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로스쿨 유치에 도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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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로스쿨 유치에 도박하나
  • 법률저널
  • 승인 2006.11.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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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해산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20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사개추위가 지난해 1월 발족한 뒤 국회에 낸 25개 법안 중 처리된 것은 범죄피해자보호법 등 6건밖에 안 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일명 로스쿨법), 공판중심주의와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조 비리에 대처하기 위한 법관징계법·검사징계법·변호사법 개정안, 대법원을 정책 법원으로 만드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 질서에 큰 변화를 부를 법안 19건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특히 처리 안 된 법안 중 핵심인 로스쿨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자초위기에 처해지자 사개추위는 물론 정부의 관련부처, 일부 언론계 및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법안이 빨리 처리되어야 한다는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라는 기획물을 연재하면서 로스쿨 옹호론자의 일방적 목소리만 울리는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로스쿨 지지자들은 '로스쿨'이 현행 사법시험 제도가 빚어낸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쯤으로 둔갑시킨다. 또한 로스쿨 도입을 전제로 해서 전국의 40여 개 대학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과열양상도 빚고 있는데다 로스쿨 도입이 늦어지거나 입법 자체가 좌절되면 대학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는 호들갑이 요란하다. 

로스쿨법이 교육위에 묶여 있는 사이 전국에서 로스쿨 인가를 받겠다고 경쟁에 나선 대학은 국공립대 12곳, 사립대 28곳 등 40개 대학에 이른다. 이들 대학들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로스쿨 관련 건물신축 및 물품구입에 들어간 비용은 2000억원이다. 앞으로 투자할 돈도 1700여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각 대학원 전임 교원수, 교수 1인당 학생 12명이라는 로스쿨 인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검사, 변호사 출신을 비롯한 로스쿨 관련 교수들을 경쟁적으로 임용했다. 로스쿨과 관련해 충원한 교수만도 37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로스쿨이 어떻게 될지 가변성이 큰 상황인데도 각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고 올인하는 자세는 문제가 많다. 특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로스쿨로 인가될 학교는 고작 10개 정도이고 대부분 탈락이 예상되는 터에 각 대학들이 막무가내식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도박이다. 이렇게 투자를 했으니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은 일의 순서도 아닐뿐더러 가당치도 않다. 게다가 대학들이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극히 일부인 학생들의 피해와 혼란을 볼모로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들 눈엔 현재 대다수의 법대생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말인가.

로스쿨 문제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국제화 시대에 대학에서 현행 폐쇄적 법조인 양성제도를 없애고,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문을 개방해 여려 분야에서 특화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로스쿨이라는 이름을 씌워야만 국제경쟁력 있고, 특화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고, 저렴하면서도 유능한 변호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인가. 현재 법대와 로스쿨을 유치하겠다는 대학의 차이는 일부 건물을 증축하거나 일부 법조인을 영입한 것 외 뭐가 다른가. 이런 것 가지고 로스쿨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은 난센스이자 헛된 환상에 불과하다. 지금은 대학들이 법안 통과만을 재촉할 게 아니라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애꿎은 학생들만 불확실한 제도의 희생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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