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인재 확보를 위해 신입 연봉을 3억까지 주기로 했다 한다. 일종의 마케팅으로 볼 여지는 있겠지만, 이런 문화가 확산하여야 뛰어난 인재들이 공직이나 전문직에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연봉 2~3억은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액이고, 중국에서 3억이라면 우리나라는 4~5억 정도쯤 머물 텐데 우리는 신입이 그 정도까지 받는 사례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신입이 중국에서 연봉 2~3억을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삶의 초기에서부터 돈 걱정은 안 하고 오로지 일에만 매진·몰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봉 3억을 계속 받고 연차에 따라 인상되기도 할까? 저렇게 선택받은 인재들 모두가 평생을 저런 대우를 받으면서 에스켈레이팅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상당수는 급여만큼의 성과를 계속 창출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급여의 연속성을 100% 보장받기는 어렵다. 미국 NFL이나 NBA, 유럽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들처럼 급여 등락이 극단적인 경우도 나올 것이다. 화웨이도 뛰어난 인재인 줄 알고 뽑았는데, 일해보니, “아차 이 친구는 아니네” 하는 범재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검증 절차를 거친 인력이라도 막상 일하는 단계에서 보면 실망을 주는 경우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성실한 태도로 매우 오랜 시간 준비하여 단지 시험을 잘 치는 인력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능력은 매우 뛰어난데 조직 융화가 안 되어 같이 일하기 어려운 인력도 있을 것이다. 조직이나 해당 산업 분야가 그 뛰어난 인물을 담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만큼 충분한 지원과 준비가 안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연봉 2~3억 받는 인재는 그만큼 역할을 할까?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큰 조직에서라면 그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물론 인사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신입 직원이 내뿜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조직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의사결정을 수반하는데, 그것을 수용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해 줄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하다. 아직 제품화되지 않은 삼성 내에서 뛰어나고 숙련된 수많은 아이디어의 순번을 제치고 채택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그만큼 뛰어난 특 S급 인력이라는 전제도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도 이런 인재 확보 전략을 전개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일단 눈을 돌려 국내에 ‘신입’ 연봉을 3억가량 주는 직업군을 찾기 매우 어렵다. 몇 년간의 수련 기간과 경력을 거친 경력직 의사나 운 좋게 승소하여 성과보수 받는 변호사들이 급여가 아닌 보너스 개념으로 상당한 소득을 거둘 수 있겠지만, 그 돈은 내년에도 확정적으로 약속된 금액이 아니다. 사실 대형 로펌에서 이제 막 입사한 신입 변호사들이 성과보수를 받는 경우도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급여가 적다면, 감수하고 고용 보장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것인데, 급여 수준이 연간 3~4억 이상이 되는 ‘신입’ 직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기업은 기회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져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몇억가량의 연봉을 받는 중견 기업 이상 임원들은 2~3년 정도 임기의 계약직 신분이지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2~3년 근무한 뒤 기간 연장이 되는 조건인 경우가 많은데, 그마저도 연장 없이 한 번의 임기만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인재는 상대적으로 매우 어린 나이에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인력인 경우가 많고 그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할 텐데,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요구도도 높은 편이라 제공받게 되는 정보에 다소간 제약이 있다. 사전에 포괄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선발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리스크를 수반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볼 때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우리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도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것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점차 많은 학생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만 몰리는 추세인데, 굳이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학업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이 바로 현장 실무에 뛰어들어 고액 연봉을 받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한 줄기 빛 같은 루트라도 청년들에게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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