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 구분건물의 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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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 구분건물의 점유
  • 이용훈
  • 승인 2024.05.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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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차량 정기검사가 있어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날, 지하철 이동 중 외식업체의 ‘폐업률’ 기사를 보았다. 고물가시대 식재료 가격 상승에다 인건비도 치솟아 자영업자로서는 감내할 여력이 없다는 것. 특히 쌈밥집이 외식업 전체 평균을 웃돌게 문을 닫았는데, 쌈 야채를 줄일 수 없어서다. 쌈밥을 메뉴판에서 지우든지, 제육쌈밥을 제육덮밥으로 살짝 바꾸든지. 그렇지 않으면 쌈과 고기가 한 몸인 쌈밥집은 버틸 재간이 없다.

골프특수를 맞는 4,5월에, 유독 결합상품 홍보가 잦다. 1박2일 상품은, 골프 2회에 조식 1회로 구성돼 있다. 둘째 날 라운딩 시간이 일러 이틀 그린피에 조식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아침밥 챙겨먹지 않는 골퍼로서는 불필요한 지출이다. 불평이 많아지면 조식 뺀 패키지가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라운딩과 식사의 결합이 불가분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의 이혼 관련 규정은 강행규정인데, 현대에 이르러선 힘을 못 쓴다. 결혼은, 사람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생겼다. 예수는 ‘신이 짝지어 준 것을 나눌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이혼증서’가 통용됐다. 이혼 이력은 한 동안 불명예 낙인이었다. 그 후 ‘그럴 수도 있지’까지는 꽤 오래 걸렸는데, 초고속으로 ‘그게 뭐 어때서’의 인식 변화를 맞았다. 결혼을 통한 남녀의 결합, 불가분 관계로 묶기에 너무 멀리 왔다.

집합건물, 구분소유 건물로 눈을 돌려 보면, 건물과 대지는 불가분 관계다. 집합건물에는 아파트, 다세대 등의 공동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구분소유 건물 1개호는 집합건물 내 특정 건물부분(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대지지분)이 결합돼 있다.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함께 등기돼 있고 이 둘을 분리해 처분할 수 없다. 그래서 불가분 관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종종 건물의 소유자가 대지사용권을 갖지 못한다. 이 때 구분건물은 대지를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전유부분과 결합되지 않은 대지부분을 건물이 점유하고 있을 때 부당이득반환의 문제가 개입한다. 이 경우, 어떤 사유로 둘의 결합이 깨지고 남남이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건물이 남의 땅을 무단 사용하고 있으므로, 부당이득은 해당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가리킨다. 1개호 외에 다른 호수도 대지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부당이득의 범위는 대지사용권이 없는 구분소유 건물 1개호의 전유면적에 비례해 정상적으로 등기됐어야 할 대지지분에 한정된다. 당연히 사용료는 그 대지지분의 가격을 기초로 형성된다. 문제는 그 대지지분의 가격이다. 구분소유 건물 1개호의 건물부분이 1층일 때와 지하층일 때 대지지분의 가격이 동일한지 다른 지다.

그동안 감정평가업계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불가분관계의 건물부분과 대지사용권의 가치를 일괄로 평가한 후 건물부분과 대지사용권의 가치로 안분했는데, 안분비율과 면적에 차이가 없어도 층·위치별 일괄 평가한 금액이 다르므로 1층과 지하층의 대지사용권 가치가 다르다는 논리다. 토지사용료를 산출할 때, 집합건물의 대지사용권 기초가액은 층별·위치별 효용이 반영된 상태의 해당 대지사용권의 가격을 구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판례는 딴판이다. 그 핵심에 ‘관념적 점유’가 있다.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대지에 대한 점유는 현실적인 점유가 아니라 구분건물의 소유를 매개로 한 관념적인 점유로서 그 점유에 따른 사용이익은 구분소유건물의 실제 이용가치에 상관없이 구분소유물건의 면적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1층과 지하층의 건물부분 면적이 같다면, 토지점유에 따른 부당이득 곧 사용료는 동일하다는 논리다.

결국, 감정평가업계는 대지사용권의 교환가치에 방점을 찍어 사용료를 추계해야 한다는 논리고 판례는 사용가치에 요율을 곱하라고 한다. 건물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인데, 이렇게 불가분 관계가 파괴되고 나니, 쌍방의 논리가 충돌하게 됐다. 관념적 점유의 논리가 사용료 산출할 때만 한정적으로 해석된다면, 층·위치별로 대지사용권의 교환가치를 달리 보는 현행 평가기준을 크게 흔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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