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55)-판결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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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55)-판결경정
  • 신종범
  • 승인 2024.06.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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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세기의 이혼재판’이라고 불리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금액(1조 3808억 원)과 위자료(20억원)가 인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선고 18일만에 기자 설명회를 열어 “항소심 판결의 주식 가치 산정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반격에 나섰다. 항소심 재판부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SK㈜ 가치 기여도를 잘못 산정해 최 회장의 기여도가 실제보다 크게 평가됐고, 노 관장의 내조 기여 부분도 과다 계산됐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는데, 이후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거쳐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인 주당 8원으로 줄어들었고, 최 선대회장 사망 직전인 1998년 5월 당시 가액은 주당 100원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00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격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려니 했지만, 최 회장 측의 기자 설명회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경정결정을 내리면서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1998년 주식 가액을 주당 1000원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됐고,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기존 12.5배에서 125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문은 수정하지 않으면서 “이번 경정은 최 회장 명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이고, 사실관계에 관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판결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 오류 및 기재 등에 대해서만 판결 경정의 방법에 의해 사후적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최 회장, 노 관장의 구체적인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판결경정결정에 대하여 판결경정의 대상인지에 관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재판부의 견해와 같이 사실관계에 관한 계산 오류로 단순 오기에 해당되어 판결경정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최 회장 측 견해와 같이 단순한 계산 오기가 아니라 판단의 전제가 된 중요 사항에 큰 영향을 미친 판단오류이기 때문에 경정으로 수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가사소송법이 준용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211조는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경정결정(更正決定)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경정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대해 대법원은 “일단 선고된 판결에 대하여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판결의 표현상 기재의 잘못이나 계산의 착오 또는 이와 유사한 잘못을 법원 스스로가 결정으로써 경정 또는 보충하여 강제집행이나 호적의 정정 또는 등기의 기재 등 넓은 의미의 집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고, 판결경정으로 주문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경정이 가능한 오류에는 그것이 법원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청구에 잘못이 있어 생긴 경우도 포함되며, 경정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그 소송 전 과정에 나타난 자료는 물론 경정대상인 판결 이후에 제출되어진 자료도 다른 당사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경우나 이를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경우에는 소송경제상 이를 참작하여 그 오류가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라고 한다. 또한, “판결의 경정은 시기적으로 제한이 없고, 상소에 의하여 사건이 상소심에 이심된 경우에는 상소심도 원판결을 경정할 수 있으며, 판결이 경정되면 당초의 원판결과 일체가 되어 처음부터 경정된 내용의 판결이 있었던 것과 같은 효력이 있다”라고 본다.

이러한 민사소송법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경정결정이 적법했느냐의 여부는 결국 판결경정으로 선고된 판결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순히 계산 오류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재산분할대상인 주식가치의 기여도에 상당한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판결경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것임을 밝혔다. 상고심에서 어떠한 판단이 내려질지 자못 궁금하다.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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