 아니라 국가를 주체로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주체로 하는 분석영역 즉 안보론의 존재론 상에서의 발상의 전환과 그 의미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을 보호하는 국가가 아닌 실패 국가(failed state)나 폭압적 깡패 국가(rogue state)로부터 전세계 인민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고민도 담아내면 좋을 듯하다.

 

이러한 설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배점(두 문제 합쳐서 16점)을 차지함으로 실제 간략한 설명정도에 만족하고 이 안보 개념의 확대가 가져온 이론상의 의미를 보이는 것이 이 문제에서는 더 중요하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안보에서의 접목이라는 큰 틀과 안보 이슈의 영역의 확대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 그리고 분석수준의 확대가 가져오는 장점과 급진성이라는 단점 등을 중립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이런 논의가 탈냉전의 서유럽이나 북미에서 가지는 함의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 북한과의 대치라는 냉전적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현실적 제약-에 주는 함의 정도로 결론을 내면 될 듯하다.   


3.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올해 문제를 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준비한 주제들을 다루어서 무난하게 시험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주제 자체도 그렇고 주제를 푸는 방식도 어느 정도는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느끼는 생경함이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과 달리 다음 시험을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먼저 위에서 본 것 처럼 이론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훈련과 응용 연습과 함께 현안들을 늘 업데이트하는 준비가 시험에서 안정적인 점수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외부로 향한 칼날이 될 것이다. 경향성을 읽고 그에 맞추는 끊임없는 대비와 체계적인 훈련이 국제정치를 시험에서 좀 더 수월한 과목으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번 시험이  준비한 시험 경향에 부합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공부 기간의 짧음과 시간 부족이라는 여건으로 인해 공부가 너무 문제 위주로 간다거나 실제 시험 문제 패턴으로만 가는 방식으로 간다면 이것은 자신에게 들이대고 있는 칼의 나머지 면이 될 것이다. 훈련없이 좋은 결과를 찾는 왕도는 자칫 거리를 짧게 하는 것이 나니라 너무 먼 길을 다시 돌아가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칼은 수험생 여러분에 손에 쥐어져 있고 그 칼의 방향과 용도 역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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