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4)-첫 번째 직업과 두 번째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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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4)-첫 번째 직업과 두 번째 직업
  • 박준연
  • 승인 2023.09.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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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뉴욕에서 로스쿨을 졸업할 무렵, 내 짧은 인터뷰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소개되었다. 요컨대 당시 외교부의 일부 인사 조처가 전현직 외교부 간부의 자녀에게 불공평한 특혜를 주었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내게 온 인터뷰 질문은 수석으로 외교부에 입부했지만, 유학 휴직 1년을 허가받지 못해서 외교부를 사직한 상황에서 유학 휴직을 허가받은 외교부 선배와 비교하면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느끼는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서면(이메일)으로나마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억울하거나 분한 마음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외교부를 사직하게 된 배경을 기록으로 남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규정상 2년간 가능했던 미국 연수를 1년 휴직을 추가해서 3년 과정인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려고 한 이유는, 이왕 가는 해외 연수를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개인적인 욕심뿐 아니라 조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비싼 로스쿨 학비는 운이 좋게 혜택을 받게 된 장학금으로 해결되어, 1년간의 유학 휴직만 가능하게 되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시험을 마친 후 외교부로 복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내에서 유학 휴직을 허가받기가 쉽지 않았고, 로스쿨을 1년 입학 연기까지 해서 기다렸다가 결국 어렵게 사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때 친했던 선배가 그런 경위를 자세하게 사직서에 적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심한 나는 혹시 사표를 수리하는 인사팀 실무 직원에게 폐가 될까 해서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침 로스쿨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인터뷰 요청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메일을 통해 비록 나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외교부를 사직하게 되었지만, 더욱 나은 인재가 되어 외교부와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썼다.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을 당시에는 뉴욕에 있어서 시청하지 못했고 비교적 최근에 방송 다시 보기로 시청을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내가 누구누구의 딸이나 친지였다면 뉴욕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후 외무공무원으로서 일을 계속했을지, 그것이 지금보다 더 성공적인 삶이었을지 지금의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는 그때그때 신중하게 최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100% 책임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와 함께, 지금의 두 번째 직업은 첫 번째 직업을 포기하고 얻은 기회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견강부회인지는 몰라도 태어나서 자란 나라, 자격증을 받은 나라, 업무를 하는 나라가 다 다른 가운데 하는 변호사 업무는 본국과 주재국을 아우르는 외교관의 업무의 성격과 완전히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짧은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했다. 법률저널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외무고시 합격기를 쓰면서, 아니 그 전에 선배들의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부터였는데 직업을 바꾸고 나서도 이렇게 지면을 허락받고 있다. 업무 경력이 쌓이고 자신감이 늘어가는 만큼 잘하는 건가 하는 조바심이 들 때도 많고 그때마다 고시 공부할 때 “멘탈이 나가지 않기 위해” 반복했던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내가 이렇게 불안하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생각을 할 거고, 그렇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존버’라는 인터넷 속어가 없었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존버’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로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조금씩 다르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은 처지에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격려를 보냅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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