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졸업생의 자동 경위 임용 제도는 오랜 시간 동안 특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이 제도를 폐지하고 ‘경위 임용시험’을 도입하자는 개혁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는 시의적절한 변화로,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현행 제도는 경찰대 졸업생에게 과도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경위로 자동 임용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 내 건강한 경쟁 구도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장 경찰 활동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치안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찰대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법조인 양성소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찰대 졸업 후 6년 의무복무를 완료하지 않고 조기 퇴직하는 경찰관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고 있다. 특히 로스쿨 진학이 조기 퇴직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년 70∼80명의 경찰대 출신이 로스쿨에 진학했으나, 2024학년도에는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 수가 92명으로 증가해 전체 2152명의 입학생 중 4.3%를 차지했다. 이는 2022학년도의 3.4%에서 약 1% 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2023학년도 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통계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양성한 경찰 인재들이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시사한다.
따라서 경찰대 졸업생에게도 별도의 경위 임용시험을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다. 이는 특혜를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 도입 시 경찰대 졸업자의 시험 횟수나 기한 제한, 할당 비율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경찰대 운영을 사관학교 모델에서 점차 벗어나고, 모든 경찰 입직을 순경 공채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영국 경찰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현장 경험을 통해 능력 있는 중간 간부를 양성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새로운 경위 임용시험 제도에는 공직적격성평가(PSAT)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PSAT의 도입은 단순한 시험 방식의 변화를 넘어 경찰 조직 전반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력, 상황 판단력 등 실제 경찰관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평가하여 유능하고 적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더불어 PSAT는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도 있다. 암기 위주의 시험에 비해 학원 의존도가 낮아, 장기간의 고비용 수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경찰 조직의 다양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PSAT의 또 다른 장점은 민간 부문과의 호환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경위 임용시험 지원자들의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수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경찰 조직에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PSAT 도입은 단기적으로 임용 과정의 개선을, 장기적으로 경찰 조직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치안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PSAT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신속히 마련하고, 이를 통해 미래 지향적이고 역량 있는 경찰 조직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경찰대 개혁은 단순히 한 교육기관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특정 집단의 특혜를 없애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유능한 경찰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안전과 치안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개혁 논의를 통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경찰대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