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변리사 수석 합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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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변리사 수석 합격기
  • 법률저널
  • 승인 2007.01.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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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호 제43회 변리사 수석 


“당락을 가르는 건 집중력”

 

들어가며
2006년 12월 7일, 오늘 저녁에 발표가 날 것이라는 소문에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6시에 쫓기듯이 사무실에서 나와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이었는데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학교 후배였다. “형 수험번호가 11673번 맞죠?” “응, 그래” “형 축하해요 합격이에요!” 그랬다. 후배 녀석이 합격자 명단을 보고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불과 몇 분 사이에 나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변리사 시험팀이란 데서 전화가 왔다. 수석합격이란다. 믿기지가 않았다. 옆에는 올해 같이 2차 시험을 치르고 9월에 특허사무소에 입사한 입사 동기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마치 자기 일인 양 무척 기뻐해 주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걱정이었다. 그 친구의 전화기는 잠잠했기 때문이다. 미안했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해 줘야할 지 막막했다.


주변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공부를 하였으나 운이 따르지 않아 떨어진 친구들을 많이 보아왔다. 무엇보다도 나보다 더 오랜 시간 공부한 사무소 입사 동기들 여섯 명이 모두 쓴 고배를 마셨기에, 더욱 이런 글을 쓴다는 게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것임을 먼저 밝히고 싶다.   
 
공부 시작 동기
IMF사태가 한반도를 강타한 1997년 말을 지나 1998년 초 국내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에 입사하면서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하여 변리사라는 전문 직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업에 매진하다 보니 그저 스쳐지나간 관심정도로밖에 지나지 않았다. 엔지니어로서 7여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타개하고 바람직한 인생 설계를 위하여 다시 한 번 변리사로서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일반 기업체에 비해 비교적 자유스러운 업무 분위기와 또한 새로운 기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할 수 있다는 매력에 힘을 얻어 2004년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수험 생활

 

1. 직장 생활을 하면서 1차 시험 준비
먼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바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2003년 가을 경에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생각을 좀더 깊게 하기 위해 업무 강도가 보다 유연한 다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는 외국계 회사이었기 때문에 퇴근시간이 비교적 빨랐다. 새로 옮기게 되었기에 그 직장에서의 적응을 위해 몇 개월은 그저 그렇게 보내야만 했다. 드디어 2004년도 초에 세 살 난 아들과 아내를 처갓집에 보내면서 변리사 공부에 임하게 되었다. 저녁은 퇴근하면서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였으며 집에 도착해서는 쓸쓸히 민법 책을 펴들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을 3개월 정도 하였으며, 아무리 퇴근 시간이 빨랐다 하더라도 회사에서의 업무와 가끔 있는 회식 자리, 그리고 잦은 출장 때문에 회사와 수험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2. 퇴직을 결심하며
어차피 변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바에야 공부에만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중적인 생활로서는 공부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고 또한 직장에서의 눈치도 많이 보였다. 고민 끝에 처갓집에 지내던 아내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퇴사를 하겠노라고 알렸다. 아내와 장인 장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04년 5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뵈었다. 아버지께 소주 한잔 따라드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아들이 새로운 인생을 위해 굳은 결심을 했으며 1년만 지켜봐 주신다면 꼭 합격하여 보답하겠노라고 간절히 말씀드렸다. 아버진 쓴 소주잔을 비우시면서 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경제적으로 뒷바라지는 해 주진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라면 열심히 하라는 말씀만 하셨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정말로 1년 안에 합격하리가 굳은 결심을 했다.

