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Venture)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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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Venture)와의 만남
  • 한상영
  • 승인 2006.09.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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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 dyream@chol.com

 

           
지금으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일이다. 내가 처음 벤처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새한종합금융 주식회사 증권부에서 일하면서 부터였다.

 

그 당시 증권부에서 근무하면서 채권(Bond)과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기업들이 채권발행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관련하여 새한종합금융(주)가 채권발행의 주간사 역할을 하였는데, 내가 그 주간사업무와 관련되는 실무를 담당하였다.

 

또한 이외에도 유통시장측면에서 채권의 딜링(dealing)업무를 하기도 하였는데, 채권딜링업무는 시장금리의 변동을 잘 예측하여야 하는 일이었다. 즉,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 채권가격이 하락하므로( 장래에 높은 시장금리만큼의 수익률을 채권 보유자에게 보장하려면 현재의 채권의 취득가격이 그 만큼 낮아져야 함, 즉 현재의 채권가격이 하락함) 채권을 매입해 놓았다가, 역으로 장래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올라가므로, 이때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여 당초의 취득가격과 장래의 매각 가격과의 차이를 매매차익(Capital Gain)으로서 획득하는 업무였다.

 

이와 같이 회사채발행 주선업무와 채권 딜링 업무가 내가 증권부에서 처리하던 주된 업무였는데, 부수업무로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가 회사의 자기자금을 가지고 창업투자조합에 투자했던 출자지분을 관리하는 일이 있었다.

 

창업투자조합은 회사형태가 아니라 조합형태였기 때문에 투자자(조합원)에게 주권을 발행하지 않고, 출자지분으로서 출자증서를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교부하였다. 이 출자증서도 증권거래법 제2조에 규정한 “유가증권”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내가 일하던 증권부에서 관리하였던 것이다.

 

새한종합금융(주)는 창업투자조합에 자금을 출자한 조합원으로서, 조합이 좋은 벤처기업에 창업자금을 지원하여 향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감독할 입장에 있었다. 창업투자조합은 1년마다 돌아오는 결산기에 그동안의 투자현황과 수익달성 실적을 조합원들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한번은 내가 새한종합금융(주)의 대리인으로서 조합 결산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조합결산회의는 유명 중국식당에서 열렸는데, 나오는 음식을 대접받으면서 조합의 운영성과를 따지고 들만한 분위기가 못되었다. 조합운영과 투자업무를 주관하는 업무집행조합원측에서 투자성과가 별로 좋지 않아 일반 조합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기미가 역력한 회의였다.

 

사실 일반조합원들은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해 놓은 벤처기업의 자세한 현황과 미래전망을 잘 모른 상태에서 업무집행조합원만을 신뢰하여 자금을 투자해 놓은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창업투자조합과 관련하여 업무집행조합원과 일반조합원 사이에 대리와 관련되는 분쟁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후 이러한 벤처산업은 IMF이후 1998년경 김대중 정부가 중소기업육성책을 실시함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벤처기업과 관련하여서는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이 제정되어 벤처기업의 성립요건과 육성책을 규정하였고,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과 관련하여서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벤처기업에 투자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창업투자회사에 대하여, “여신신전문금융업법”이 융자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신기술금융회사”에 대하여 각각 규정하였다.

 

이 당시 벤처붐은 일반국민들에게 열풍처럼 몰아쳤다. 벤처투자로부터 일확천금을 노리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묻지마”투자가 유행이었다. 물론 합리적인 판단 없이 분위기에 편승한 벤처열풍은 2001년도부터 그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다. 그 당시 나는 다니던 직장을 명예퇴직하고, 방향을 전환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어서 이러한 벤처바람으로부터 한발 비켜 서 있는 입장이었다.

 

벤처와 처음 관련을 맺은 지가 어느새 10년도 지난 지금, 법조인이 되어 다시 벤처를 만나게 되었다. 2000년경의 벤처 투자자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이 결성한 투자조합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투자손실을 보게 되자, 벤처캐피탈이나  벤처투자 권유자를 상대로 투자금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많아졌다.

 

벤처투자로 인해 손실을 본 피해자가 원고가 되어 당시 벤처투자를 권유한 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는데, 나에게 사건수임을 의뢰한 자는 투자권유자로서 이 소송의 피고가 된 자였다. 내가 과거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때는 투자자의 입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입장에서 투자를 권유한 자를 위하여 변호하여야만 하였다.

 

나의 사건 의뢰인은 직접 벤처캐피탈이나 업무집행조합원의 지위에 있는 자가 아니어서 벤처투자손실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었고, 벤처투자라는 것이 본질상 주식투자로서 손실위험을 수인하는 자기책임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의뢰인을 변호하기로 하고 사건을 수임하였다.

 

벤처기업은 흔히 IT나 Bio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많이 생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이들 산업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나 평가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벤처캐피탈 자체나 창업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조합에 출자한 벤처캐피탈이 업무집행조합원이 됨: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1조)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그동안의 우리 벤처역사가 그렇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미국의 경우는 조합이 아니라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회사)형태로 투자펀드를 구성하여 소규모의 출자자들이 모두 주체가 되어 투자펀드를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신뢰의 문제나 대리의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의 벤처캐피탈이나 창업투자조합의 형태도 이러한 LLC의 형태로 발전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벤처의 변화와 더불어, 나와 벤처와의 만남도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지 자못 기대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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