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합격자 통계' 이젠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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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합격자 통계' 이젠 공개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6.10.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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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수험가의 최대 화두는 '대학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2일 사법시험 제2차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일부 대학들이 해당 대학의 합격자 수와 관련된 문의가 이어졌고, 각 고시반 관계자들 또한 해당 대학의 합격자 명단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매년 대학들마다 합격자 수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대학 자체 조사로 이뤄지다 보니 통계가 부정확하고, 심지어 일부에선 수치가 부풀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데는 이들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별 합격자 통계가 일반에게 비공개로 붙여진 것은 대학간의 서열을 고착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사회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학벌사회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공식 라인을 통해 수집된 자료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고, 공식적으로는 연말에 국감자료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근거가 모호하고 희박한 이유를 들어가며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는 법무부를 우습게 만드는 꼴이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이 같은 통계의 비공개로 대학간의 서열화나 학벌주의가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학벌위주이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이 많다는데 이론(異論)을 달 사람은 없다. 우리 법조계만 하더라도 학벌과 지연으로 얽혀 '끼리끼리'라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의 학벌은 '현대판 붕당' '카스트' '학벌이 봉건시대의 신분을 넘어서는 최상의 자산'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냉소적인 수사(修辭)를 덧붙이는 것도 우리 사회의 학벌폐해가 어는 정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학벌주의가 타파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벌주의는 배격해야 할 대상이지만 대학별 합격자 수 공개가 학벌주의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허구의 유희일 뿐이다. 더욱이 무한 경쟁의 국제적인 조류속에서 경쟁이 있어야 대학이 살고,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논리도 실익도 없는 억지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별 합격자 수 공개가 대학들의 학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우리가 알다시피 예일, 하버드, 프린스턴, MIT, 스탠퍼드 등의 명문들이 비슷비슷하게 서로 우열을 다투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대학 랭킹이 발표되는데 책이나 CD로도 팔리고 있다. 그래도 공표가 문제 있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는다. 또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는 변호사 시험 직후 대학별 합격자 수를 비롯한 각종 통계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매년 세계의 경영대학원을 일렬로 세워 순위를 매긴다. 지식기반사회에선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 없이는 치열한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고시에 대한 체계적인 각종 통계 정보를 산출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국가고시제도의 발전을 위한 제반 정책의 기초 자료로 널리 활용되어야 하고, 이의 산출물로 '국가고시통계연보' 등 각종 자료집을 발간해 우리 나라 국가고시제도 전반을 손쉽게 조망해 볼 수 있도록 정책 담당자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수험생들에게도 공개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대학별 합격자 통계를 공개하는 것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정부의 녹슨 이념과 주문(呪文)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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