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 부인 문제로 국가가 이렇게 시끄럽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받는 질문은 명확해 보인다. 바로 어떤 정부형태가 바람직한가이다.
미국에서 발명된 대통령제는 제도적론 관점에선 지도자를 지나칠 정도로 믿는다. 이런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통령제를 사용하면서 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어떻게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서양의 제도 정치학의 근간은 “인간은 못 믿겠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제도뿐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제도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역사에선 조지 워싱턴이란 인물이 있었다. 즉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제는 두 가지 면에서 미국과 다르다. 첫째, 인적인 위험부담의 정도다. 역사적으로 두 차례 장기 집권에 의한 파국을 경험했고, 한 차례 탄핵도 있었다. 둘째, 1948년 정부 구성부터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불안한 동거가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현 대통령의 권력 운용 방식과 낮은 지지율만이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에서 학문적으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은 미국식 대통령제 즉 원형적 의미의 대통령제(‘원대통령제’라고 칭함)이다. 이 방안은 한국이 쓰는 대통령제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드러내고 순수하게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당정치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영국과 독일이 사용하는 내각제가 지지를 받는다. 반면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이원정부제 혹은 준대통령제가 가장 지지를 못 받는다.
그러나 2014년 국회의장이 제시한 헌법 개정안의 방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이원정부제를 지지한다. 정당 내 계파정치가 작동하는 한국 정당정치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을 두 개로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제도나 한국 제도나 총리를 두고 있고, 순수한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 제도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다.
그럼 이원적 대통령은 왜 현실정치인들에게는 지지를 받지만, 정치학자들에게는 별로 지지를 못 받을까?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원정부제는 행정부가 이원적으로 구성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고 대통령에게 실권을 부여한다. 반면 국내 통치를 책임지는 내각은 총리에 의해 통할 된다. 그리고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그래서 의회에서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총리는 야당의 당 대표가 된다. 이처럼 의회는 총리 임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에 없는 내각 불신임권을 가진다. 총리는 내각불신임의 경우 의회 해산을 통한 새로 총선으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한다.
복잡하니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제와 동일하게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한다. 그러니 프랑스 유권자는 미국 유권자처럼 대통령 선출과 의회 선출이란 2개의 표를 행사한다. 반면 내각제처럼 총리도 행정권을 가지는데, 임명은 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또 내각제처럼 의회와 내각은 내각불신임과 의회 해산으로 정치적인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조합만 잘 맞으면 유권자의 선택 보장과 대통령의 임기 보장이란 대통령제의 장점을 가지면서 특정 이슈에서 정치 유연성이라는 내각제의 장점도 함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좋으면 많은 나라들이 프랑스방식의 정부형태로 바꾸었을 것이다. 그렇다. 현실에서는 문제가 제법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부의 의사결정에서 머리가 두 개라는 점이다. 특히 분점 정부일 때 대통령이 결정하고 야당이 세운 총리도 결정할 때가 문제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외교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러니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가진 권한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가 요구받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성과 반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책실패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기도 어렵다. 서로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이원정부제를 선택한 폴란드도 이원정부제를 포기하고 내각제로 갈아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정부형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졸속으로 바꾼 대통령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현재는 그 당시 문제의식보다 축소되었는가 아니면 확대되었는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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