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학교폭력처분은 그때그때 다르다? 신뢰받지 못하는 학폭위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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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학교폭력처분은 그때그때 다르다? 신뢰받지 못하는 학폭위 처분
  • 신정우
  • 승인 2024.07.09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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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법률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판사의 판단을 받게 된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수년간의 법조 경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가 판사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엘리트 판사가 내린 판결이라 할지라도 2심이나 3심에서 원심과 전혀 다른 결과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사건을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학교폭력사건은 판사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른바 ‘학폭위’)에서 판단하는데 심의위원의 구성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 시행령 제14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을 보면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14조 제1항에서는 교육지원청의 국장 또는 과장, 교원 재직 경력자,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학교전담경찰관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판단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교육청 관계자, 교사, 변호사, 경찰관 등과, 최소 3분의 1 이상의 학부모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학교폭력사건에서 판사도 어려워하는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사건의 판단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라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 학생의 선도 가능성, 당사자 사이의 화해의 정도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법 규정은 여기서 멈추고 자세한 기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어떤 행위가 심각한 행위인지, 어느 정도 기간을 기준으로 지속성을 판단해야 하는지, 고의가 아닌 행위는 과실이어서 처음부터 학교폭력 행위라고 볼 수 없음에도 고의성을 판단 기준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즉 판사도 어려워하는 ‘판단’을 법률가도 아닌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교사 등이 해야 하는데, 판단 기준조차 모호한 탓에 학폭위 처분이 사람이나 장소,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한대 가격했다면 누구는 한대만 친 것이므로 심각성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잘못하여 눈을 맞았으면 실명할 수도 있으므로 매우 심각한 폭력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같은 행위지만 전혀 다른 처분이 나올 수 있어 학폭위 처분이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신정우 법무법인 프런티어(포항사무소) 대표변호사
신정우 법무법인 프런티어(포항사무소) 대표변호사

학교폭력 사건을 모두 법정으로 가져가 판사의 판단을 받는 것이 어렵다면, 처분 기준을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치 2주 이상 상해 진단서 제출 시 보통, 4주 이상 진단서 제출 시 높음 등으로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지속성’도 1개월간 지속하였다면 보통, 2개월 이상 지속하였다면 높음, ‘고의성’은 ‘우발적’이라면 낮음 ‘계획적’이라면 높음 등으로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그때그때 다른 처분이 아닌 일률이고 예측 가능한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고, 학폭위 처분은 더욱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으로 인해 학폭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으로 불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학폭위 처분이 일률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면, 그래서 신뢰할 만하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처분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하여 시간, 장소, 사람과 관계없이 일률적이고 예측 가능한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학폭위 결정이 지금보다 더 신뢰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무법인 프런티어 포항사무소 신정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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