   
3. 본격적인 1차 시험 준비
아내와 아이가 처갓집에서 올라 왔다. 생활비 때문에 그동안 꾸준히 부었던 적금을 해지했다.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내는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빠듯한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공부 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공공 도서관으로 정했다. 집이 서울이 아니었기에 학원에 다니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아침 먹고 9시 경에 도서관에 도착하여 3시간 정도 공부를 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집에 갔다. 점심 식사 후에는 아들 녀석의 재롱을 뒤로 한 채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이를 키워 보신 분들이거나 조카가 있는 분들은 세 살짜리가 얼마나 귀여운지를 아실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접하신 분들은 대부분 미혼일 것이기에 아이를 떼놓고 집을 나선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점심 후에 도서관에서 3시간 정도 책을 본 후 다시 저녁을 위해 집으로 향했다. 8시 정도에 다시 도서관에 도착하여 폐관 시간인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민법은 김준호 교수의 교재를 기본서로 하여 독해수를 늘려가며 혼자 했다. 처음 접하는 법률서라 생소한 용어가 너무 낯설었다. 어찌어찌해서 1회독을 마쳤다.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 그러나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시 1달여 정도를 투자해서 2회독을 했다. 뭔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해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어차피 1차는 객관식 시험이니까 문제집을 풀면서 3회독을 하자고 결심했다. 다행히 도서관에 객관식 민법 문제집이 꽤 있었다.

 

그 중에서 김형배 교수의 객관식 문제집을 골랐다. 각 chapter별로 기본서를 회독한 후 문제집를 풀었다. 기본서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다보니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그렇게 해서 3회독을 하는 데 또 한달 반 정도가 걸렸다. 집이 경기도 오산이었기에 학원에 가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너무 부담이 컸다. 학원 측에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음성적인 방법에 의해 1차 동영상 강의를 CD로 입수하게 되었다. 미리 언급하지만 2차 강의 역시 이러한 방법에 의해 강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학원 실강을 듣지 못한 궁핍한 수험생의 입장을 학원 측에서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4회독을 하였다. 역시 혼자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강사들의 명쾌한 강의 진행에 의해 그제서야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어찌어찌해서 김종원 판사의 민법 강의를 mp3파일로 구할 수 있었다. 동생이 가지고 있던 mp3 플레이어를 빌려서 짬짬이 그 방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종원 판사의 내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기본서의 회독수가 점점 빨라졌다. 그리하여 시험 보기 전까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7 또는 8회독은 한 것 같다.
고시계에서 나온 기출문제집과 출제위원급 모의고사 그리고 고시계 잡지에 실리는 문제들을 반복해서 풀었으며 시험을 두 달 여 앞두고서는 권순한 진도별 모의고사 문제집으로 정리했다. 1차 시험에 임박해서는 각 학원별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서 실력을 점검했다. 평균적으로 85점대 이상의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으므로 자신감을 가졌다. 실제로 1차 시험에서 90점의 고득점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산업재산권법 중 특허법은 천효남 변리사의 책을 기본 교재로 하였다. 그 교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특별히 없었으나, 인터넷상으로 많이들 본다기에 선정했다. 민법 교재에 비해 오타도 상당히 많았음에 실망감을 가졌으나 그럭저럭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학원 강의를 입수하여 반복적으로 회독수를 늘렸으며 H학원의 객관식 문제집을 반복하면서 풀었다. 틀린 문제거나 요행히 답을 맞춘 문제는 별도로 표시를 하여 기본서와 병행하면서 반복하면서 보았다.
상표법은 최성우 변리사의 OVA상표법으로 정했다. 수험가에서 압도적인 교재로 인정받았기에 선뜻 선정했으나, 특허법과는 다른 편재로 인하여 상표법을 처음 접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꽤 많았다. 마찬가지로 입수한 강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해도를 넓혀 갔다. 최성우 변리사의 객관식 문제집을 구입하여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수회 풀었다.


의장법(현 디자인보호법)은 다들 부담 없이 문제집 한권으로 해결하는 듯해서  H학원의 문제집을 입수하여 강의와 함께 풀었다. 출제되는 문항수도 적었고 문제집의 두께도 얇아서 그다지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것 역시 처음 접하는 법과목이라 학원 강사의 강의와 병행하며 공부했다.


산업재산권법은 최종적으로 각 학원에서 본 실전모의고사 문제를 입수하여 실력을 점검했으며, 실전에서는 80점의 점수를 얻게 되었다.


