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심위원들 역시 가재는 게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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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심위원들 역시 가재는 게편이었다"
  • 법률저널
  • 승인 2006.10.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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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민법의 '유류분'과 형법의 '무고죄' 문제에 대한 행정심판이 모두 기각됐다.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김선욱 법제처장)는 지난 2월 치러진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민법과 형법의 두 문제에 대해 수험생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불합격처분취소청구'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8월 형법의 '소송사기죄'와 '강도상해죄' 2건이 기각된데 이어 4건 모두 행정심판이 기각돼 불합격처분으로 인한 행정심판 구제는 역시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유류분 문제마저 기각되자 도대체 어떤 문제가 구제받을 수 있는 지 모르겠다며 관련 수험생들은 역시 '가재는 게편', '부정의가 정의를 짓밟았다'며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수험생은 행정심판위원회 홈페이지에 "많은 이들이 행정심판제도에 대해서 불신감을 표출할 때, 저는 그래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고, 제3의 기관인데, 그렇기 때문에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아직 제도권에 진입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너무 순수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다"며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야하면서도 수긍할 수 없는 마음을 표출했다. 기각이라도 빨리 결정을 봤더라도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행정법 교과서에는 '자율적 행정통제' '행정능률의 보장' '행정의 전문지식의 활용과 사법기능의 보완' '소송경제의 확보' 등을 행정심판의 존재이유를 꼽고 있다. 수험생들은 그저 교과서로만 배웠던 행정심판의 존재이유가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 행정심판을 통해 책에서 배운 내용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높은 벽이 가로놓여져 있는지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장장 6개월만에 내린 행정심판이 '행정능률의 보장' '소송경제의 확보'라는 말이 그들에게 허구일 뿐이라는 인식외에 또 무엇을 주겠는가. 청구인들은 "행정심판이란 행정기관으로부터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은 국민이 무료로 신속·간편하게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는 달콤한 말에 가려 6개월 동안 헛것을 캔 꼴이다. 

행정심판의 권리구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 심리절차의 객관화, 심판기관의 제3기관화를 강화하였다고 하지만 구술심리 신청마저 거부당한 수험생들에게 행정심판제도가 개인의 권익구제제도로서 기능을 진정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비쳐질까. 행정심판법은 심리의 방식으로 "행정심판의 심리는 구술심리 또는 서면심리로 한다. 다만, 당사자가 구술심리를 신청한 때에는 서면심리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외에는 구술심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가 구술심리를 신청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하는 게 입법취지라고 본다. 그럼에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인의 입은 막고 서면으로만 심리를 진행한 것은 진실을 정확하게 찾겠다는 것보다 편의주의를 택한 꼴이다.

행정심판제도가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청구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청구인의 입장을 반영한 행정심판 인용률은 오히려 2001년 23.6%, 2002년 20.4%, 2003년 18.9%, 2004년 17.6%, 지난해 14.6% 등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시험의 불합격처분으로 인한 구제는 수치로 나타내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정으로 구제를 받겠다는 의지보다는 '일단 한번 따져보자'는 식으로 행정심판에 그치고 결국 행정소송으로 가게되니 행정심판의 존재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청구인들 사이에 '세금이 아깝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행정심판위원회의 존재이유를 확인할 때다.

청구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겨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노력해 왔던 시험인가. 그러려면 지나간 결과는 잊고 차분히 합격전략에 대한 대결단이 필요하다. 소송은 변호인에게 맡기고 사즉생(死卽生)의 결의로 오로지 내년 1차시험에 전념해 합격해야 한다. 그것만이 오늘의 분개를 정당화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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