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었던 PSAT, 인강과 다양한 문제 풀이 통해 극복”
“답안은 과목 특성 고려해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데 중점”
“미래에 대한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험생에게 가장 힘든 것을 묻는다면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꼽을 것이다. 특히 실패가 거듭될수록 과연 계속 공부를 한다고 해서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잠식돼 페이스를 잃고 좌절하기 쉽다. 그런 불안을 이겨내는 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그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 수험생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 마침내 꿈에 다다르는 이들이 있다. 2024년 입법고등고시 일반행정직 수석 합격을 거머쥔 이다영 씨도 그랬다. 그는 1차 PSAT에서 거듭 낙방하며 2차시험에 응시할 기회도 얻지 못했을 때, 5급 공채 면접시험까지 치렀지만 결국 탈락했을 때도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았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낸 성과이니 기쁨도 남다를 터. 합격 소감을 묻자 이 씨는 “우선 최종합격자 공고문에 제 수험번호를 발견했을 때 정말 기뻤고 수석 합격이라는 소식까지 듣게 되어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수석 합격자들에 비하면 정말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해 민망하기도 하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수석 합격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자신의 역량보다는 주변의 도움을 강조했다. 이 씨는 “수험생활 초기에 1차에서 연속으로 떨어졌을 때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이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선택을 의심하지 않고 지지해 줬다”며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5급 공채 면접에서 탈락한 이후에 면접 스터디를 함께 했던 최종합격생들에게 수험생활이나 공부 방법 등에 대해 열심히 조언을 구했고 11월부터는 답안작성 스터디에 들어가서 이번 2차시험까지 꾸준히 다른 분들과 함께 공부했는데 모르는 부분을 서로 알려주며 토론하고 힘들 때마다 응원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입법고시라는 어려운 도전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전공 공부를 하면서 배우고 느낀 부분의 영향이 컸다. 충북 청원고를 졸업한 이 씨는 서울대 인류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사회집단이나 새로운 사회 현상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연구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분석을 넘어 새로운 정책 대안이나 법률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도전의 길은 험난했다. 이 씨는 5급 공채와 입법고시를 포함해 2차시험에만 8차례 도전한 끝에 오늘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첫 관문인 PSAT부터 그의 발목을 잡았다. 수험 초기 연속으로 PSAT에서 떨어진 이 씨는 상황판단 인강을 수강하면서 볼펜, 문제 푸는 순서, 사고방식을 모두 바꿨다.
그는 “특히 상황판단의 법조문 유형이나 글 이해 부분, 논리 퀴즈 등은 언어논리에, 숫자를 활용한 아이디어나 계산은 자료해석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황판단 실력을 올리니 언어논리나 자료해석 실력도 동반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강의를 수강한 후에는 ‘양치기’ 전략으로 5급 공채, 입법고시, 민간경력자 등의 기출문제와 모강을 중심으로 문제 풀이 능력을 키웠다. 전국 모의고사에도 꾸준히 응시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실전에서 시험 운영이나 문제 풀이에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활용했다.
올해 입법고시 1차를 준비할 때는 2주간 입법고시 10개년 문제를 매일 풀고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고난도 모의고사를 격일로 풀면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이번 입법고시에서 언어논리 100점, 자료해석 87.5점, 상황판단 87.5점으로 평균 91.66점의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입시 PSAT은 언어논리는 평이한 데 반해 자료와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지문이 5급 공채에 비해 길지만 문단 간 연계가 적은 언어논리는 발췌독을, 그중에서도 논리문제는 기호화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자료해석의 경우 세밀한 계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5급 공채와 유사하게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거나 어림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고 평했다. 상황판단은 법조문 길이가 길고 퀴즈형이 까다로우면서도 높은 비중으로 출제되는 점을 고려해 입법고시 기출과 고난이도 모의고사를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선지를 최대한 줄여서 남은 선지 중 하나를 찍는 방법도 정답률을 높이는 요령으로 소개했다.
