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그래, 이제는 다 잊고 전진해 보자. 내가 못 할 게 뭐가 있어?>

도전자(필명)

안녕하세요, 저는 먼저 이번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하여 저를 비롯한 변시 오탈자들에게 큰 도움과 용기를 주신 사랑샘 재단 오윤덕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오탈자가 되어버린 제가 이사장님의 따스하고 넓은 아량으로 다시금 희망을 가지고 느리지만 천천히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변호사시험으로부터 그리고 대한민국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로부터 이젠 완전히 소외되어 날개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던 저에게 이러한 온정을 나누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로스쿨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저의 20대 대부분을 정말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물론 몇몇 실패도 경험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저는 늘 넘어지더라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달려오고는 했습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로스쿨에 합격했을 때의 그 큰 행복과 희열은 아마 제 평생 결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로스쿨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저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제가 스스로 가진 능력보다 저 자신을 과신하고 자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본격적으로 로스쿨의 첫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저의 그 오만함과 자만심은 곧바로 꺾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우 총명하고 유능하고 성실한 동기들을 따라잡기엔 저 스스로가 모든 면에서 매우 부족했고, 저는 늘 부진하고 모자란 저 자신을 질책하고 많이 미워하고 깎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학대는 결국 만성화가 되었고, 결국 그러한 나쁜 습관은 저의 로스쿨 성적과 건강 모두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폭식을 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소했고, 결국 제 몸과 정신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처 대학 시절까지도 늘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던 제가, 로스쿨에 입학해 학기를 하나하나 마칠 때마다 점차 부진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는 여러 차례의 변호사시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수년간의 낙방으로 저는 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크게 잃게 되었습니다. 변호사시험 자체가 너무나 두려워졌고, 이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심각한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꼈고, 혼자서 오랫동안 변시를 준비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탈자가 되고 나서보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고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절하를 멈추고 새로운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오탈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었던 그날, 저의 마음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고 동시에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며칠을 잠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오랜 시간 동안 저도 모르게 제 발목에 묶여 있었던 족쇄가 합격자 발표와 함께 풀린 것 같은 이상하고도 모순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랑샘 재단의 이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얻은 돈으로 제가 그간 꿈에 그려왔던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어학시험을 위한 학원에 등록하였고 계속해서 공부를 하며 동시에 해외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물론 저도 매우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의 새로운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대한민국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보장된 기회를 제 손으로 허공으로 날리고 더 어려운, 불확실한 길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것을요. 남들이 보기엔 이러한 제 모습이 한심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요즘 들어 저는, 수년간 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상처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굳은살이 되며 제가 과거의 저 자신보다 꽤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젠 이 굳은살로 바닥을 딛고 다시 뛰어오르려고 합니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도전 속에서 또 다른 무수한 실패를 겪겠지만, 그때마다 또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로스쿨 입시 준비, 재학 시절, 졸업 후 변시 낙방의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가슴 시린 과정 속에서 겸손함과 단단함을 배웠기에 저 자신을 믿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먼 훗날 혹은 근 수년 안에 꿈을 이룬다면 꼭 이사장님께서 제게 이렇게 도움을 주신 것처럼 그때 어딘가에서 지금의 저처럼 실패로 낙담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혜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