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 16편-'제도'를 위한 '문지방'은 걷어치워라
상태바
[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 16편-'제도'를 위한 '문지방'은 걷어치워라
  • 조용호
  • 승인 2024.07.03 14:57
  • 댓글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열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취업 후 실명을 밝히며 열 여섯 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거듭 밝힌다. - 편집자 주 -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물리학에 역치(閾値, threshold) 또는 문턱값(threshold value)이라는 용어가 있다. 문턱값이란, 어떤 현상을 일으키기 위하여 계(系)에 가해야 하는 물리량의 최소치를 말한다. 물이 기체화하는 섭씨 100도와 고체화하는 섭씨 0도인 경우처럼 물리학적 문턱값은 불변한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로스쿨 졸업생으로 한정한 경우처럼 법조인양성제도의 문턱값은 정책적으로 가변적이다. 여담으로 연애 상대로서의 문턱값이 배우자로서의 문턱값보다는 일반적으로는 낮은데, 필자는 결혼 전제로 한 20여 차례의 소개팅(혹자는 남녀 나이를 합해 70이 넘으면 선이라고 한다)에서 애프터를 받아주셨던 분이 단 2명이었을 정도로 이성교제의 문턱값이 매우 높았었다.

문지방(門地枋)을 넘지 못해 뱅글뱅글 도는 로봇청소기가 문지방을 넘게 만드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로봇청소기가 문지방을 넘을 수 있도록 경사진 문지방 받침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둘째는 문지방을 없애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군 입대 후 현재까지 20여 년간 경험한 농촌의 변화, 6년 차 영업사원으로서 영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며 느꼈던 점을 토대로 로스쿨제도로 생긴, 법조인이 되기 위한, 불필요한 문지방을 없애는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려 한다.

2. 본말전도된 로스쿨제도의 문지방(‘기본권 실현 수단’이 아닌 ‘제도’를 위한 문지방)

(1) 초노령화 여파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문지방을 확 낮춘 농촌

필자의 아버지는 매우 엄하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학교 다녀오면 부모님 일손을 도우러 들로 갔기에 숲에 옹기종기 모여 노는 아이들이 부러웠었다. 이윽고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명문고가 있는 도시로 전학을 보내셨다.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음을 알게 된 계기는 군 입대 후 9박 10일 상병휴가를 이용해 시골에서 일하면서였다. 5일 차에 코피가 10여 번 났다. 그 이후로는 20여 년간 매년 농번기에 시골에 가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 외국인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시골에 연세 많으신 분들이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일할 분들이 줄자, 인근 도시에 일꾼들을 모시러 가기 시작했고, 2017년 즈음해서는 시골에 외국인노동자들이 간혹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가 주춤했었으나, 올해는 21명 일했던 날 3명(아버지, 어머니, 필자) 제외하고 18명 전원 외국인노동자였다. 덕분(?)에 쓸 일 없었던 영어와 중국어로 작업지시를 했었다.

법무부는 농번기의 고질적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고, 농촌 지역 곳곳에 용역회사들이 외국인노동자를 알선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인건비로 용역회사에 주는 비용이 1일 12만 원~14만 원이다. 국내 노동자들의 일당이 이보다 낮은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일손 부족 현상으로 노동시장의 문지방을 확 낮춘 것으로 판단된다.

(2) 영업사원으로서 느낀 문지방의 의미

2019년 입사해 5년 정도 다녔던 회사는 경쟁회사가 없는 사실상 독점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였다. 전국에 250여 개 고객사가 있었기에 기존의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미도입한 잠재 고객사를 방문하기 위한 콜드 콜(Cold-Call,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을 임의로 방문 또는 전화하는 영업활동)을 통해 영업을 성공한 사례도 제법 있었다. 예컨대, 정부 A기관은 설립준비단 때부터 1년 6개월 동안 20여 차례 전화하고 Demo 미팅을 추진한 끝에 2년간 매년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내기도 했다. 전략사업팀장·기업사업팀장·공공사업팀장을 순차 맡으며 전국에 산재한 250여 개 고객사를 대부분 방문할 수 있었는데, 이미 납품한 고객사의 문지방은 매우 낮았다. 고객들이 바쁘신 것을 알기에 고객들이 구매한 제품을 운용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장애나 이슈 발생 시 야간이나 주말에도 신속히 조치하는 영업사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업무수행을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은 고객사의 문지방은 훨씬 더 낮았다.

올해 1월 이직한 회사에서 영업활동 하며 느낀 문지방은 이전 회사보다 높았다. 현재 회사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솔루션을 판매하는 총판사지만 솔루션이 출시된 지 오래되지 않아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이미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콜드 콜로 제품소개 미팅 잡는 것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소장을 제출했는데 각하를 통보받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특유의 넉살과 집요함으로 높은 문턱을 넘어 미팅에 성공해 실적을 내는 과정이 영업사원의 숙명이리라.

