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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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과연 필요한가
  • 강용석
  • 승인 2006.10.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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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변호사

 

로스쿨 관련 법안, 정확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2008년 개설을 목표로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하던 각 법과대학들도 덩달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올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한다 하더라도 2009년에나 개교할 수 있을지 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제학 원론쯤에 나왔던 내용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할 때 투입비용(sunk cost)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있다. 즉 여태까지 얼마만큼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그걸 날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학적으로는 틀린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위와 같은 주장은 언제나 아주 잘 먹히곤 한다.


지금 로스쿨 논의를 보면 여태까지 10년 걸려 합의를 이루었고 이미 각 법과대학들이 로스쿨 유치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해선 안 되고 빨리 국회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시절의 카드대란이나 현 정부의 바다이야기 같은 사태를 보라. 잘못된 정책 또는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비용을 증가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로스쿨 논의도 마찬가지다. 잘못되었다고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현 정부에서 로스쿨 논의를 주도했던 사개추위의 구성원들을 보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로스쿨이 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스쿨을 가지고 있던 미국의 법률분야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이므로 그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로스쿨이라는 제도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력 또는 기대에 빠져 정작 로스쿨이 뭔지도 모른 채 도입 자체에만 급급하려 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사개추위에서 제일 먼저 내세웠던 것이 바로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의 양성이었다. 그러나 로스쿨을 한다고 국제경쟁력 있는 변호사가 나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국제경쟁력의 핵심은 우선 국력이고 그 다음은 영어다. 미국과 영국의 로펌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국력의 뒷받침으로 모든 국제관계의 계약서가 영어로 작성되기 때문이고 많은 국제거래관계의 준거법이 뉴욕법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만일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계 제일이어서 모든 국제거래 관계의 계약서가 한글로 작성되고 준거법이 대한민국의 법이 된다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변호사가 세계 최고의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변호사라 하더라도 한국말을 배워 한국어로 계약서를 작성한다면 우리나라 법대생 수준에서 잡아내는 사소한 문법상의 실수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는 일도 허다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독일의 변호사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일본에는 그래서 세계 100위안에 들어가는 큰 로펌이 하나도 없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아시아 최대의 로펌은 바로 우리나라의 김&장이다. 이렇게 된 것은 순전히 김장의 설립자가 일찍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식 로펌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결과이다. 독일만 하더라도 상위 10위권의 로펌이 대부분 영·미 로펌의 독일사무소이다. 그러니 로스쿨 나오면 국제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말짱 헛소리에 불과하다. 이건 미국 유학가서 1년짜리 LLM하고 6개월 Barbri로 시험공부해서 Bar Exam만 달랑 합격한 사람이 한국 돌아와서 국제변호사라고 사기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불행히 최근까지도 그런 사술이 약간은 통했던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로스쿨하면 법률교육이 강화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지금은 법대 4년을 열심히 가르치고 고시공부 몇 년 추가에 연수원 2년까지 마쳐야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로스쿨 3년만 마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어느 쪽이 더 법률지식이 우수할지는 명약관화하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 로스쿨만 실시하면 3년 안에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변호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뻥을 치는 교수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기는 하다. 물론 그런 말 하는 교수치고 로스쿨 가 본 교수는 전혀 없다. 로스쿨 가보지도 않고 뭘 가르치는 지도 잘 모르면서 로스쿨만 하면 국제경쟁력 있고 저렴하고 유능한 변호사가 양산될 거라는 헛된 믿음을 우리가 믿어야 한단 말인가.


로스쿨 학비도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미국의 로스쿨의 학비는 일년에 4000만원쯤 한다. 순수 학비만 그렇다. 기숙사비, 용돈, 생활비 등은 빼고 얘기다.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것까지 포함하면 3년간 로스쿨 다니느라 드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이 평균적으로 졸업하면서 지는 빚이 13만 5천불, 1억 3천 5백만원 쯤 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 빚을 청산하는데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이 평균적으로 13년에서 15년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왜 학비가 비쌀까. 생각해 보자. 로스쿨은 기존의 법대처럼 칠판 하나 놓고 수 백명이 교수 한명의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기준을 보더라도 법학전용도서관, 모의법정, 컴퓨터실, 교수 1인당 15명 학생의 비율, 한 학년 150명 정원 등등 기존의 법대들이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기준들이 산재해 있다. 더군다나 로스쿨 교수들은 실무가들을 20%이상 데려오는 등 기존 교수들보다 훨씬 월급을 많이 줘야 한다. 로스쿨에 대해 국가지원은 없는 게 당연하니 교수들 월급을 학생들 학비로 줘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450명 학생이 내는 학비로 30명 이상의 교수들, 그에 따르는 교직원들 월급 주랴, 몇 백억짜리 건물 짓고 시설 만들고 유지 보수하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년간 2000만원정도 학비는 내야 한다는 것이 대개의 계산이다.


그럼 지금은 이렇게 비싼 학비 내지 않고도 법대만 졸업 또는 법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변호사를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면서 되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과연 로스쿨 도입해서 가장 덕 보는 사람이 누군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로스쿨하면 다양한 전공을 학부 때 하고 로스쿨로 온다는 주장이 있다. 그건 지금의 사법시험도 그렇다. 지금의 사법시험 체제에서도 법대외의 다른 전공을 졸업한 사람이 30% 이상 된다. 의대, 한의대, 공대, 사범대, 인문대, 사회대 졸업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전공의 다양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로스쿨을 보면 학부에서 정치학전공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경제학, 역사학, 철학, 영문학이다. 위 다섯 가지 전공을 한 사람들이 로스쿨 입학생의 80%를 훨씬 넘는다. 미국에서도 이과 전공의 학부생이 로스쿨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로 변호사가 구성된다는 주장은 사실 전혀 실효성 없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 주장을 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본이 2004년부터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패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로스쿨 나와서 올해 처음 치른 변호사 시험 합격하는 사람이 50%가 채 안되고 조만간 30%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고시낭인’이 아니라 비싼 돈 들여 ‘로스쿨낭인’ 만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수업은 제대로 안듣고 변호사 시험 준비에만 매달린다고도 한다. 일본에서 실패할지 성공할지 좀 더 지켜봐도 충분하다.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시험 삼아 이런 제도, 저런 방식 들여다가 테스트해보기에는 21세기 대한민국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변호사의 숫자가 문제라면 사법시험의 합격자 수를 늘려 문제를 해결해도 된다. 굳이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제도를 들여다가 우리의 교육제도 전반을 뒤흔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성급히 로스쿨을 도입해서 예상되는 명백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하면서 일본의 로스쿨 제도의 부작용과 장점을 좀 더 검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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