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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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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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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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세계빈곤철폐의 날과 북한핵의 대비

 

세계 모든 왕초들의 호들갑 속에서 세상이 갈수록 멍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철폐의 날이다. 전국빈민연합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빈곤층인 전체 인구의 15%가량인 7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빈민연합은 빈민층을 국가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양극화 시대의 사회구조문제해결의 일환으로 인권적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단순히 빈곤층의 확대를 체제위협세력으로 보고 시혜를 베푸는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감배분, 노동력제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부에는 돈이 없다. 평균 4%를 조금 웃도는 경제성장으로는 그러한 사회빈곤층 해결을 위한 자원마련의 길이 없다. 결국 세수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세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하면 언론을 비롯한 많은 먹고 살만한 국민들은 세금폭탄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며 조세저항을 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수조 수천억 원을 들여 미국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군현대화계획 및 주한미군의 재배치 등과 관련하여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하여야 한다면서 진짜 폭탄을 수없이 사들이고 있다. 세금폭탄이라고 저항하며 떠드는 사람들은 진짜 폭탄을 사들이는 것은 적극 지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북한을 제재한다고 미국의 PSI에 동참하여 북한의 선박을 공해상에서 정지시켜 검문검색을 하여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미국을 믿지 않는다. 미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반복해서 우리나라를 배신했다. 멀리는 조선말 가쓰라ㆍ테프트 조약을 체결하여 일본에게 우리나라를 팔아먹었고, 모스크바삼상회담을 통해 광복직후의 한국을 미소공동위원회의 신탁통치를 받도록 가결하여 오늘날 남북분단현상의 고착화를 가져왔고, 정부수립직후 미군철수를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소련의 스탈린 정권의 지원하에 북한의 오판을 가져오도록 하여 6ㆍ25전쟁이 발발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우리의 힘을 기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힘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 지금 북한이 그런 꼴이다.


20세기 후반기 대부분의 전쟁은 악을 응징한다는 미명하에 미국이 개입하여 일으킨 전쟁이다.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이름하에 미국은 수많은 나라를 침공하여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여 왔다. 베트남전이 그랬고,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침공전쟁이 그렇다. 문명국가에서는 국가 내부의 분쟁을 개인의 사력구제에 맡기지 않는다. 최소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및 자력구제의 요건이 갖추어진 급박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인 사력구제를 인정하고 있을 뿐 국가의 공력구제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세계질서도 마찬가지이다. 툭 하면 전쟁을 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유엔의 질서 속에서 대화와 설득으로 타협하여야 하지 힘센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너무 쉽게 외국을 침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툭 하면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하여 언제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야기시키고,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물론 침공을 당하는 나라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해결에 등한시해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무력 침공을 하여야 할 정당한 명분은 결코 되지 않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3천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에서 매년 가장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 역시 미국이다. 그 주요수입국가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가장 많은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나라, 가장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가, 자기들의 힘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북한 및 이란 등에 대하여 저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장차 그 핵무기로 우리나라를 겨냥할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현대전은 핵무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인명에 대한 대량살상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소설 대망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발탁되기 직전에 이렇게 군략을 토로한다. 나에게 몇 명의 병사만 달라, 그러면 나는 적진을 며칠 안에 붕괴시켜 버리겠다. 그것은 바로 적진에 침투하여 방화를 일으키면 된다라고 호언장담한다. 이처럼 전기, 철도, 댐, 수도, 정유, 화학공장, 전화, 컴퓨터 등 현대는 국가 전체를 혼란과 무질서, 파괴와 붕괴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폭탄 이상의 무서운 흉기가 문명의 이기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핵폭탄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절망감을 세계 구성원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다시 빈곤의 문제로 되돌아가자. 절대빈곤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될 때 극단적으로 자살에 이르거나 자기를 그렇게 절대궁지로 몰아넣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핵폭탄으로 막아낼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이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저토록 궁지에 몰아넣으며 사면초가로 모는 대신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고, 이라크 전쟁에 쏟아붓고 있는 전비를 세계의 빈곤국가퇴치의 평화기금으로 내어 놓는다면, 세계는 더욱 빨리 아름다운 천국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기들은 더 많은 핵폭탄을 보유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수없이 외국에 수출하면서, 그들에 비해 아주 미미한 걸음마 단계의 핵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에게 왜 그 핵을 갖느냐고 시비하면, 시리아 등을 비롯한 중동국가 등에 적은 양의 재래식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질책하면 어디 북한이 이에 승복하겠느냐 말이다.


통제되지 않는 왕초들의 호들갑이 세계제3차대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결코 무력으로 사태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함께 더불어 살아갑시다라는 그 따스한 한마디야말로 겨울 외투를 벗게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라고 왕초들에게 권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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