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병원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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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원이라는 말
  • 최용성
  • 승인 2024.07.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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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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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쓰는 말 중 생각할수록 가장 이상한 말이 병원(病院)이다. ‘병자를 치료하는 집’ 또는 ‘병든 사람이 입원하여 치료받는 집’이라는 뜻인 줄은 안다. 의료법에서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병상 30개 이상. 종합병원은 100개 이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병자가 입원한 곳’이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자어 자체만 풀이하면 병원은 “병든 집”이나 “병이 있는 집”이지 ‘병자원’으로 풀이될 수는 없다. 병자가 곧 병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병원이라는 말을 쓰거나 들을 때마다 마치 병이 득실대는 곳 같은 느낌이 들고는 한다. 왜 치료원이나, 의료원, 치유원 같은 좋은 표현을 두고, 상급의료기관에 굳이 병원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쓰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전통 의학의 역사에서 병원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서양의학이 처음 조선에 도입된 이후 나라에서 세운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의 이름도 ‘민중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뜻의 제중원(濟衆院)이었다(설립 후 2주 정도는 광혜원((廣惠院)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병원이라는 이름과는 차원이 다른, 고귀한 명칭이다. 그럼, 병원이라는 이름은 언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을까? 이에 관하여 잘 정리한 논문이 있다. 김영수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및 의학사연구소)가 쓴 <근대일본의 ‘병원’: 용어의 도입과 개념 형성을 중심으로>(대한의사학회 발행, 『의사학』 제26권 제1호(통권 제55호), 29∼58쪽, 2017년 4월)가 그것이다. 김영수 교수에 따르면, “일본 역사 속에서 처음 병원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787년에 출판된 모리시마 주료(森嶋中良)의 저서인 『홍모잡화(紅毛雑話)』 1권(卷之一) 속의 ‘병원’이라는 항목에서이다. 이 책에서는 ‘명나라에는 가스토후이스(gasthuis, ガストホイス)라는 집이 있어, 명나라 사람들은 이를 병원이라고 번역한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병원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였다”(위 논문, 34쪽)는 것이다. 일본에서 양생소(養生所)라는 좋은 말 대신 병원이라는 말이 실제 사용된 것은, 메이지 시기 이전인 “1868년부터 1869년에 일어난 보신전쟁(戊辰戰爭) 때”(위 논문 33쪽)라고 한다. 이 시기에 “각지의 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의료시설을 지칭하는 용어로 ‘병원’을 사용했다”(위 논문, 34쪽)고 한다.

조금 더 살펴보면, “가네쿠보는…메이지 정부가 1870년 2월에 독일 의학을 채용할 것을 결정하면서 병원이라는 의료시설이 등장하였고, 그 용어는 ‘hospital’이 아니라 ‘krankenhaus’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병원은 이미 막부 말기의 학자들이 서구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고, 개념도 도입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독일의학과의 상관성에 의해 병원이 등장하였다는 그의 가설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사용된 개념”(위의 논문, 43면)으로 “1862년 사절단이 서구의 공공기관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병원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었고, 그 시기를 전후하여 사전에도 병원이라는 단어가 수록되었음…여기에 메이지 신정부의 의료위생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병원이라는 용어는 의료시설을 지칭하는 공식적인 용어가 되었다.…1933년에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병원, 의원, 진료소 명칭의 사용 제한이 전국적으로 적용되면서 비로소 각 용어의 개념이 자리 잡아가게 되었다”(위 논문, 52∼53쪽)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식민지 조선에서는 조선총독부의원, 자혜의원 등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공적 의료시설에 의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일반 개업의가 설립한 의료기관에는 병원, 의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사실”(위 논문, 53족)이다. 우여곡절이야 어떻든 결국 병원이라는 한자어는 일본의 의료체계 확립과 함께 일제 식민지 강점기 시절 우리에게 이식되어 지금까지 내려온 셈이다. 일본이 만든 번역어라고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환자를 치료하는 중요한 곳의 주인공이 ‘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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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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