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와 증권화(Securitization)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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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유동화와 증권화(Securitization)현상
  • 한상영
  • 승인 2006.12.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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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 dyream@chol.com

 

가끔 사무실에는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 의한 파산 및 면책을 통해 경제적 파탄으로부터 구제를 받는 길에 대하여 문의를 하러 올 때가 있다. 대부분 이들은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가족의 생활비에 충당하다가 도저히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경우인데, 이들이 채무를 부담한 내역을 확인하기 위하여 “부채잔액증명서”를 살펴보면 채권자 중에는 “000유동화전문회사”가 기재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유동화전문회사의 이면에는 과거 IMF 무렵 국민들이 경험한 경제적 아픔이 존재하고 있다. 유동화전문회사는 IMF이후 부실해진 금융기관이 BIS 비율을 높이거나 도산상태에 빠진 일반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Special Purpose Vehicle)이다. IMF때와 같이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이나 외상매출채권 등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Asset)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별도의 법적주체인 유동화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산의 유동화에 대하여 위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 제2조에서는 “유동화전문회사(즉, SPV)가 자산보유자로부터 유동화자산을 양도 또는 신탁 받아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즉, ABS)를 발행하고, 당해 유동화 자산의 관리, 운용, 처분에 의한 수익이나 차입금 등으로 유동화증권의 원리금 또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의 정의를 법률관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①유동화자산을 창출하는 주체로서 자산의 보유자(Originator), ②이러한 자산을 양수받는 유동화전문회사(SPV), ③ 이 유동화자산을 담보로 하여 유동화전문회사가 새로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입하는 투자자(Investor) 등 3주체간의 경제적 거래로 분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위 ①의 단계, 자산의 보유자가 유동화의 대상이 되는 자산을 창출하는 단계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대출하는 과정이나 기업이 구매자에게 외상매출하는 과정으로서 특별하게 논의할 점이 별로 없다. 다만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에서는 자산의 보유자를 금융기관이나 신용도가 우수한 일반법인 등으로 한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만이 특이할 뿐이다.

 

자산유동화법리에서 특별하게 부각되는 것은 위 ②의 단계로서, 자산보유자와 유동화전문회사를 별개의 법적주체로 분리하여 전자로부터 후자로 채권양도(유동화자산의 양도)함으로써, 전자는 자산양도의 대가인 현금이라는 유동성자산(Liquidity Asset)을 확보하고, 후자는 대차대조표상의 유일한 자산으로서 양수받은 자산을 보유하는 특수법인(자산유동화법률에서는 유한회사라고 규정하고 있음)으로 존재하게 된다.

 

민법 제449조의 채권양도의 법리도 약간 변형하여, 채권양도통지절차를 채권양수인인 유동화전문회사도 할 수 있게 하거나(위 법 제7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도 확정일자 있는 증서 대신 자산양도에 관한 사실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한 때로 한 점(위 법 제7조 제2항) 등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①과 ②의 단계를 통하여 자산보유자는 유동성 있는 현금자산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신용위험을 유동성전문회사로 이전한 후 다시 새로운 고객에 대한 신용제공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①과 ②의 과정은 채권양도라는 민법상의 규정이 적용되므로 법률가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반하여, ③의 과정은 사실 법영역이라기보다는 금융영역의 색채가 더욱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자산보유자로부터 양수받은 다양한 자산, 즉 금액, 만기, 이자율, 신용위험도가 각각 제각기인 수많은 자산들을 집단화(Pooling)하는 과정과 이를 통하여 투자자의 수요에 적합한 균질적인 금융상품인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는 과정(Securitization)이 존재하는 데, 이 과정들에는 법률가 보다는 투자자들의 속성을 잘 아는 금융기관이 더욱 잘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화 과정(Pooling)과 증권화 과정(Securitization)은 사실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금융계에서 통용되던 현상이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서던 90년대 초반, 세계화(Globalization)가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하였을 때, 당시 우리나라 금융계에서는 세계화의 한 모습으로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를 모토로 삼고 있었다.

 

금융의 증권화가 가장 쉽게 발현된 영역이 당시 종합금융회사에서 수신상품으로 취급하던 “표지(表紙)어음”부문이었다. 표지어음(“대표성 있는 어음”이라고 해석됨)은 종합금융회사가 당시 여러 기업들에 자금을 제공하면서 기업들로부터 받은 할인어음이나 무역어음 등의 대출자산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매출하기에는 금액, 이자율, 만기, 신용위험도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대출자산을 집단화(Polling)하여 액면금액, 만기, 이자율이 균질적인 “표지어음”을 창출(Securitization)하여 이를 수신고객들에게 매출하는 것이었다. 물론 표지어음의 신용위험도는 대출기업들이 아니라 표지어음을 발행한 종합금융회사 자체에 대한 신용위험으로 대체되었다.

 

자산유동화증권의 경우는 표지어음을 발행하는 종합금융회사와는 달리 발행회사인 유동화전문회사가 특수법인으로서 사실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증권의 신용도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동화자산 양도인인 자산보유자가 양도인으로서 하자담보책임을 지거나, 유동화자산과 자산유동화증권(ABS)간의 Cash Flow상의 Gap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결핍시 자산보유자가 자금을 공여해주는 것 등이 그러한 예이다.

 

현재 ABS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과 결합하여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거나, 주택금융시 주택저당채권을 유동화하는 경우로 확장응용 되고 있으며, 최근 재정경제부에서는 채권이 아닌 물권, 즉 저당권 자체를 증권화하여 유통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증권화현상이 계속 발전되어 법률가들이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일이 많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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