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희망이 기어이 현실로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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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희망이 기어이 현실로 이뤄지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6.2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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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재단법인 사랑샘이 지원하는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는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한 오탈자들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기한과 횟수를 동시에 엄격히 제한하면서 예외라고는 오직 군복무 하나만을 인정한다. 가족이나 본인의 질병, 경제적 사정, 임신이나 출산 등의 사유로도 오탈제를 피할 수는 없다. 결국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오탈제의 칼날에 꿈을 잃은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마중물 프로젝트에는 그렇게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잃고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이들에게 누군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 새로운 꿈을 찾아 행복해지길 바라는 오윤덕 사랑샘재단 이사장의 진심이 담겨 있다.

오 이사장은 마중물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이들에게 오직 한 가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기회, 여전히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그래서 에세이 한 편을 지원의 대가로 제시했다. 그리고 그 글들이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해질 마중물이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법률저널에는 매주 누군가의 갈증을 달래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마중물 에세이가 연재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오탈제가 얼마나 잔인하고 불합리한 제도인지를 보여주는 에세이를 받았다. 그 에세이는 글쓴이가 로스쿨에 입학한 후 처음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부터 마지막 다섯 번째 변호사시험을 치를 때까지 겪었던 치열하고도 고통스러운 싸움의 기록이었다.

그는 수시로 나타나는 공황장애와 언제 또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와 싸우며 공부를 해야 했고 치료를 위해 독한 약을 먹느라 몸도 상해 한 시간을 공부하면 세 시간을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심지어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중간에도 발작이 와서 힘겹게 그 시간을 버텨내고 난 후에 답안을 써야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써낸 답안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고 몰라서 풀지 못한 게 아니니 더욱 아쉬웠다고 했다.

병은 마지막 변호사시험을 치를 때까지도 글쓴이를 괴롭혔고 결국 그는 오탈자가 됐다. 글쓴이는 “기회가 있었지만 병으로 인해 시험을 제대로 못 친 것이 제일 아쉽고 억울하다”며 오탈제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 그러면서도 예외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헌법재판소와 법원도 한결같이 오탈제를 옹호하고 있지만 글쓴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만약에라도 오탈제도가 없어진다면 그때는 딱 1, 2년이라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으며 재정적, 신체적 준비를 하고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한없이 작은 희망을 기어이 붙잡고 있으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다른 꿈을 품는 것도 충분히 좋은 삶이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기회가 있었으면 다를까 하는 궁금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탈제가 헌법에 합치된다고 하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묻고 싶다.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의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 및 로스쿨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함”이라는 게 수많은 오탈자들의 시간과 노력, 인생과 꿈을 희생할 정도로 가치가 있느냐고.

로스쿨을 도입한 사법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의 배출이다. 그런데 헌재와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입법목적이 로스쿨이라는 수단의 보호와 법조인 배출 규모의 통제 외에 훌륭한 법조인 양성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주는지 의구심이 든다. 오탈제를 비롯해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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