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원에 십일조 헌금·예배 참석 등 요구 개선 권고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재직 중 학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경우 재임용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대학 교원에게 불합리한 재임용 심사 규정은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의견이 제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 6월 5일 A 대학교 총장에게 대학 교원의 임용, 재임용, 평가 등과 관련하여 헌법에서 정하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폐지·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 대학은 △교원 재임용 평가 시 학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자를 교원 재임용 심사에서 제외하고 △교직원 복무 및 재임용 심사 규정 중 특정 교회 출석 및 예배 참석 조항, 십일조 헌금과 가족의 예배 참석을 재임용 실적에 포함하고 있다. 2년마다 재임용 형태로 근무하는 조교수인 진정인은 위 규정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 대학교 총장은 “A 대학은 기독교 정신에 의거해 설립 된 대학으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직원 복무규정’을 제정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정한 규칙은 학교 구성원이면 당연히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결과 A 대학의 ‘교원인사규정 시행세칙’ 제13조 제4항 ‘재직 중 학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자는 재임용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대해 진정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교원은 학교법인 측으로부터 불법적이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을 때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다툴 권리가 있음에도 위 조항은 교원의 구제 절차를 사전에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 임기 만료 교원의 재임용 여부에 관해 ‘합리적인 기준과 정당한 평가에 의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규정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또 ‘학교 운영에 관해 발생한 부패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 및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 또는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행위로 인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6조 제2항 등도 위반해 직업수행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A 대학의 ‘교직원 복무규정’ 제7조의1 ‘교직원은 본 대학교 설립 목적인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본 대학교가 설치 운영하는 기관교회인 ○○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위원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종교를 가지고 본인의 신앙을 실현하기 위해 해당 교단 소속의 다른 교회 등도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B 교회 출석을 의무화하고 이를 재임용 심사 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교원의 종교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A 대학의 재임용 심사 규정(「교원인사규정 시행세칙」 별표 9의 I. 신앙영역)의 십일조 헌금, 가족의 예배 참석 평정에 대해서는 “십일조 헌금을 얼마나 성실하게 납부했는지는 해당 교인의 신실성을 나타내는 척도는 될 수 있어도 교원의 연구 능력 등과 무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임용 대상인 진정인의 신앙생활에 한정해서 평가할 사항을 가족의 신앙생활까지 확대해 의무를 지우는 것은 합리적 평가 기준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평정은 학생 교육에 관한 사항, 학문연구에 관한 사항과 학생 지도에 관한 사항에 대한 평가 등 객관적인 사유에 의하여 심의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을 위반하여 진정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