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적극행정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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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적극행정의 단상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7.05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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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기술문명의 이기 중에는 달리는 이정표 격인 내비게이션이 있다. 이전에는 노면 또는 입석 표지판을 의지하다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생활화하면서 편해도 너무 편한 운행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차량 속도 대비 지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애먼 길로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특히 고속도로 분기점에 녹색, 분홍색의 노면 색깔 유도선이 등장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10년가량 됐을 법하다. 처음 이를 접하고서는 ‘누구 생각일까? 당연히 등 외국 시스템을 모방했겠지?’ 등으로 생각했을 뿐 더 이상의 궁금증은 멀리했다. 그런데 이용하면 할수록 감탄을 자아내기에 족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진짜 누가 냈을까??’ 그럼에도 게으른 습관으로 억지로 궁금증을 닫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색깔 유도선을 도입한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도입 13년 만에 국민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5월 7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를 통해 유공자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부혁신 유공 시상식’ 개인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색깔 유도선을 도입한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어, 우리나라 사람이 낸 아이디어네...’라는 놀라움과 한편으로는 ‘어, 근데 유도선은 10년 전부터 봤는데... 왜 이제 포상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후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고 그제야 2011년 5월 시범 설치한 이래 우여곡절 끝에 제도적으로 안착한, 13년이 지난 올해 정부포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면 색깔 유도선은 현재 고속도로에만 900여 개 설치되는 등 안정적 시행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나들목 등에서의 사고가 40%가량 줄어들면서 확장일로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포상 소식에 “왜 이제야 주느냐” “포상 외에도 상금도, 승진도 베풀어야 한다” 등 네티즌들의 우호적인 댓글이 넘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수많은 갈등이 있었고 특히 실패에 따른 책임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때마침 당시 불기 시작한 정부의 ‘적극행정’ 분위기에 힘입어 과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책임 부담 등으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는 뻔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일선의 실무자들은 저렇게 적극행정을 펴는 동안 결재 책임자, 정책책임자들은 무엇을 했던 것일까, 포상에서의 적극행정은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것 아닐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수년 전 기자는 심각한 보이스피싱(스미싱)을 경험한 적 있다. 사실확인에 들어갔더니 뻔한 사기행각도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은 상담에 응했던 담당경찰의 태도였다. “확인 전화는 잘하셨다”가 전부였다. 확보한 사기꾼 핸드폰 번호조차 알려 하지 않았다. 확인해 봤자 방도가 없다는 투였다. ‘자칭 민중의 봉사자라는 경찰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불쾌감이 떠나질 않았다. 그 이후로 기자는 사설 ‘OO’라는 앱을 설치해 보이스피싱 등에 대비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발명한 앱으로, 이용자들이 스팸 여부의 정보를 등록하면 모든 이용자가 해당 번호를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앱이다. 그러면서 그 효용성을 따지자니 경찰이라는 공권력 서비스보다 더 유용하고 생활밀착형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갖게 됐다.

언젠가부터 정부, 공공기관 곳곳에서 적극행정을 펼친다며, 이를 포상한다며 호들갑들이다. 어쩌면 대국민 서비스를 펼치는 것이 공공기관의 목적이고 보면 포상 이전에 적극행정은 당연한 법이다. 요란하지만 실속 없는 적극행정이 아니라, 감동이 와닿는 진솔한 행정이 앞설 때 국민은 누구나가 지지하기 마련이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 헌신자’라고 공직자들은 자칭하지만, ‘합당한 월급을 받는데 무슨 봉사, 헌신이냐’며 반문하는 국민도 있기 마련이다. 봉사, 헌신이 아닌 행정서비스를 팔고 그에 합당한 월급을 받되 신분이 보장되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본연의 공적인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는 자세가 앞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적극행정은 포상의 유인책이 아닌 본연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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