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난도, ‘낮음’ 57.5%·‘높음’ 11.5%·‘비슷’ 31.0%
어려웠던 영역, ‘언어이해’ 66.1%…추리논증 33.9%
응시자의 절반 이상 53.3% ‘논술 폐지 바람직’ 의견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이 지난 21일 시행됐다. 응시자들의 전반적인 평가에 따르면, 올해 시험의 난이도가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이해 영역보다 추리논증 영역의 난도 하락이 더 컸다는 평가다.
법률저널이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시험의 난이도가 전년 대비 낮아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5%(1050명)가 올해 리트의 난이도가 전년 대비 ‘낮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높았다’고 답한 응시자는 11.5%(210명)에 불과했으며, ‘비슷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1.0%(566명)였다. 이는 응시자 대다수가 올해 시험을 작년보다 쉽게 느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또 영역별 난이도 평가에서 ‘어려웠던 영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6.1%(1,207명)가 ‘언어이해’를 선택한 반면, ‘추리논증’을 꼽은 비율은 33.9%(619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반적인 난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언어이해 영역이 여전히 응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올해 리트의 원점수 평균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추리논증 영역에서의 원점수 상승폭이 언어이해 영역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올해 표준점수 분포에서도 ‘언어이해는 높고 추리논증은 낮은’(언고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두 영역 간의 점수 차이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난도 하락은 최근 몇 년간의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2024학년도 리트에서는 언어이해 영역의 원점수 평균이 15.25점, 추리논증 영역은 22.20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5점, 0.95점 하락하여 ‘불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언어이해는 높고 추리논증은 낮은’(언고추저) 표준점수 분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로스쿨 지원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경쟁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변별력 확보를 위해 리트의 난도도 상승하는 추세였다. 올해 리트 지원자 수가 약 2만 명에 달하는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많은 전문가는 난도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올해 시험의 난도가 낮아진 배경에는 정병호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지난 5월 언론 간담회에서 리트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 원장은 ‘적성시험’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리트가 ‘성적으로 줄 세우기’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난도 상승으로 인해 시험이 학벌이 높고 연령대가 낮은 학생들에게 유리해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올해 리트의 난도 하락은 시험의 본질적 목적을 회복하고 다양한 평가를 지향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전형에서 리트의 난이도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향후 리트 운영 방식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논술 영역에 대한 응시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이 영역의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3%(973명)가 논술시험 ‘폐지’에 찬성했으며, ‘유지’를 주장한 응답자는 21.3%(389명)에 그쳤다. 한편, 25.4%(464명)는 ‘모름’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논술 영역의 본래 취지와 현실적인 활용 사이의 괴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논술 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과 법조 현장에서 필요한 논증적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제 입학전형 과정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개별 로스쿨의 자율성에 있다. 각 로스쿨은 논술답안의 채점 여부와 활용 방법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논술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제한적이다. 심지어 일부 로스쿨은 입학전형에서 논술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응시자들 사이에서 논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시험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상보다 많은 수의 응시자들이 3교시 논술시험 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조기 귀가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논술 영역이 입학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인식과 더불어, 응시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다른 영역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와 현상은 리트 시험 체계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논술 영역의 존폐 여부나 그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시험 제도의 변경을 넘어, 법학교육의 목표와 법조인 양성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법학적성시험 운영 기관과 로스쿨들은 이러한 응시자들의 의견과 현실적인 활용도를 고려하여, 논술 영역의 개선 방안이나 대체 평가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법학 교육에서 논증적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관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