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09년 3월, 전국 25개 대학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운영한 지 15년을 맞이한 2023년 10월 현재, 2014학년도 신입생 선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로스쿨은 우수한 교수와 시설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사회 적재적소에 필요한 다양한 법조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대신, 광복 이후 조선변호사시험, 고등고시 사법과에 이어 1963년부터 시행된 사법시험은 54년간 59회 시행을 끝으로 2017년 12월 31일자로 폐지됐다.
암기 중심의 일회성 선발과 획일적인 사법연수원 교육과 패거리와도 같은 기수 문화를 폐하고 또 대학의 학과 학문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법조인에 도전하면서 오는 대학교육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더해 백면서생으로 법전만 익히는 방식으로는 국제화·세계화에 걸맞은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사법시험 제도든, 로스쿨 제도든, 법학을 익혀 법률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어느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판갈이를 한번 해 볼 것인지, 선택의 결과물이었을 뿐이겠지만 사법시험 측은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로스쿨 측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로써 결을 달리한다며 맞서고 있다. 전자 측은 오히려 “고학력과 고비용만 부추길 뿐, 사법시험보다 좋아진 게 하나도 없다”며 맹공을 퍼붓고, 후자 측은 “로스쿨을 통해 다양한 법조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고비용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전형 선발 및 폭넓은 장학금 수혜”를 내건다. 그럼에도 △연수원 기수 문화 탈피에 따른 법조계 카르텔 완화 △변호사업계의 자율 경쟁 강화와 이에 따른 대국민 사법서비스 향상과 같은 ‘로스쿨 결과론’에는 전자 측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법학 35학점 이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그 외엔 어떻게 공부하든 합격하느냐 마느냐는 오롯이 개인적 영역과 역량에 달렸던 사법시험 제도. 초중고대라는 통상 16년의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3년의 로스쿨을 나와야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로스쿨 제도. 일본처럼 예비시험도 없는 데다 자율성이 강한 로스쿨 원조 미국과 달리 전국 25개 대학 총정원 2천 명에 묶어 그들만의 카르텔을 용인하는 한국형 로스쿨 제도. 독특해다 해야 할지, 희한하다 해야 할진 몰라도 2023년 10월 현재, 사법시험은 폐지됐고 로스쿨은 15돌을 맞았다.
기자는 15세가 된 로스쿨 제도를 살펴보려 지난 5~7월에 5회에 걸쳐 15년간 로스쿨 입학생들의 나이, 전공, 성별, 출신대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또 8~10월에는 12년간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출신로스쿨 현황을 3회에 걸쳐 연재했다. 정량적 요소로 로스쿨 입구와 출구를 살펴본 셈이다. 그 결과, 올해는 입학생 중 사회계열 출신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처음으로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섰고, 처음으로 25세 이하가 절반을 넘어섰고, 처음으로 SKY대학(서고연) 출신이 53%를 넘어섰다. 또 전공계열은 25색으로 특징이 뚜렷했다.
이를 요약하자면, 특정 계열, 특정 연령대, 특정 대학 쏠림이 있었고 학업수월성과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위해 학생 선발에서 전략적 접근들이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분석을 통해서는 과연 ‘양질’의 ‘교육’을 통해 변호사를 배출한 것인지, 아니면 ‘더 우수한 학생’ 선발을 통해 ‘득템’으로 변호사를 배출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존 대학 서열이 재현되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서울 소재 로스쿨은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지방 소재 로스쿨은 지역인재할당제라는 족쇄까지 차며 ‘교육을 통한 새로운 법조인 양성’이라는 새로운 제도에서 한판 뒤집기를 하기엔 여전히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로스쿨엔 20대 초반, 여성, 사회·인문·상경계열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그 이면엔 재수 이상의 ‘로스쿨 낭인’이 누적하는 데다 반수(半修)마저 유행한다. 자교·법학 66.7% 이상 금지, 7% 특별전형, 15% 지역인재 쿼터에 이어 이젠 20대 50%, 여성 50%, 각 계열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추가 규제마저 필요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위적 다양성의 병폐인 듯하다.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도 “같은 법학을 가르치는데 천지개벽하지 않고서야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않겠나!”라며 과거 법과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쓴소리 또한 적지 않다.
“로스쿨은 다양한 기재로써 우리 사회 법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아직은 15살의 미성년이지만 곧 5년 이내 성인(건실한 제도)으로 성장하도록 자긍심, 사명감으로 임하겠다” 이는 지난 5월 26일 열린 ‘로스쿨 15주년’ 기념식에서 이상경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이 밝힌 다짐과 포부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도입했지만, 그 논란이 계속되는 로스쿨 제도. 그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기왕 도입한 것) 좀 더 이른 시일 내에 좀 더 건실한 제도로 성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