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리포트]연수원 1년차 생활을 마무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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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리포트]연수원 1년차 생활을 마무리 하며
  • 법률저널
  • 승인 2006.12.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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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전문기자·제37기 사법연수생


1. 기말고사
2학기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기말고사일 것입니다. 12월 1일 검찰 시험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죽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험 시간만 무려 44시간입니다. 민형검은 8시간씩이고 민사형사 변호사는 6시간시험을 보는데 식사는 알아서 시험장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루하루가 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 없이 외우고 또 외우고...


출정식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기말 시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때 조별로 회식을 하는데 시험을 앞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자리입니다. 폭탄주를 받아들고 하는 폭탄사들이 애처럽게 들렸습니다. 시험기간에는 1학기도 그러했지만 같이 공부를 하는 사람외에는 얼굴을 볼 일이 없습니다. 많이 폐쇄적이고 치열한 경쟁속에 놓이게 됩니다.


시험을 보는 동안 복도에 흘러있는 코피 자욱이 그렇게 당연스럽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사법시험을 4일동안 14시간을 보는데 그 때도 힘들었지만 역시 시험의 최정점에는 연수원 2학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시간이나 그 치열함이 사법시험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시험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단순한 대답을 몇가지 하자면 유급을 면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곳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 판검사 임관을 위해 임관 등수안에 들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 대충 이렇게 나뉘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법연수원이 대한민국의 비효율적 내부경쟁의 전형적인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불과 20%의 임관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가 될 나머지 80%의 연수생들에게 살면서 두 번 다시는 쓸 일이 없는 서류작성 기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한 검사가 될 사람에게도 판결문 작성을 가르치고 판사가 될 사람에게도 검찰 서류 작성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시되고 배점이 큰 과목은 판결문 작성입니다. 임관인원이 100명도 되지 않는 판사교육을 연수생 전원이 받는 것입니다. 그러한 교육을 받는 것이 도움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외국어 교육이나 전문분야를 가르친다면 우리나라 변호사들 경쟁력은 지금의 교육을 통한 변호사보다는 나을 것임은 당연한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공부하고 그것이 어떻게 쓰일지도 중요한 문제이고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훌륭한 재능을 가진 인력들이 단지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를 위해 2년간 고생을 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할 부분입니다. 법조 개혁을 위해 사시 인원수를 늘렸으면 교육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정상입니다. 사법연수원이 사법평가원으로 전락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2. 겨울 방학
시험이 끝나는 날 대강당에 모여 앞으로 6개월간 진행될 실무연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조별로 회식 자리를 가졌습니다. 1월 2일 출근할 때까지는 겨울 방학입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이러한 시간을 이용해 앞으로의 반려자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시험 기간 동안 정지되었던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도 많습니다. 저는 기숙사에서 조금 늦게 까지 있다가 이사를 나왔는데 다른 연수생들이 이사를 해서 나갈 때 이삿짐을 날라주면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열 달이나 지내던 정든 기숙사를 정리하고 어느새 늘어버린 많은 살림살이들을 트럭에 싣고 이사를 떠날 때 시원섭섭함이라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3. 실무 연수
저는 c조라서 연수 순서가 검찰, 법원, 변호사입니다. 이 순서가 4학기 시험을 준비하는데 제일 좋다고 해서 인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실무 연수에서 조차 연수원의 알파와 오메가는 시험성적입니다. 저는 창원 지검에서 1,2월을 부산 지법에서 3,4월을 보내고 5,6월에는 굿모닝 신한증권사에서 변호사 대체 수습을 받습니다. 11월에 자기가 원하는 수습지를 신청하고 결정이 나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역으로 배정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낙 수도권으로 신청이 몰려 적정 분포를 위해 수도권 지원도 제한이 있습니다. 변호사연수는 대체 수습이라고 하여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이 아닌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또는 사기업에서 변호사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많은 인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저와 같이 새로운 세상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일정수 지원을 하였습니다. 7월에 제가 속해 있는 국제 통상 법학회에서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로 해외 연수를 다녀오면 9월 다시 연수원에서 원내 교육을 받기까지 여름 방학 기간입니다. 대부분의 연수생은 출발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4학기 시험을 위해 워밍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4. 새해 인사
2006년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정신없이 많은 일 들이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사법연수생으로서 잘 살았던 한 해인가 반성도 해 봅니다. 이제 사시 1차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아 많은 수험생들이 막바지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압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셨던 것처럼 마무리도 잘하시어 새해에는 좋을 결과 있길 기원합니다.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는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7년 새해에는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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