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꾸라지’가 판치는 세상
상태바
[기자의 눈] ‘꾸라지’가 판치는 세상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8.03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법꾸라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법률 지식을 악용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처벌을 피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法’과 ‘미꾸라지’의 합성어로 법의 허점을 잘 알고 잘 피해 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의 신조어인 셈이다.

법피아. 우리말 사전에는 공식 등록되지 않은 단어지만 ‘퇴직한 법원,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전관예우를 받거나 공공기관의 고위공무원에 임명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라고 포털 등에서는 표현하고 있다.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라고 우리말샘에서는 풀이한다. 국립국어원에서 누구든 참여해 함께 만드는 우리말 사전이 ‘우리말샘’이고 보면 표준어는 아니어도 엄연한 우리말은 맞다. 법꾸라지, 법피아가 부도덕한 법조인 개개인을 일컫는다면 법비는 그러한 무리에 대한 사회 일반이 내리는 낙인이라고 할 것이다.

기자의 기억엔 법꾸라지, 법비는 정통적이고 선행적 신조어라면 법피아는, 간헐적으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다 생성된 신조어-퇴직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정계나 금융권 산하 따위의 주요 보직에 임명돼 이권을 챙기는-‘관피아’의 후속, 아류로 생성된 듯하다. 그런데도 법피아는 꽤 주변에서 오르내린다.

여기에 더해 ‘사법 카르텔’이란 용어도 등장한다. 카르텔이란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 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시장 독점의 연합 형태를 일컫는다. 법조계가 신규법조인 배출 축소, 최저 수임료 담합, 비리 법조인 상호 무마 등 소극적 행위들을 통해 그들만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비꼰 말이다. 법꾸라지, 법피아, 법비, 사법카르텔… 우리 사회엔 이미 너무나 귀에 익은 단어들이다. 법조인은 가장 광범위한 업역과 권위를 갖기에, 또 그 직역에 진입하고자 쏟아부은 노력을 높게 평가하기에, 그들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신뢰가 크다. 그래서 그들의 불의에 대한 각종 비판적 신조어들은 그만큼 상징성을 담으며 대표성을 갖는지도 모를 일이다.

의료, 정치, 공직, 공공기관, 학교, 대학 등등 수많은 직역, 분야, 기관에서 자격과 지위와 직위를 이용한 비리가 사회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넘어 심지어 조직 존립을 위해서도 스스럼없이 ‘꾸라지’가 되고 ‘피아’가 돼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거대한 이익형성에 몰입한다. 국민이 부여한 자격과 지위와 권위가 사적 이익에 혈안 될 때, 그 결과는 파헤쳐지고 무너지고 빠지고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간다는 것을 각종 사고, 사건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법과 원칙! 현 정부 역시 출범과 동시에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평생을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한 이가 대통령이 된 데다가 곳곳에 검사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대는 기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조인이, 공직자가 되고자, 의료인이, 교사·교수가, 전문자격사가,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자 머리를 싸매고 수험서와 씨름하는 미래세대들에 ‘법과 원칙’은 올바른 직업상을 각인시키는 기재가 되는 법이다.

‘법과 원칙’마저 이현령비현령이 돼 천덕스런 ‘꾸라지’가 될 때, 법과 메스 등은 사람을 해치는 도구가 되기 마련이다. 그에 앞서 법과 원칙 또한 올바른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이 분리된 이치이기도 하다. 이 또한 청년들이 배워나가야 할 덕목이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습서 PDF 불법 복제가 판을 친다고 한다. 권리와 의무를 배우는 예비법조인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함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법서 출판계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죽하면 고소까지 할까 싶다. ‘로꾸라지’ ‘예비 법꾸라지’는 되지 말았으면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