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경력직 이직을 목적으로 한 구직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지인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반대로 지인들이 내 의견을 물어오기도 한다. 2년 전 현재의 회사로 오기 전 비교적 폭넓은 잡 서치를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이 회사를 옮긴다고 하여 업계 자체는 잘 모른다는 전제로 내 생각을 알려주기도 했다.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기
잡 서치의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제일 먼저 할 것은 왜 지금 직장을 옮기려고 하는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근무 조건을 개선하거나 보다 관심 있는 분야로 업무 내용을 바꾸는 때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현재의 직장에 계속 근무할 여건이 안 되어 당장 절실하게 잡 서치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업계는 다르지만, 판단을 신뢰하는 친구와의 긴 통화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내 상황을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그리고 친구의 질문에 답하면서 내가 왜 직장을 옮기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어서이다.
좋은 파트너를 찾기
내 경험도 그렇지만 주변을 봐도 경력직 미국 변호사들은 90% 이상이 리크루터의 도움을 받아 직장을 옮긴다. 잡 서치에 꼭 한 명의 리크루터와만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너무 수를 늘리는 것도 의미가 없지만, 두세 명과 동시에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지금까지 몇몇 리크루터에게 도움을 받았고 직장을 옮기고 난 후에도 종종 연락하여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반면 좋지 않은 경험을 한 경우도 꽤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리크루터의 고객은 채용사이지만, 이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지원 전까지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연락이 오다가 아마도 채용사에서 흥미를 표현하지 않자 업데이트를 부탁해도 아예 답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의 연락은 제때 해주는 리크루터와 일하려고 한다. 물론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았다고 해도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원하는 바, 채용 회사 측의 인재상을 리크루터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리서치
최근 회사를 옮기면서 로펌뿐 아니라 인하우스 법무 부문에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옮기겠다는 마음으로 폭넓은 잡 서치를 했다. 그중 몇 군데는 면접이 진행되어 새삼스럽게 내가 로펌이 아닌 일반 회사의 면접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중 한 회사는 면접 과정이 독특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기회를 소개해 준 리크루터가 자세한 정보와 예시 질문 리스트를 보내주어 그 내용을 숙지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 내용을 읽어보고 지원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추리는 작업을 했다. 한편, 내가 면접관의 위치에 있으면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읽어보고 온 면접자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면접 전에 리서치를 하지 않은 것이 요즘 분위기인가 싶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내 ‘스펙’은 지금 당장 뭘 해서 바꾸기 어렵지만, 사전 조사를 통해 지원하는 회사와 자리, 면접하는 사람들에게 알아보는 것은 성실함과 그 기회에 관한 관심을 표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스토리의 중요성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채용 오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적으로, 우리가 이러한 인재를 채용하려 하는데 이 후보자는 이래서 적합하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한편, 나쁘지는 않으나 채용을 내부적으로 제안할 정도의 설득력은 부족한 인재라고 느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좋은 스토리를 지원자가 제공한다면 채용 담당 직원들의 일은 그만큼 수월해지고 기꺼이 채용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잡 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미리, 사실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