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아한 증명을 준비하며
상태바
[기고] 우아한 증명을 준비하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9.09 10:34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성찬 대한행정사회 업역수호위원장
강성찬 대한행정사회 업역수호위원장

1.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직 수양이 부족했다. 조심스럽게 쓴 글조차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었으니 말이다. 글이란 나의 의사를 표시하는 의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내 글은 내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 이황구 노무사회 회장의 발언으로 인하여 모든 행정사가 분노하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약간의 날 선 감정을 도무지 숨길 수 없었나 보다. 감정을 감추지 못한 날 선 글을 썼다는 말을 듣고 나니 역시 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그래서 나의 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염상열 노무사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겠다. 나와 입장이 다른 상대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며 우리가 악당과 주인공로 명확하게 나누어진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예의도 실리도 잃은 글이 되었다. 특히 염상열 노무사의 눈에 “노무사회가 마치 숭고한 헌법적 가치를 자격 단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집단으로 보이도록 쓴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이후 좀 더 조심해서 글을 쓰도록 하겠다. 나쁜 의지라기보다는 부족한 글솜씨의 탓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2. 해명도 덧붙이고 싶다.

해명하고자 하는 것도 두 가지 있다. 내가 마치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헌법적 가치를 가볍게 본다는 주장이다. 우선 나는 완벽한 완전 경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절한 규제와 통제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성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선택이라는 말에 앞서 설명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엽적이라는 생각에 건너뛴 것이 냉정한 신자유주의의 맹신자로 오해받는 계기가 된 듯해서 아쉽다. 내가 노동행정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언급한 것은 행정사의 노동행정 업무는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의 비대칭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고객의 선택에 맡겨서 여태껏 충분하였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헌법적 가치 뒤에 숨지 말라는 이야기는 헌법적 가치를 남용하지 말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 역시 헌법적 가치를 무겁게 여긴다. 한편,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가?’ 라고, 의심되는 사람들까지 헌법적 가치를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현실을 보면 서글퍼진다. 그래서 헌법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에 조금 반감이 들었나 보다. 그렇다고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 자신이 정의롭다는 사람을 침묵하고 있는 다른 이보다 더 믿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앞으로도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헌법의 숭고한 가치를 앞세우는 사람의 말을 선뜻 믿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 생활의 작은 부분에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며 헌법을 사랑하도록 하겠다.

3.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속상한 일이 생겨서 권혁철 행정사, 남상기 행정사, 장국환 행정사, 장원준 행정사, 이시진 행정사와 자리를 함께했다. ○○○행정사 항소심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판의 결과가 기대와 달라서 며칠간 속상해했다. 그동안 추진했던 목표의 일부가 불확실해졌다. 행정사법의 규정을 소극적으로, 변호사법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 자칫 행정사의 노동 행정 업무를 노동 관청에 대한 서류의 작성과 제출의 대행 그리고 일부 영역의 대리로만 한정 짓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판결이었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이라서 즐거울 리는 없는 자리였지만 함께한 이들 모두 속상하던 터라 그날 하루는 장삼이사가 되어 사법기관을 비판하고, 법조 카르텔을 비웃었다. 그렇게 하루는 보내고 나니 조금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인 이들이 헤어지면 한 말은 단 하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접어두고 다음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보수적인 방향으로 교육과 자정 활동을 실시해야겠다는 결론과 함께 앞으로 행정사가 주력해야 할 분야에 생각이 미쳤다.

4. 우아한 증명을 기대하며 준비한다.

행정사와 노무사는 곧 안전보건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할 듯하다. 다행히 대한행정사회의 준비도 늦지는 않았다. 관련 기술사는 행정사가, 관련 산업안전지도사는 노무사가 더 우세하고 KOSHA-MS 심사원과 ISO-45001 심사원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고령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산업현장에서 노무 제공자의 안전과 보건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루벤스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안전한 산업현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 이상의 자율적인 행동이 요구되며 이에 필요한 자율적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에서 행정사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노무사가 숭고한 사명 의식을 가지고 공정하게 사회적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직업군이라는 염상열 노무사의 말을 믿어보겠다. 또한 자신들이 믿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공익의 대변인이라는 주장 역시 반박하지 않겠다. 다만 그 믿음이 일정 영역에서 행정사의 판단과 다른 뿐이라는 점만은 짚어 주고 싶다. 이제부터 산업현장에서 안전과 보건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우아한 증명’을 보여줄 차례이다. 그날까지 노무사회의 건승을 그리고 이제 곧 노무사업을 시작해서 차갑고도 치열한 현실과 맨살로 부딪치며 성장해 나갈 염상열 노무사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그대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건배를!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본지는 이 글에 대해서 또는 각종 자격, 시험 제도 등에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힙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논란종결 2024-09-14 22:06:38
행정사 업무범위에 대한 논란은 헌법재판소에서 최근 선고된 2020헌마839 결정을 끝으로 사실상 종결되었습니다. 더는 법조문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 해석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고, 행정사들은 가령 학교폭력사건, 면허취소사건 등에서 컨설팅 명목으로 "사실상의 법률사무"를 영리로 수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반성문과 탄원서 제출에 관한 행정사의 업무는 대서, 대필 및 적절한 제출기관에의 제출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것이지, 무엇이 학폭위 심리 및 고려사항이며 무엇이 면허취소 관련 양정사유인지에 대한 법적인 정보제공과 조언은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입니다. 행정사들이 사실상의 법률사무를 영리로 수행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서 특유의 업역을 발굴, 개척할 역량이 있다고 믿습니다.

ㅇㅇ 2024-09-12 20:39:36
8.29 헌재결정문은 보긴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 2024-09-10 14:05:21
공인시험에 합격한 행정사들은 나서지 않고 다들 열심히 하던데... 무임승차로 자격증을 꽁으로 얻은 아저씨 아줌마들이 아무런 전문성 검증도 없이 온갖 곳에 나서고 다니면서 사고치고 다님. 이건 행정사협회 차원에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사무소에서 초본 떼주던 아저씨 아줌마들이 무시험으로 자격증 얻어서 이것저것 다 손을 대면 그 피해는 서비스 수요자들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2024-09-09 23:17:45
위글 항소심 판결문 회동 행정사중에서 이번에 기소된 행정사가 있다는게 사실인가요?

공감 2024-09-09 12:23:18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자기 성찰이 담긴 사과와 해명이 인상 깊습니다. 응원합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