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예견대로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에서 시급히 다뤄야 할 민생 현안은 산적한 데 여야가 강대강 대치만 고집하는 양상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11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것에 맞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 소집에 협조한 우 의장이 편파적 의사진행과 의사일정 작성으로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로 인해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유례없는 극단적 대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양측은 의회 정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치킨 게임을 방불케 하는 사생결단의 정치적 자행으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와 운영위 등 주요 11개 상임위를 독차지하고 특검법안과 쟁점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상임위 보이콧과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로 응수하고 있다. 여당의 태도 변화 없이 남은 상임위원장도 일방적으로 선출하겠다는 민주당의 강경 태도는 4년 전 민심의 역풍을 맞은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을 드러낸다.
국회의 상임위원회 배분과 관련된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기존의 관례와 불문율을 무시한 민주당의 독단적 행동 때문이다. 그간의 관례에 따라 1당은 국회의장을, 2당은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은 운영위원장을 맡아왔다. 이러한 분배의 관례는 의회 운영에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자신들의 독재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면허로 착각하며, 국회의 관례와 균형을 파괴하며 ‘법’ 우선을 외치며 일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소수당일 때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을 무력화시킨 것도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국회법대로”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뻔뻔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장 먼저 전격 가동한 것은 법사위원장직을 돌려달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쐐기를 박는 한편, 쟁점 법안의 처리 관문을 틀어쥔 채로 특검법을 통해 윤 대통령을 겨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전날 과방위 간사 선임을 마친 데 이어, 역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소위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런 행동은 이재명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이재명을 위한 국회 1인 독재’와 다를 바 없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위한 원 구성 독식, 당헌 개정, 특검법 추진을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마치 공산국가의 전체주의 정당을 연상시킨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는 정치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저버리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국회의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일방적 행위는 단지 의회 내 다수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모든 결정에 자유롭게 남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정치적 독재와 다름없는 행태로 비칠 뿐만 아니라, 국회의 신뢰성 및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국회는 당파적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회의 정상화와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여야 간의 타협과 협력을 통해 의회를 운영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국회에서의 오만과 독주를 멈추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