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흐, 카잘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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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흐, 카잘스, 그리고…
  • 최용성
  • 승인 2024.06.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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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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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음악이 있다. 세상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저마다 고유의 음악이 있고, 당연히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음악 전통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음악들 대부분은 유럽에서 발전한 음악, 특히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완성한 평균율(한 옥타브를 순수 자연배음을 고려하지 않고 균일하게 등분하는 조율방식을 말한다. 순정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체계를 따른다. 바로 이 점에서 진정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이고, 지금도 대다수는 그의 영향 아래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고, 듣고 있다. 서양 클래식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체계에 터 잡아 고전파와 낭만파 시대에 조성음악 체계를 완성하였고, 이것은 반음계주의, 무조음악, 음렬주의 등등의 다양한 변주를 낳아 지금 우리가 듣는 여러 가지 음악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서양 클래식 음악은 다수 음악의 출발점이자 시원(始原)이기 때문에―비록 지금은 소수 애호가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지만―늘 돌아가 이해하고 연구하고 감상할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이고, 그 출발점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있는 것. 바흐는 고용주인 교회를 위한 음악을 넘어서 엄청난 수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그게 모두 위대한 걸작들이다. 그래서 악성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독일어로 시내, 개울, 도랑이라는 뜻을 가진 바흐를 가리켜 냇물이 아니라 바다라고 극찬하였던 것.

이처럼 대단한 바흐도 잊힌 적이 있다(바흐의 아들 중 적어도 세 사람이 뛰어난 작곡가로 유명하였는데, 그중 칼 필립 엠마뉘엘 바흐는 위대한 혁신적 작곡가로 당대에는 아버지 바흐보다 더 높이 칭송받았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음악의 시대가 오면서 바흐의 곡은 좀처럼 연주되지 않았다. 지금은 종교음악의 최대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마태수난곡>도 1729년 실패한 초연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는데, 이 걸작을 어둠에서 건져 세상에 알린 사람은 위대한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이다. 당시 20대였던 멘델스존은 악보를 발굴해 1829년 직접 지휘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멘델스존은 바흐 르네상스를 이룬 공헌으로도 음악사에 큰 흔적을 남긴다.

바흐의 음악 중 가장 사랑받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경우에는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첼로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 1973. 또는 Pau Casals i Defilló)가 진지하게 이 악보를 해석하여 연주회에 자주 올리고 역사상 첫 녹음을 남기면서 비로소 이 곡은 첼로의 구약성서(그럼, 신약성서는? 바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에 비유되는 불멸의 전당에 오른다. 그 결과 지금은 수많은 첼리스트가 연주하고 녹음하는 데 있어 으뜸가는 첼로 레퍼토리가 되었다.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 첼로 모음곡 녹음은 옛 녹음이라 음질이 열악하지만, 연주는 전혀 광채를 잃지 않고 있다. 카잘스의 바흐 해석은 틀에 박힌 느낌이 없고, 자유분방하면서도 깊이 있는 낭만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어 후대 연주를 압도하는 대체 불가능한 불멸성을 얻었다.

파블로 카잘스의 위대함은 뛰어난 연주 실력에만 있지 않다. 카잘스는 스페인 내 소수민족인 카탈루냐 사람이다(파우 카잘스라고도 불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가 산 시대는 프랑코의 군사쿠데타로 촉발된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극우 독재로 이어지는 스페인 역사의 암흑기와 겹친다. 프랑코의 독재에 저항한 그의 자유 정신은 이러한 부정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는 어두운 시대를 사는 예술가의 태도를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은 곧 나에 대한 모욕입니다. 예술가라고 해서 인권이라는 것의 의미가 일반 사람들보다 덜 중요할까요? 예술가라는 사실이 인간의 의무로부터 그를 면제시켜 줍니까? 오히려 예술가는 특별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유와 자유로운 탐구, 바로 그것이 창조력의 핵심입니다.”(앨버트 칸 엮음/김병화 옮김,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한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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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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