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0여 년 전 로스쿨 초기 기수들이 법조계로 진출할 시기에, 기자는 본란에서 법원과 법무부를 향해 ‘세금을 축낸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순수 국고로 사법연수생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굳이 로스쿨 출신들에게 판사, 검사를 일정 수를 할당해 선발하고 또 1년간 별도의 교육을 운영하는 데에 따른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솔직히 수긍하는 논리”라면서도 “그렇다고 새로운 제도를 마냥 뒷전으로 제쳐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고 얼버무렸다.
과거 사법시험에서 언젠가부터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로스쿨 도입 직전 제도 도입과정에서의 전략적 목적으로 소급 공개하긴 했지만). 학교 간 지나친 경쟁의식 도발과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여타 국가고시, 자격시험 등에서도 유사한 이유를 들어 비공개로 전환해 왔다. 특히 제도 출범 초기,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조차도 비공개하자 타 시험 등에서도 비공개로 전환했다(물론 여기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비공개 권고도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단체가 회원 관리 등에서의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냈고 결국 법무부가 패소하면서 수년 전부터 다시 공개하고 있다. 우습게도 이를 따라 하던 다른 각종 시험에서는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말 금년도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기본통계를 공개했고 내용은 전체 기수별 합격 현황과 로스쿨별 제13회 변호사시험 응시자와 합격자 현황이었다. 최근 본지가 이를 토대로 응시자 대비 로스쿨별 합격률을 기사화하자 일부 독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자신의 모교 로스쿨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매우 낮지만, 초시 합격률은 꽤 높다며 여러 다각적인 구성의 기사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들이었다. 또한 로스쿨 관계자들을 통해서는 타 로스쿨의 초시 합격률이 어떠한지에 대한 문의도 제법 받았다.
여러 이유로 기자는 법무부에 이번 합격자 중 13기 출신들의 응시자와 합격자 현황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불합격한 응시자의 세부 정보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공개됨으로써 개인정보 침해나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고, 로스쿨 간의 과도한 서열화 및 기수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다”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해 역시 기자는 같은 내용의 자료를 요청했고 비슷한 이유로 거부됐다. 실제 법무부가 11회까지 공개하던 자료에 따르면, 예컨대 앞선 기수 중에서, 즉 A 로스쿨 3기 중 2명이 응시, 이 중 1명이 합격하면 나머지 불합격자 1명은 특정될 수 있는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반박이었다. 대신, ‘합격률이 평균 70%대에 달하는 초시(12기) 응시자 대비 합격 인원은 특정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라는 기자의 반론에 법무부는 12기 합격자 현황을 제공했다.
법무부는 제1회 변호사시험부터 비슷한 이유로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 3월, 제6회 시험에서의 로스쿨별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무부가 패하자, 제1회~7회까지 로스쿨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이어 기수별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누적 합격률 등도 공개했다.
당시 법무부는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명분 외에 합격률 공시 여부가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이며, 학교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로스쿨 지원 및 평가 시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미국·일본의 경우도 공개하고 있고, 여러 기관 및 단체의 의견조회 결과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 다수라는 점 등을 공개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내용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변호사시험 누리집에 지금도 게재돼 있다.
그럼에도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수년 전의 해괴한 잣대를 들어 다시금 비공개를 고수한다는 게 과연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맞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의 진정한 안착을 위하고 양질의 법조인 양성을 원한다면, 로스쿨을 온실의 꽃으로만 키울 것이 아니라 비바람을 이겨내는 야생화로 키워야 한다. 경쟁 없이는 생존도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