자연과학은 H학원의 새로운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여 보면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도서관에 구비된 대학교재들을 참고로 하면서 보았다. 지금은 수능 시대라 그러지 않지만 예전에는 자연과목 두 과목을 선택해서 입학 시험을 치렀다. 선택과목이 물리와 화학이었으며, 대학 1학년 때 일반 물리와 화학을 수강하였기에 이해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생물과 지구과학이 문제였다. 생물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전부였으며 그동안 교육과정이 수차례 바뀌게 됨으로써 내용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것이 많았다. 그래서 EBS 강의를 인터넷으로 수강하면서 필요한 것들은 대학교재를 참고했다. 특히 생물과 지구과학은 단순 암기하여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실전에서는 물리가 가장 어려웠으나 80점의 고득점을 얻기에 이르렀다.
 
4. 생동차로서의 2차 시험 준비
3월에 1차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2차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이시윤 교수님의 민사소송법을 접했을 땐 정말이지 민법 책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 더 크게 밀려오는 막막함을 금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동영상 강의를 입수하여 회독수를 늘려봤지만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왔다.


그러던 중 5월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으며 그로부터 한 달 가량은 거의 공부에 손을 놓다시피 했다. 불안했다. 현 상태라면 도저히 2차 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기에 다시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갈까하는 고민에 빠졌으며, 실제로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재입사 의사를 타진해 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2차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였다.
 
5. 고시반에 입반
2005년 9월 추석이 끝나고 모교에서 지원하는 변리사반에 입반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기숙사와 식사 및 학습실을 제공해 주었다. 조식 시간이 8시이기에 7시 20분 정도에 기상하였으며, 8시 30분경에 학습실에 도착하여 오전 공부를 하였고 12시에서 1시까지 점심 식사를 하고난 후 5시 30분의 저녁 식사 시간까지 공부를 하였으며,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 7시부터 12시 30분까지 공부를 하였다. 물론 점심 식사 전이거나 혹은 저녁 식사 전 1시간가량 헬스장에서 런닝 머신을 이용해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하였다.

 

6. 각 과목별 기본 교재와 공부 방법
특허법은 임병웅 변리사의 이지특허법 4판을 구입하여 기본서로 대략 3회독 하였으며, 필요한 부분은 다른 교재들을 참고로 보기도 하였다. 또한, 학원 강의를 녹음한 mp3파일을 입수하여 계속 반복하면서 들었다. 들었던 강의는 임병웅 변리사, 김찬덕 변리사, 최홍석 변리사 정도였다. 어느 강사의 강의가 특별히 좋았다는 느낌은 없었으며 다만 강사들마다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었던 것 같다. 사례집은 한 권 있었으나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상표법은 최성우 변리사의 OVA상표법을 기본서로 채택하였으며, 추가로 후배가 가지고 있던 박종태 변리사의 이지상표법도 강의를 들으면서 참고로 보았다. 마찬가지로 최성우 변리사의 2차 기본강의와 사례강의, 박종태 변리사의 기본강의를 녹음한 것을 입수하여 교재와 함께 반복하여 들었다. 학원에서는 아니지만 실강을 들었던 것은 박지호 변리사의 강의로서 직접 학교에 와서 강의를 해 주었다. 박지호 변리사가 정리해 준 자료를 많이 참고하였고, 답안 쓸 때 결론 부분에서 입법론 또는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것이 득점에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하였기에 실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상표법 역시 사례집을 두 권이나 구입했는데 제대로 보지를 못한 것 같다.