2차시험은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답안 스터디 참여자들과 올해 3월부터 답안 작성 겸 생활 스터디를 조직해 4인실 스터디룸에서 함께 공부했다. 3순환 스케줄에 따라 아침 8시부터 50점~100점 답안을 작성한 후 피드백을 했다. 이어 개인 공부를 하고 저녁 10시부터는 다른 과목의 50점 답안을 작성한 후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3순환 강의는 실강을 인강으로 전환해 학원에서 답안을 작성한 뒤 인터넷으로 수강하는 방식으로 하루에 최소 2과목씩 최소 150~200점 분량의 답안을 작성했다. 이 씨는 “토요일에는 행정대학원에서 진행하는 특강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들로부터 직접 채점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2차에서 특히 중요한 과목은 무엇인지 묻자 “점수 편차가 큰 경제학과 정치학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행정법이나 행정학은 과락이나 40점대를 받기 쉽기 때문에 모든 과목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 씨는 “수험기간 내내 어느 한 과목도 안정적으로 고득점할 수 있는 전략과목이 없어서 항상 고민이 많았다”며 “이에 올해는 선택과목을 제외한 네 과목 중 어느 하나라도 고득점을 받아야 했는데 잘하는 과목이 없으니 일단 모든 과목의 문제 풀이와 답안작성을 절대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은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겨울 1, 2순환 강의를 수강한 후 올해 3순환까지 들으며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재와 모의고사 등을 위주로 문제 풀이를 했다. 해당 강의가 경제학적 이해와 수학적 응용을 모두 이용해 어려운 편이었지만 경제학이 어렵게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기 좋다고 생각해 버거워도 수업을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92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행정법은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과목이었다. 이에 답안작성을 절대적으로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이 씨는 올해 3순환 모의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모의고사 대학 모의고사 등을 구해 아침과 저녁 스터디를 활용해 꾸준히 답안을 작성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은 65.66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행정법은 다양한 문제를 풀다 보면 반복되는 주제가 정해져 있고 답안을 돌려보며 채점해 주는 과정에서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가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은 행정학이었다. 행정학의 전반적인 체계나 개별 이론에 대한 이해, 이론 간 연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이후 행정학과 정치학 스터디에 들어가 올해 입법고시 1차 직전까지 격일로 답안을 작성했다.
또 2순환 실강을 들으며 매일 행정학 답안을 작성했고 올 1월에는 1순환 강의를 수강하며 개별적으로 매일 기출 답안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씨는 “이번 시험에서는 행정학에서 56.66점을 얻었는데 입법고시 2차시험을 마친 뒤 행정대학원 교수님들과 답안 상담을 하면서 목차를 세분화해 두괄식으로 좀 더 다양한 이론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다른 분들은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시면 답안작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수험 팁을 전했다.
정치학은 내용이 방대해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의 편차가 문제가 됐다. 그래서 행정학과 함께 스터디를 꾸려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다. 올 4월부터는 매주 일요일에 답안특강을 들었고 스터디에서는 기출문제와 대학 모의고사를 활용해 시험에 대비했다. 이 씨는 “그럼에도 2문에서 함의나 3문에서 인식공동체 등에 대해 다소 부족하게 서술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67.66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은 정보체계론을 택했는데 필수과목 위주로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2차시험 일주일 전 일요일과 시험 하루 전날, 올해와 작년 정보화백서를 위주로 스터디원과 주요 이슈에 대해 대화하듯이 말하며 공부했다.
이 씨는 “결과적으로 필수과목 위주로 공부하면서 EU AI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제시문에 나온 정도로 얕게 공부해 25점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답안 작성에서는 “채점자가 쉽게 답안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각 과목의 특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씨는 “특히 답안작성 시 뒷부분으로 갈수록 글씨가 조악해져서 읽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암기량을 늘려 답안을 기계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해 뒷부분에 글씨가 뭉개지지 않도록 했다”고 약점 극복법을 설명했다. 또 논문 과목에서는 내용을 단순 나열하기보다 체계적으로 구조화해 작성하도록 노력했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도 스터디를 활용했다. 일반행정직 3차 응시자 전원과 면접스터디를 구성해 매일 집단토론, 개인발표, 개별면접에 대비한 연습을 했다. 이 씨는 “면접에서 중요한 점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입법고시는 면접 준비기간이 매우 짧아 면접 스킬을 익히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스터디를 통해 집단토론의 진행 방식이나 개별 발표문 작성의 기본적인 틀을 잡고 면접에서는 내 생각을 면접관들에게 솔직히 전달하고자 했다”고 입법고시 면접 노하우를 설명했다.
이제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최종 합격, 그것도 수석 합격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얻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도달하기까지는 힘든 시간이 길었다.
이 씨는 가장 힘들었던 일로 “수험 초반에는 PSAT을 잘하지 못해 2차 응시조차 하지 못한 것이, 중반에는 2차 과목 중 잘하는 게 없어 오랜 수험기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며 “특히 지난해 면접에서 탈락한 뒤 다시 2차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부를 다시 해도 내년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런 실패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긴 시간 매일의 일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씨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원들과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며 회식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좋은 분들이랑 공부를 함께 하면서 의지할 수 있었기에 그 전에 비해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험이 임박했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입시 2주 전쯤 모든 과목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멘붕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혼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쉬는 시간을 갖고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공부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합격의 비결로 꼽은 만큼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손을 내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수험생활에 관해 각자의 다양한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주위에는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나 수험생, 교수님, 강사님 등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주저하지 마시고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과 응원을 전했다.
마침내 최종 합격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이곳이 종착역은 아니다. 이제는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 다른 도전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 씨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스스로 발전해 사회 전체의 공익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험생활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가 오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비결로 꼽은 고마운 이들에게 진심을 가득 담은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오랜 수험생활을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해 준 영하, 은진, 상아, 보라, 지욱이와 진영, 민수, 가영, 형민 언니를 비롯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긴 수험생활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면접 스터디 이후에도 잊지 않고 다양한 조언을 준 지혜, 대훈, 종선, 범규, 자욱이와 정말 제가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은 미품대사 수현, 소민, 수진이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