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증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경제 부활론과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론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참 어려운 국가다. 많은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 그리고 잠재력은 일정 정도 국력 상승 가능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높은 대외경제 의존이 발목을 잡는다. 민간은 가난하고 정부가 부유한 구조는 경제순환을 어렵게 한다. 이런 중국이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나도 많다. 미국의 보호주의정책, 서방국가들의 제재 같은 대외변수, 침체된 부동산시장과 AI로 대표되는 성장동력의 대내변수 등등.
이런 다양한 요인에서 중국의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는 중국 정부다.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운영의 성패는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국가(대표적으로 미국)들은 정부가 일종의 신호수 역할을 하고, 사회와 경제를 작동시키는 전차는 시장과 민간 영역이 맡는다. 즉 사회라는 전차를 운영하는 동력이 시장에서 나온다. 개인의 이익 창출의 동기와 치열한 경쟁구조는 다윈의 적자생존 법칙을 끌어들여 사회를 일종의 전쟁터와 같이 만든다. 즉 살아남는 자와 살아남지 못하는 자로 구분 짓는다. 살아남는 자 중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구축하는 자와 이를 추종하는 자로 다시 한번 사회를 구획한다. 이 과정은 국가 간 폭력 투쟁보다도 더 잔혹하고 비장하다. 생사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앞으로 나간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국가들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신호수이면서 심판이다. 시장에서 직접 무엇을 만들기보다, 규칙을 만들어 전차들이 얽히지 않게 한다. 한 행위자가 독점하여 체제를 교란하는 것을 처벌하고, 사회가 정당하다고 최소한으로 믿을 정도만큼의 평등한 규칙을 부여한다. 그래서 미국 같은 국가에서는 구글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시장 영역에서 창의적인 이들이 높은 임금을 받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시장을 규율하는 정부는 가장 유능한 이들의 관심을 덜 받는다.
하지만 새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후발 국가들에서는 국가가 신호수 역할만 하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의 먼저 치고 나간 상인들과 경쟁할 세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독일과 일본은 정부가 자본을 모아 특정 산업을 육성하였다. 즉 국가가 스스로 경제발전의 전차 역할을 한 것이다. 축구로 비유하면 박지성이 감독도 하고 직접 선수로 운동장에서 뛰기도 한다.
이런 후발 국가들의 특성을 이어받는 국가들이 1960년대와 1990년대 시기별로 도열해있다. 1950년대에서 60년대에는 NICs 라고 불린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있었다. 이들 국가는 발전국가라는 특징을 가지고 세계 경제에서 빠른 성장을 구축했다. ‘기업가적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와 성장전략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제도구축’과 ‘자율성(autonomy: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정도)’과 유능함을 겸비한 국가 관료제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발전국가론으로 정리가 된 이들 국가의 전략을 모방하는 1990년대 후후발 주자들인 중국과 베트남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특징을 강조한다. 특히 국가의 계획 합리성에 기초한 성장전략을 내세운다.
그런데 1980년대 발전국가론이 불러온 논쟁처럼 한 국가의 성장은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 모두에 기인한다. 1970년대 환경문제가 제기된 선진국들이 중화학공업이란 제조업을 포기하면서 한국과 대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이와 유사하게 내적인 요인에서도 역사적인 요인 자체도 중요하다. 한국이나 대만은 식민지 지배를 받고 해방되면서 ‘과대 성장국가’를 물려받았다. 즉 사회보다 관료조직이 거대했다. 그런데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군대 조직과 행정조직이 더욱 거대해졌다. 게다가 전쟁이 안 끝났으니 국가조직은 사회와 절연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국가(정부)를 살펴보는 것은 다른 나라와는 또 다른 의미다. 공산당이 정치와 경제 모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가 하나의 희망이 되려면 기업가적 비전을 가진 지도자, 시장을 불러올 수 있는 제도구축, 자율성이 높고 유능한 관료제도를 가져야 한다. 중국에서 최고 권력은 공산당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장 유능한 이들 중 일부는 공산당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공산당이라는 권력 경쟁이 없는 1당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공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유능함을 최대한 발휘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보다 더 문제는 공산당 최고 지도자가 기업가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다. 만약 14억 명의 국가가 한 사람에게 의지하는데 이 사람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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