영업사원으로서 느낀 문지방의 의미는 ‘기회’이다. 문지방이 높으면 문지방에 걸리는 기회가 많은 것이고, 문지방이 낮으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이다. 5년여 동안 최소 300여 기관에 영업을 진행한 필자에게 가장 높았던 문지방은 국가 B기관의 문지방이었다. 3년 전에 국가 C기관 영업담당자로서 인접한 B기관에 1년에 걸쳐 20여 차례도 넘게 전화해 미팅에 성공했었는데, 담당자를 확인하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었다. 물론 미팅 이후 제품에 대한 Demo를 통해 계약부서 검토까지 진행됐었다. 올해 이직한 회사에서 취급하는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다시 담당부서와 담당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재차 B기관의 높은 문지방을 절감했다.

3. 에필로그

군 상병 휴가 때 시골 가서 일할 때부터 작년까지 매년 마늘 수확과 엮는 작업을 도와주셨던 아주머님이 계신다. 그 아주머님은 농아자(聾啞者)시다. 올해는 눈이 불편해서 오시지 못했다. 아주머님께서는 20여 년 전에 마늘 수확하러 오셨을 때 눈으로 보시고 마늘 엮는 법을 익히셨었다. 엮으시는 분들의 일당이 더 높았기에 그 아주머님께서는 다른 분들보다 더 많은 일당을 받으셨고, 돌아가실 때 트럭에 자식들 주실 마늘을 싣고 모셔다드리곤 했었다. 차로 1시간 거리에 사시는 아주머님께서는 농번기에 부모님 댁 문간방에서 주무셨다. 통상 불편하기에 아무리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방을 내어주지는 않는데 그 아주머님은 예외였다. 몸이 불편하신 것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아주머님의 마늘 엮는 실력과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셔서 믿을 수 있는 분이었기에 방을 내어주셨던 것일 것이다.

로스쿨제도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꼽는 것이 국가장학금 지원제도이다. 장학금제도는 로스쿨입학이라는 문턱을 넘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험생이 로스쿨을 다닐 수 있도록 문지방 받침대를 설치한 것이다. 1년 등록금 평균 1,400여만 원에 대해 소득분위에 따라 등록금 전액부터 70%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의 문지방이 로스쿨 입학에 성공한 학생에게만 문제되는 등록금뿐인가? 과거 사법시험은 응시를 위한 문지방이 토익 700점과 법학 과목 35학점 이수였지만, 작금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위한 문지방은 학사 졸업·로스쿨 입학·로스쿨 졸업시험·5년 내 5회 응시 기회 내 합격 등 훨씬 많다. 예전에 사법시험 시절에는 학교별로 사법시험 준비반을 둬 경제적 지원을 적잖이 했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적은 비용으로 공부할 길이 있었기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에 존재하는 국가장학금 지원제도를 장점으로 포장하는 것은 조삼모사다. 왜냐하면, 로스쿨의 국가장학금 지원제도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겠으나, 합격 이후 최상위 엘리트 학생을 제외한다면 이미 연줄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로스쿨제도에 들러리 서는 것이라는 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가 가진 문지방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 실현’ 관점이 아닌 ‘로스쿨제도 자체의 존립’이라는 목적성 있는 법조인양성제도 설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법조인양성제도에 거추장스러운 문지방을 걷어치우는 결단을 촉구한다. 이는 필자처럼 이미 법조인이 아닌 삶을 사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문지방에 걸린 사람들과 필자의 자녀(기쁨이)를 포함한 미래세대를 위해서다.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4-07-15 17:29:58
왜 광탈했는지 알것도 같고

받침대에깔림 2024-07-07 18:05:29
로스쿨제도가 시행된지 15년이 되어가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하여 변호사 생활을 하는 이들을 보고있노라면 문턱이 과연 제대로 만들어진게 맞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법시험의 문턱은 그저 허들이었다. 토익700이상과 법학35학점 이 것만 넘는다면 누구나가 볼 수 있었다. 그 이외의 것은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변호사시험의 문턱은 꽉짜여진 통로느낌이었다. 학벌 토익 리트 부모배경 자금력 등등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변호사시험까지의 통로를 들어가지 못하게끔 설계되어있다. 그 결과 전보다 더 일률적인 변호사만 찍어내게 되었다. 사법시험시절로 돌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ㅇㅇㅇ 2024-07-04 20:28:19
공감합니다~

최간달 2024-07-04 11:07:57
사시출신들이 만든 지금의 법조 병폐를 보면서도 법률저널은 정말 구더..기같이 끈질기구나. 사시는 대학선후배 ,연수원기수 이것과 불가결로 연결되 부패고리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는 특히나 끼리끼리 봐주기가 아주 지독한 부패국가 아니냐? 지금의 부패한 검찰 법원을 보면서도 아직도 나라 더 들어먹고싶냐? 제발좀 작작해라. 지만 잘살면 된다는 의사놈들과 하나 다를게 없다.

신한민 2024-07-04 09:33:57
사시부활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 주장을 진지하게 읽어보자 해서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2번의 중간을 넘어가며 서론이 참 길구나하면서도, 그만큼 복잡다단한 문제니까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하며 계속 읽어 나가는데,

3번이 에필로그라니.

너무 황당한 마음에 법률 저널에 가입해서 댓글을 남긴다.

차라리 법률저널에서 앞에 서론을 안 넣었으면 이렇게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도 같다. 앞에서 그리 장황하게 서론을 달고 이어지는 글이 이렇다니. 글의 무게감이나 밀도를 비슷하게 맞춰야하지 않았을까.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