또한, 특허법과 상표법은 변리사 실무 수습 교재와 지식재산21을 틈틈이 보면서 기본서에 누락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갔으며, 시험 전에는 창작과 권리라는 계간지를 도서관에서 읽으면서 최근 논쟁거리가 되는 것들을 남다르게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민사소송법은 이시윤 교수님 책을 기본서로 하였으며, 박승수 변호사의 워크북을 부교재로 하였다. 또한 후반부에는 고시계에서 나온 학설과 판례라는 단권화 책을 병행해서 보았다. 강의는 박승수 변호사, 최평오 강사, 이창한 강사, 이종훈 강사의 강의 내용을 mp3파일로 녹음된 것을 입수하여 반복해서 들었다. 박승수 변호사의 강의는 못해도 10회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본궤도에 올랐을 때는 1주일에 강의 하나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mp3 플레이어에 빠른 재생 기능이 있었기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처음 입문자들에게는 이종훈 강사의 강의를 추천해 주고 싶다. 재미있게 강의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례집은 고시계사에서 나온 출제위원급 교수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호문혁 교수님의 사례집을 보았다. 또한, 학설 대립이 있는 부분에서 이시윤 교수님 교재에 부족한 설명 부분은 도서관에서 다른 교수님들 교재를 많이 참고하면서 이해도를 넓혀 갔다.


선택과목으로는 제어공학을 하였다. 기본서는 오가타의 현대제어공학으로 하였으며, 부교재로 김종식 교수의 선형제어시스템공학을 보았다. 김종식 교수 책을 부교재로 하였던 것은 대학원 때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리 차원에서 김종식 교수 책은 상당히 매력이 있었으며, 오가타 책에 없는 디지털 제어 부분도 나와 있었고 또한 연습문제도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들이 더러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학원 때 마그네틱 베어링 시스템의 제어를 하였기에 제어 공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다만, 2005년도에 제어공학을 너무 우습게 보고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개념 정리 부분은 충실히 준비하였다. H학원에서 강의했던 나성곤 변리사가 학교에서 따로 강의를 해 주었기에 수험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7. 스터디 그룹의 조성
3월에 후배들을 모아 5명 정도로 쓰기 스터디 그룹을 조성했다. 1주일에 3일을 할애하여 하루에 두 과목씩 돌렸으며, 6월까지 4개월 동안 지속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었으나, 반복해서 쓰고 또한 답안지를 돌려봄으로써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목차를 잡고 쓰지는 않았고 다만 문제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무엇을 써야할 지를 그려나갔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문제라도 어제 쓴 것이랑 오늘 쓴 것이랑 답안지의 목차나 내용이 많이 달랐다. 목차 잡고 쓰는 것으로 바꾸려고 해 보았지만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듯해서 그냥 내 스타일을 고집했다.


특허법과 상표법은 후배들이 입수한 학원 GS 문제들을 풀었다. 후배들이 입소문을 통해서 어느 강사 것이 좋다고 하면 그것을 구해 푸는 것으로 하였기에 특별히 기억나는 강사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쓰는 감각을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둔 것 같다.


민사소송법은 최평오 강사, 이종훈 강사, 박병민 강사, 이창한 강사 것을 풀었으며 마지막에는 고시계 교수 사례집으로 쓰기 연습을 하였다. 각 강사들의 문제가 유사한 것도 많았으나, 다양한 문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교수 사례집은 학원 강사의 GS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답안 전개가 되어 있었으나, 나름대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제어공학은 GS문제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전성필 변리사와 나성곤 변리사의 GS문제를 입수하여 풀었으며, 변리사 및 기술고시 기출문제도 참고로 풀었다.

 

8. 월드컵의 유혹
6월에는 독일 월드컵이 있었다. 한국 남자들에게 월드컵 경기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큰 유혹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경기뿐만 아니라 축구 강국들의 경기는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을 만큼 신경이 쓰이게 했다. 많은 유혹이 있었고 또한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해 적당한 타협도 있었다. 결국 보고 싶었던 경기는 볼 수밖에 없었으며 다음날 공부하는데 최대한 집중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실패한 것으로 인하여 월드컵의 관심은 덜해 졌다. 

