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의 '이유있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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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이유있는 주장'
  • 법률저널
  • 승인 2001.10.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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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법원의 중진 및 소장판사 33명이 '사법부 독립과 법원 민주화를 생각하는 법관 공동회의'를 발족하면서 사법부 개혁을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법조계 내부에는 이를 '튀는 행동'으로 마땅찮게 여기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문제제기 기본방향이 옳다고 보고 대법원의 대응을 주시하고자 한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한 사법개혁이 번번이 구호에 그치고, 그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만 증폭시켜왔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법관들의 사이버 공동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본지에 사법개혁에 대한 소신 있는 글을 기고하고, 한편 99년 변호사와 연루된 일부 법관들의 독직 사건 때 과감한 자정 의견을 개진하는 등 사법권 독립에 관한 소신을 일관되게 판결과 글, 때로는 행동으로 표시해 왔다. 그가 제의한 인터넷상 '법관 공동회의'에 법관들이 동의를 하고 나섰다. 전국 법관 1700여명 중 일부만이 참여한 작은 모임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숫자를 뛰어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이들 법관들은 그 취지문에서 "정부 수립 후 50여년이 지나도록 일제 식민사법과 독재사법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법부의 근본적인 틀이 변한 것이 없다"며 현재의 사법시스템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형적인 사법부의 인사관행의 타파, 법관의 신분보장읕 통한 공정한 재판 보장, 토론을 통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를 주장했다. 또 "공식적인 판사회의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의하달의 일방통로가 돼 버렸다"고 발족 동기를 밝혔다.

  공동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법관들은 먼저 법관의 인사제도, 성적에 따른 서열화 관행을 꼽은 것은 일단 문제의 핵심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인사제도에서는 판사들이 승진과 전보와 관련, 법원행정당국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알게 모르게 법관의 소신있는 재판에 영향을 끼쳤고 법원조직을 관료화하는 요인이 돼 왔다.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2년 성적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보직과 근무지역을 좌우하는 관행, 동기생이 고법부장으로 승진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용퇴'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법복을 벗는 관례 또한 우리 사법부 특유의 비합리적·낭비적 요소였다.

  그러나 사법개혁이 단지 이같은 '사법시스템'을 개혁하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법관 개개인의 의지와 소명의식 개혁도 더욱 절실하다. 사법부 개혁은 법관 의식개혁이 선행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법관들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사법부 개혁에 대한 법원 내부의 경종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사법제도 전반을 포함한 법원 개혁이 논의됐지만 갖가지 암초에 걸려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일본은 최근 메이지(明治)시대 이후 100년 만이라는 사법제도 개혁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개혁안에는 법조인구의 파격적 확대, 일반인의 형사재판 참여, 민사재판 심리기간 절반 단축 등 우리에게도 필요한 많은 개선안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이번 법관들의 '사이버 공동회의'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우리 사법개혁에 다시 추진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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