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제자 비하하는 막말 발언”…‘건설적 논의’ 촉구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없어”
4년제 연장 및 공무원·유사법조직역으로 진로 보장 제안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개회사에서 현 로스쿨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나온 것과 관련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 제자를 비하하는 막말 발언”이라며 규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개회사는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응시에 필요한 정보와 요령을 익히는 ‘변시 학원’으로 전락했다. 기초법학은 철저하게 외면돼 폐강되고 있다’ 등으로 진단하며 ‘학부 법학 교육 강화, 로스쿨 커리큘럼 개선 법제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 관한 상황 진단에 이은 해결책 제시 과정에서 ‘로스쿨은 수많은 정보가 장착된 저사양 로봇만을 양산하고 있다’고 평가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한법협은 9일 성명을 통해 “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서 로펌 대표, 판·검사, 대기업 대표이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드러낸 변호사들을 모욕한 것이며 정당화하기 어려운 저속한 용어이고 ‘사실’에 근거한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법협은 “개회사의 맥락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수험공부에 매몰돼 있어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학습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취지로 보인다”면서도 “과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이 쉬워 실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반대로 ‘어려운 변호사시험에만 매몰됐다’며 ‘막말’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로스쿨제도에 대해 한법협은 “한국 로스쿨은 수험공부에만 매몰된 기존 제도에 따라 배출되고 있는 법조인접직역이 병존하는 현실에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모순적인 방향성을 절충하기 위해 수험경쟁만을 요구하는 고시제도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과도하게 높은 제도를 적정하게 타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회사에서 해결책으로 제안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법협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문제의 해결책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와 같은 단순한 것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10%가량이 낙오하는 현재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더 높인다고 해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이뤄지던 변호사시험 학습마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스쿨 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제고하고 법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법협이 제시한 방안은 △로스쿨 과정을 현행 3년제에서 4년제로 연장하고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은 폐지하는 대신 집행법, 노동법, 조세법, 공정거래법 등 변호사시험과 관련 없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30~40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변호사시험 과목에 판례 암기로는 풀 수 없고 깊이 있는 리걸마인드가 도움이 되게 하는 작은 배점을 논술형 과목을 추가하는 방안 △로스쿨생에게 학술논문을 써서 졸업하도록 유도하고 학술적인 사고방식과 학술연구의 기술을 가르치며 연구자가 되려는 변호사들이 학술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현행 로스쿨 제도가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는 경우 남는 것이 없는 구조이기에 조기부터 과도하게 수험에만 매진하게 된다는 판단하에 이를 막고 하방의 진로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공무원, 유사법조직역 등으로 나아가는 진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법협은 “많은 변호사들이 위 기념식 개회사에서 나타난 저급한 표현에 대해 분노했다”며 “이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앞으로 로스쿨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대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