 

9. 마지막 한 달을 앞두고
모든 스터디를 종료했다. 후배가 학원에 나가서 최종 모의고사라도 보자고 종용했기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점수가 잘 나오면 우쭐해질 것이고 반대로 잘 안 나오면 좌절감을 느낄 것이기에 심적 안정을 위해서 그냥 혼자 마무리를 하기로 하였다.


더운 날씨라 최소한 움직이는 거리를 줄이고자 기존에 기숙사에서 한참을 걸어서 가야했던 학습실에서 기숙사 5층에 마련되어 있는 좁은 사무실로 공부 장소를 옮겼다. 이 때 부터 각 과목별 최종 정리에 들어갔다. 특허법은 학교에서 특강했던 자료와 기본서를 1회독 했으며, 상표법 역시 기본서와 최성우 변리사의 사례 강의로 마무리 했다. 민사소송법도 강의 녹음한 것과 병행하여 기본서를 1회독 하였다.


이맘때면 많은 자료들과 함께 소문이 수험가에 팽배해 있었는데, 특히 어느 분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은 정말이지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소문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과거 출제 스타일이나 학교 모의고사 문제들을 입수하여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맺으며
합격자 발표가 있은 이후로 20여일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으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였다. 특히 경제적 사정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9월에 특허사무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였기에 합격 수기에 대한 청탁을 받았으면서도 제대로 시간을 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석으로 합격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였으며, 나 역시 믿기지가 않았다. 다만, 공부를 오래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변리사 시험 공부는 대략 2년 정도 하면 실력은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이야기에는 공감을 한다.


그렇다면 실력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상태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이틀간의 시험장에서 어떤 답안을 쓰고 나오는 것이냐가 아닐까 싶다. 나 스스로는 그동안 후배들과 쓰기 스터디를 했지만 시험장에서 썼던 답안이 가장 잘 썼다고 느껴진다. 물론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오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만족했고 만약 이 시험에서 떨어지게 되면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며 다시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가겠노라고 생각을 정리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채점위원들의 채점평이 공개되었다. 공통적인 이야기는 출제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한 후에 답안을 작성하라는 것이다. 사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분들의 의도를 파악하기까지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만 신중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시험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긴장상태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이런 상태에서 문제지를 받게 되면 눈에 뭐가 씌인 듯 엉뚱하게 설문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수를 없애야 한다. 이것으로 인하여 자신의 충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는 장수생들을 많이 보아 왔다. 난 결코 그들보다 실력이 뛰어나진 않다. 다만 그들보다 조금 더 집중력을 다했던 것 같다.


이제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겠으나, 올해 처음 2차를 치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정말로 처음 시작하는 이들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으며 시험에는 단지 운이 따를 뿐이다. 하루하루 기초를 다지며 매진한다면 자신의 실력이 쌓여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충분히 있다. 모자란다고 생각된다면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또한, 학원 강의는 경험과 지식이 많은 이들로부터 이해와 방향성을 제시받을 수 있기에 결코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처음에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바쁘지만, 중후반부에 들어서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하길 바란다. 학원 강사들도 사람이기에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한 실수나 잘못된 지식은 스스로가 집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항간에는 수석합격자가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물론 경제적인 사정과 시간적 이유 때문에 학원을 직접 다니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학원 강의는 많이 들었다. 나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지만, 실강을 들으면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나 다른 내용에 대해서 강사들에게 질문 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더러 있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으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가족들을 생각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미혼이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자기 나름대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심리적인 구심점을 가지길 바란다.
   
감사의 글
합격자 발표가 나던 그 주의 토요일인 12월 9일이 결혼 5주년 기념일이었기에 그동안 사내아이 두 녀석을 돌보며 참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정말이지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또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결심을 한 아들이자 사위에게 정신적인 후원자가 되 주신 양가 부모님께도 큰 절로 보은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처형과 손위 동서인 형님 내외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아내와 아이들을 많이 돌봐 줌으로써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게끔 기숙사와 학습실을 제공해준 한양대학교 모교와 변리사반 지도교수님이신 윤선희 교수님과 김상규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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