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7)-한국의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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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7)-한국의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신희섭
  • 승인 2024.08.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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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총, 칼, 활.’ 인류학의 명저인 『총균쇠』처럼 들리는 이 3가지는 2024년 파이 올림픽에서 한국이 가장 두각을 보인 종목이다. 메달 획득과 관계없이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는 죽을 힘을 다했다. 그런 선수들에게 세계인들은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유독 3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실력을 보였다.

다음 올림픽은 미국 LA에서 개최된다. 1984년에도 올림픽을 유치한 곳이라 1984년 LA 올림픽을 보여주는 매체나 영상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4년 뒤 서울 올림픽 경기도 찾아보게 된다. 문득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게 된다.

1984년과 1988년 올림픽 때와 지금은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올림픽 경기에 대한 관심과 열기 차이다. 1980년대는 TV 보급이 약했고 TV채널도 3개 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면 많은 사람이 TV 앞에 모여서 함께 시청했다. 그런데 지금은 올림픽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도 많다. 또 올림픽 경기도 유튜브에서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 온도에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두 번째는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주종목도 달라졌다. 1980년대의 ‘메달밭’은 유도, 레슬링, 복싱 같은 종목이었다. 맨몸 투기 종목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총, 칼, 활’이 되었다. 사격, 펜싱, 양궁으로 효자 종목이 바뀌었다.

게시판 등에서는 ‘한국이 전투민족이다. 예전에는 맨몸으로, 지금은 도구를 쓴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 스포츠에서 시대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맨몸에 악으로 깡으로 메달을 따냈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신체 조건에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분야들에 선수들이 예전처럼 몰리지 않는다. 우리의 사는 방식이 달라졌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스포츠에 기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과 팬들의 사고방식이 달라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예전에는 은메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이 죄지은 자처럼 어두웠다. 그런데 지금은 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가 죄의식을 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선수들을 보면서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다. 4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이다.

이렇게 발전한 스포츠와 달리 우리 정치는 지금 어떤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8월 15일 광복절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줄줄이 통보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 속하는 이종찬 광복회장은 “용산에 밀정이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정부가 뉴라이트 계열로 불리는 이들을 중요 단체의 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는 오직 국내정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외교전문지 『DIPLOMACY』에서는 사도광산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 대통령이 ‘완벽한 공범’이라고 평가했다. 잡지의 외부 필진이 쓴 글이라 개인적인 평가가 붙어있다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이 잡지사의 편집팀이 혹독한 평가 문구를 걸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도 동의한다는 것이다.

외교전문지가 외교를 혹평하는 것이나 광복회 등의 기관이 광복절에 불참하겠다는 것이나 원인은 한 가지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가기 때문이다.

정치학적으로 ‘보수(conservative)’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면서도 세상을 앞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사상이다. 혼란스럽게 보수와 섞여 있는 것이 ‘수구 혹은 반동(reactionary)’이다. 이념의 축 오른쪽의 중간에 보수가 있다면 수구 혹은 반동은 오른쪽 가장 끝에 있다. 이 입장은 과거를 미화하고 발전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기를 원한다. 독일에서 히틀러 시기 독일제국의 위대함을 숭상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수구와 반동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제국주의 일본의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더 나가 마치 일본이 선물을 주듯이 한국을 근대화시켰다고도 주장을 한다. 독립운동을 통해 국가를 다시 찾으려는 운동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한다. 이들의 문제점은 과거에서 나오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를 있게 만든 과거의 우리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보수라고 규정한 많은 시민들도 정치 때문에 힘이 든다. 도대체 우리 시계는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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