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이달 첫 주말, 미래 법조인들의 법조윤리 의식을 함양하고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직역윤리에 관한 규범을 습득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법조윤리시험이 시행됐다. 변호사시험법, 법학전문대학원법 등에 의해 각 로스쿨은 필수적으로 법조윤리과목을 개설해야 하며 해당 과목을 이수한 로스쿨생만 법조윤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런데 ‘법조윤리’ 과목과 시험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까? 변호사, 좀 더 폭넓게는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윤리란 무엇일까? 사회가 법조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윤리나 가치와 얼마나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수업과 시험에서 다루는 내용은 결국 법과 규칙이다. 변호사법과 시행령, 변호사윤리장전, 법관과 검사윤리강령, 관련 판례 등이 법조윤리시험의 출제 범위로 수험생들은 로스쿨에서의 수업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배우고 시험을 치른다.
법조윤리시험은 객관식 40문항의 시험으로 종 28문항을 맞히면 통과하는 P/F 방식으로 운영된다. 70점 이상만 받으면 되는 절대평가이니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고 합격률도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법조윤리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통상 3~5일로 매우 짧다.
하지만 법조윤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변호사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기에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특히 시험의 시행이 1년에 단 한 번뿐이라는 점에서 시험의 난이도나 출제 경향이 급격히 변화해 합격률이 급락하는 경우 변호사시험 준비에 쫓기는 수험생들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6년간은 92.4%(14회)에서 96.5%(12회) 수준으로 매우 높은 합격률이 유지되고 있지만 시행 초기만 해도 매년 20% 가까운 등락을 보이기도 했고 8회 시험에서는 난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합격률이 59.4%로 폭락,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는 8회 수준까지 합격률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경향에 비해서는 제법 난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들 대부분이 어려웠다고 평했고 이후 진행한 법률저널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5%가 이번 시험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난도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지엽적인 출제와 수험생들의 윤리의식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의 목적을 벗어난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서의 문제 유형, 학교마다 다른 커리큘럼을 반영하지 않은 애매한 출제 범위 등이 지목됐다.
이에 따라 법조윤리시험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법조윤리를 공부하고 검증할 필요에 대해서는 응답자 열의 여덟에 달하는 다수가 동의했지만 현행 방식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였다. 시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 편차, 일회성 시험의 한계 등의 시험 자체적인 문제와 수험 부담, 시험 운영 비용 낭비 등을 이유로 63.4%의 응답자가 각 로스쿨의 수업과 자체 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로스쿨 자체 평가 등에 대한 불신과 학교별 편차에 대한 우려, 법조윤리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현행 방식과 같이 시험을 통한 검증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31.7%의 적지 않은 비중을 보이긴 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현행 출제 경향과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굳이 따로 법조윤리시험을 실시하는 실익이 있을까 싶다. 까놓고 말해 법조윤리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윤리의식이 투철한 법조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모 유명 유튜버를 공갈한 혐의로 구속된 변호사도 법조윤리시험을 통과했다. 고작 며칠 출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달달 외워서 치른 시험이 윤리적인 법조인 양성에 얼마나 의미가 있고 벼락치기로 암기한 지식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겠나.
물론 법조윤리는 법조인에게 꼭 필요한 소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제시된 의견 중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로스쿨 재학 중에 관련 법규의 암기가 아닌 사회가 법조인에게 기대하는 근본적인 의미의 법조윤리를 교육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실무적인 영역의 법조윤리를 교육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