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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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12.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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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환율하락의 허와 실

 

유엔대학 세계개발경제연구소가 며칠 전에 가계자산국제분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 부의 40%를, 상위 2%가 절반 이상을, 상위 10%가 85%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 기준 전 세계 가계자산은 총 125조 달러 정도라고 하니 세계인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면 약 2만500달러씩의 재산이 돌아가게 된다. 개인 자산이 50만 달러 이상이면 상위 1%에 속하고, 6만 1000달러 이상이면 상위 10%에 포함된다고 하니, 세계 평균으로 치면 한국에는 대단히 많은 부자가 살고 있다. 위 보고서는 미국, 일본, 독일, 이태리, 영국,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여덟 번째로 부자가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아마 지금 다시 부를 조사해서 발표한다면 훨씬 더 부자가 많은 나라에 속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엄청 올라 황당하게도 저절로 부자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원화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2006. 12. 6. 현재 달러당 916.4원까지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악 하고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환율이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국가경쟁력유지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무역대외의존도가 높다. 금년에도 3200억 달러 정도의 수출을 할 것이고, 3,000억 달러 정도의 수입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약 200억 달러 안팎의 대외수출액 차이가 있게 된다. 국민 전체로 본다면 연초의 950원대에서 910원대로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약 40원 정도의 환율 하락이 온 것이고, 이를 수출입 차액인 200억 달러를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8000억원 정도의 환율손실이 예상된다. 이를 월별 실제 환율하락 차액으로 계산하면 실제로는 이 금액보다 훨씬 적겠지만 대략 계산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3,200억 달러를 수출할 경우 이를 910원의 환율로 계산하면 약 320조 원 정도의 규모가 되고, 수입액 3,000억 달러를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약 273조 원 정도의 규모가 되고, 이를 합산하면 약 600조원 가까운 수출ㆍ수출규모가 된다. 따라서 위 돈 8천억 원 정도는 전체 수출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5%에 불과하다. 즉 환율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그 환율차액으로 인하여 국가전체 수입이 감소하는 금액(국부 전체로 보면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수입 쪽에서 보면 오히려 이익으로-싸게 수입해 오니까- 기능하므로 수출 손실에서 오는 차액을 상쇄하게 되면 결국 수입액과 수출액의 차액인 200억 달러에 상당하는 환율차액 8천억이 발생할 뿐이다)은 전체 수출액의 0.25%에 불과하기 때문에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그리 두려워할 바가 아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현상에 대하여 어느 국내학자도 입도 벙끗하지 않으니 비경제전문가인 나로서도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오히려 우리 메이저 언론사들은 환율하락이 금방이라도 우리 국가경제가 거덜 날 것처럼 호들갑이니 웃기는 기현상이지 않는가? 환율이 하락하면 물론 수출이 일부감소할 수 있고, 일부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를 넘어선지 오래여서 외환보유액이 세계 3위국가로 튼실하다. 따라서 제2의 아이엠에프니 2008년도 경제대란이니 하는 말이 떠돌고 있지만 이는 일부 호사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환율이 하락함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가 얼마나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는지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본다. 아이엠에프 직후에 환율이 달러당 2000원 가까이 치솟았던 때를 회상해보라. 그때 우리 돈이 얼마나 가치가 없었는지 말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국가의 대형알짜기업들이 외국에 헐값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바라보아야 했다. 아이엠에프 전의 환율이 800원대였으니까, 1달러를 가지고 들어오면 800원대의 물건밖에 살 수 없던 외국인들이 같은 1달러로 2000원짜리 한국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었으니, 그때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얼마나 헐값에 외국에 팔려나갔는지, 그 후유증이 지금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론스타와의 한판 전쟁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외국에 유학 나간 자녀들에 대한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학업을 중단시킨 채 눈물 흘리며 불러들여야 했고, 서민들은 외국여행 나갈 꿈을 아예 꿀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경제적 궁핍을 겪어야 했다. 덩달아 원유를 포함한 각종 원자재의 수입단가가 높아지니 비싼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차를 세워두어야 했던 서민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국내물가가 들썩거렸는가 말이다. 비싼 기름을, 원자재를 사대느라 오히려 경제채산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그 후유증이 지금의 서민경제파탄으로 연결되어 여전히 빈곤층에 머물러 있는 신용불량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우리가 이제 자립경제를 주도할 수있을 만큼 한국 경제가 튼튼해졌고, 대외의존도 높은 약소국가에서 환율조차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하락시켜 나갈 정도로 경제력이 튼튼해져가고 있으면 두 손 들어 환영해야 할 일인데도, 이에 대하여 일부 수출주도형 기업들을 대형광고주로 모시고(?) 있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속 보이는 엄살이 과장유포되는 것이 뻔히 들여아 보이니, 왜 저리지 싶을 뿐이다.


3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일본 엔화와 우리 원화가 1:1로 대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엔화도 계속해서 천정부지로 환율인상이 이루어져 1:10에까지 이르렀다가 이제는 1:8까지로 내려갔다. 내년초에는 100:745까지 내려 갈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물론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일부 채산성 악화현상을 피할 수 없어 힘이 들겠지만, 그들이 수입하는 원자재 역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어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출전체액수에 비해 환율하락으로 손해 보는 비율은 0.25%를 밑돌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게 되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정도이므로 그리 엄살을 부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요즘 같이 서민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 그래도 환율이 하락함으로써 물가오름세를 둔화시키고, 통화팽창을 억제하여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고, 우리나라 적은 돈을 가지고도 미국이나 일본 등(물론 중국이나 동남아 유럽 모두를 포함하여)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가?


국내자본이 취약한 우리나라가 이 정도라도 부자나라(?) 소리 들으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좀 더 허리띠 졸라매고, 상생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부자들, 대기업들이 좀 더 자금을 풀어 기업을 건설하고 고용을 증대시켜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풀어가는데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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