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자별 각기 다른 시험지'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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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자별 각기 다른 시험지' 출제?
  • 법률저널
  • 승인 2006.12.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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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존 출제방식의 틀을 완전히 탈피해 수험자별로 각각 다른 답지유형의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시험부정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답지재배열 프로그램'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각종 국가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각계의 제안에 따라, 지난 7월 관련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 답지재배열 프로그램 도입 타당성을 검증하기로 하고, 지난달 21일 표본 2만명 대상으로 검증을 실시했다.

'답지재배열 프로그램'이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답지(선택 보기)를 무작위로 조합·재배열하여 동일한 문항에 대해 수험자별로 각기 다른 문제지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부정행위 방지 시스템이다. 가령 5지 선다형 객관식의 경우 문항 배열은 동일하지만 1∼5번의 답항(보기) 배열은 시험지별로 각기 다 다르다. 즉, 한 시험지에 1번으로 배치된 답항이 다른 시험지에서는 다른 번호로 배치되기 때문에 커닝이나 외부에서 휴대폰 등을 통해 답항을 문자로 보내는 등의 부정행위가 아무런 효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답지재배열 방식의 경우 이론상 답지를 서로 다르게 배열할 수 있는 시험지 수는 '보기 개수'의 '문제수 제곱'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모든 응시자가 서로 다른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는 게 가능해진다.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윤전기를 통한 기존의 인쇄방식과는 달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쇄정보파일을 자동으로 인쇄언어로 변환하여 각기 다른 시험지를 출력하는 POD(Print on Demand, 주문형 인쇄)라는 특수 인쇄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답지재배열 프로그램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한 대규모 시험부정이 발생했던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는 시험부정의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내년 1월께 위원회로부터 최종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상반기 안으로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규모가 작은 국가자격시험부터 이 같은 방식을 시험에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능 및 고시에도 이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사법시험 등 국가고시까지 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사법시험 등 고시는 1차시험에 이어 논술형인 2차시험, 3차 면접시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차시험의 커닝 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여러 책형으로 나눠 문항 배열 방식을 두 가지로 달리한 '문항 섞기'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위원회는 답지배열 위치가 수험자의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타당성 분석에서 답지재배열 시험이 답지고정 시험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답지재배열 시험의 제작, POD 방식 인쇄, 시행, 채점 및 전산처리의 실행가능성 검증에서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답지배열 위치가 수험자의 점수에 영향이 미미하다고 여길지는 모르지만 수험자의 개인 상황에 따라 영향이 커질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더욱이 사법시험 등 고시의 경우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합격선 주위에 몰려있고 소수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는 자칫 시험의 공정성 마저 헤칠 수 있다. 또한 신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선 기기 장비 구입비 등 막대한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 차라리 이런 예산으로 시험의 변별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양질의 문제를 확보하는 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고시까지 답지재배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가게 기둥에 입춘'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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