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 노르웨이와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5월 28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 시작된 하마스의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두 국가론’을 지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두 개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두 국가론’은 이미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양측이 합의한 방안이다. 그런데 왜 30년 전 방안을 다시 꺼내 드는 것인가?
이유는 명확하다. 양측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얼마나 마음에 안 드는지는 오슬로 협정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상호 간 무력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국가론은 1937년 영국이 팔레스타인의 현지 조사 후 처음 제안한 방안이다. 당시 영국은 이 지역의 위임통치를 맡고 있었지만, 원죄가 있었다. 1차 대전에서 유대인의 금전적 도움도 필요(1917년 벨푸어 선언)하고, 오스만 튀르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의 도움도 필요(1915년 후세인-맥마흔 서한)했다. 모두에게 국가건설을 약속했지만 정작 프랑스와 1차 대전 이후 영토를 나누기로 합의(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했던 영국으로서는 이 지역을 유대 국가와 아랍국가로 분리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보았다.
1947년 UN이 제시한 방안도 두 국가론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유대인의 국가와 팔레스타인의 국가를 건설하는 두 국가론이 타당하다. 전제는 양자가 원하는 합의점을 찾았을 때이다. 그런데 영국이 최초 제안부터 거의 9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타협점을 못 찾고 있다. 그만큼 디테일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은 내전(civil war)의 교과서(textbook) 그 자체다. 내전은 종교나 종족분쟁 두 가지 때문에 발생한다. 유대교와 유대인 그리고 이슬람과 아랍인이 이들 분쟁원인이다. 게다가 내전은 국가 간 전쟁보다 오랫동안 싸운다. 전쟁이 평균 3달 정도 싸운다면 내전은 6년이 걸린다. 종교와 종족분쟁이 인정 투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양보도 궁극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인정으로 인식하면, 절대적 승리 외에 답은 없다.
내전 연구자들은 제시하는 내전이 오래가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힘의 관계가 변동할 여지가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47년 UN이 제시한 두 국가 안을 거부했는데, 유대인과 공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력이 약해진 지금은 두 국가방안을 지지한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1947년 UN 안을 받아들였지만, 군사력이 강력해진 현재는 자신들의 조건을 따를 때만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둘째, 내전은 주변 국가를 빨아들인다. 아랍지역에서 이집트와 요르단만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끝냈다. 이란과 시리아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신성한 땅에서 몰아내고자 한다. 국제전화는 이해당사자들을 늘린다. 주변 국가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당사자 간 타협 가능성이 약해진다. 시아파의 종주국이자 지역 패권국을 자처하는 이란이 사태를 통제하려고 한다.
셋째, 나누기 어려운 주제(Indivisibility)를 가지면 분쟁은 장기화한다. 만약 두 사람이 한 개의 그림을 가지기 원한다고 그림을 둘로 나누면 그림의 가치는 사라진다. 이와 유사하게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그래서 예루살렘 문제만도 빠듯하다.
그런데 두 국가론이 타협을 보려면 가자 지구문제와 서안지구 문제, 그리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문제,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문제 등에서 합의해야 한다. 만약 이런 합의가 없이 두 나라로 분리해서 국가로 인정한들 이 주제들로 다시 싸울 것이 명확하다. 1차 대전 종결 후 폴란드가 독립하면서 내륙국가인 폴란드에 단지히 항구를 부여하기 위해 승전국가들은 독일 영토를 가르는 단지히 회랑을 만들었다. 독일 땅이 두 개로 갈린 것을 보는 독일인들은 다시는 전쟁에 패배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 않았겠는가!
평화구축은 어려운 일이다. 140개나 되는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고, UN은 ‘비회원옵서버 국가’ 지위를 부여해 팔레스타인의 정당성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의 도발을 통한 국제사회의 관심 획득전략을 인정한다면 국가 승인이 반드시 정의로운 결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타협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무력 충돌이 재개되지 않는 타협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
참고: 1977년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에서는 민족해방운동의 경우 내전이 아니라 국가간 전쟁으로 규정하였다. 국제법적으로 이스라엘와 팔레스타인 간에는 전쟁인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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