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4)-여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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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4)-여름날의 추억
  • 박준연
  • 승인 2024.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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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해마다 이 계절이 돌아오면 뉴욕의 첫 회사에서 서머 어소시에이트로 보낸 여름을 생각한다.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은 로펌에서 로스쿨 여름방학 중 두 달 동안 운영하는 인턴십에 가까운 프로그램인데, 일반적인 회사의 인턴 프로그램보다 정형화되어 있고, 업무 외에도 재직 중인 변호사들과의 여러 교류 이벤트를 함께 개최하기도 한다.

나는 뉴욕의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다들 가보고 싶어 하는 뉴욕이지만 로스쿨 공부를 따라가느라 뉴욕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로스쿨 근처를 산책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로펌에 지원하면서 면접 보러 다닌 것이 로스쿨에서 좀 떨어진 맨해튼 지역에 가볼 최초의 기회였다.

2L이라고 불리는 2학년 여름방학 때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뉴욕다운 활동도 경험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주는 아침을 먹으며 이른 아침부터 각 부문의 업무 소개를 듣고 점심은 1, 2년 차 주니어 변호사들과 함께 나가서 먹었다. 매일 점심 외식할 예산을 회사에서 배정하므로, 주니어 변호사들도 평소에 가고 싶던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드라마에서 보거나 이름만 들어본 맨해튼의 여러 레스토랑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업무 시간 후 저녁에도 거의 매일 이벤트가 있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브루스 스프링스틴 콘서트를 보러 간 적도 있고 트라이베카의 쿠킹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배를 빌려 맨해튼섬을 일주하는 이벤트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탈것에 멀미하므로 배 앞까지 가서도 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연세가 지긋하신 선장분이, 내가 배의 안전을 걱정한다고 생각하신 건지 해군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탄 배가 사고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씀 덕분인 것도 있고, 이벤트 참가도 일종의 일이라는 생각도 있어서 용기를 내어(?) 배에 탔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을 안주로 포도주와 맥주를 마시는데, 나는 배의 흔들림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둑어둑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고 배는 자유의 여신상 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또 그때 배에서는 큰 음량으로 프랭크 시내트라의 뉴욕, 뉴욕을 틀어주었다. 유명한 가사인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눈을 뜨고 싶어”라는 부분을 포함하여, 이 곡의 가사가 그렇게 와닿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 여름은 그 전 가을에 로스쿨을 그만둘까 하고 고민하다가 맞은 여름이기도 했다. 첫 학기에는 로스쿨 공부 때문에 고전을 하고, 두 번째 학기에는 구직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로스쿨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어찌어찌 졸업하더라도 이 분야를 업으로 삼는 것이 맞는 일인지 하는 고민을 겪은 후, 그래도 일단 졸업은 하자고 마음먹은 후 첫 번째로 맞는 여름이었다.

그해 여름은 서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 마지막 날, 회사에서 고용 제의를 받고 동기들과 회사 근처 카페에서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로스쿨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때 그 여름 내내 쌓였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출근용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기숙사 카펫 바닥에 누워서 잠들었던 것도 아직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세월이 꽤 지난여름의 기억을 복기하는 것은, 그때의 긴장감, 에너지도 함께 기억하면서 눅눅한 장마철에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기분을 다잡고 싶어서이다. 그와 함께, 비슷한 도전, 그리고 종류는 다르지만, 새로운 도전을 이 여름에 시작하시는 독자분들께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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