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 로마 가톨릭교회는 금전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면죄부를 발행하여 주었다. 루터의 종교개혁도 15세기 말기에 산피에트로 대성당 재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면죄부를 대량으로 발행한 것이 발단되었다. 사실 돈이나 권력을 써서 죄를 면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 일어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는 세상 널리 통용되는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얼마 전 이준석이 면죄부를 받았다. 무고 혐의로 고발당했던 이준석이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 가세연은 ’이준석이 2013~2015년 사업가 김성진 씨로부터 성매매 및 금품, 향응 등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가세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성 접대 사건의 참고인 김성진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준석을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접대 현장에 있었던 종업원과 술값 계산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끝에 이준석이 성 접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전제로 이 의원의 무고 혐의를 인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은 사건을 2년이 넘도록 뭉개다가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로 퇴직하는 시점에 경찰과 다른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은 검찰이 누군가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을 때 쓰는 전가의 보도(寶刀)다. 무고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대전지방검찰청의 관련 수사기록, 대전지방법원의 관련 판결기록은 이준석에게 성 접대한 날짜와 비용 등이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이준석 정무실장 김철근의 7억 투자각서, 가짜 사실확인서, 이준석과 성 상납 제보자 장기훈의 전화 대화, 김철근과 장기훈의 수십 통 전화 대화, 이준석 변호인 김연기 변호사의 장기훈 회유 전화, 성 접대자 김성진의 구체적 진술, 김성진과 장기훈 등 사이의 수백 페이지 카톡 대화, 유죄의 증거는 정말 차고도 넘친다.
이준석이 성 상납을 받았다는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이준석 본인도 알고 경찰도 아는 일이다. 모르는 것은 오직 서울중앙지검 수사 검사뿐이다. 이번 이준석 무혐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만큼이나 오랜 병폐인 ‘무권유죄, 유권무죄’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준석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인적 증거만을 취합해 해당 증거들 사이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괴상망측한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집중 수사를 거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2년 동안이나 뭉개고 있다가, 접대 관련자의 진술이 오랜 시간의 경과로 다소 엇갈리는 점을 이유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사실 이준석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에 공권력을 사유화한 범죄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성 접대, 뇌물을 받았고, 이러한 사실이 폭로되자 당시 집권당의 당 대표이던 이준석은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던 정무실장을 한밤중에 대전에 파견하여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세연의 김세의 등을 고소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증거조작과 가세연을 고소한 과정은 사악하기 그지없다. ‘이준석에게 성 접대를 해준 적이 없다’는 가짜 사실확인서를 받아 이를 가세연 고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것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극악한 범죄다.
이준석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마치 자신이 정치적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탄압을 받은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형사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환원시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준석은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고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환호성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의 처분에 불복해 즉각 항고를 제기했다. 향후 재정신청도 시사했다. 링컨은 “일부의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모두의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모두의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준석 무고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31. 12. 28.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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