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1)-‘오탈, 실패 후 나를 찾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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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1)-‘오탈, 실패 후 나를 찾는 여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7.1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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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오탈, 실패 후 나를 찾는 여정>

시에스타(필명)

1. 로스쿨 생활

로스쿨에 입학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한 번도 실패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입시나 각종 자격증도 수월하게 해냈고, 로스쿨 입시도 같이 준비하던 친구들과 달리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모두 큰 도움 없이 독학으로 해냈고 그래서 로스쿨 생활, 그리고 변호사시험도 전과 같이 준비하면 되겠거니, 더군다나 법대 출신이라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다고 믿은 것이 큰 패착이었습니다.

같이 입학한 동기들이 열심히 동영상 강의를 보고 각종 문제를 풀 때 저는 두꺼운 기본서를 잡고 학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스쿨 생활과 변호사시험이 고시, 즉 수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성적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쳤고 유급에 졸시도 불합격하면서 몸과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간신히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몇 년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2. N시 생활

몇 년간 우울증약도 복용하고 가족들의 격려로 정신을 차려보니 4시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제야 막연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 큰 시험을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다는 것,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누군가와 함께 공부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너무 무서웠지만 오탈자가 되는 것이 더 무서웠기에 용기를 내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습니다. 같은 공부를 하는 친구들과 밤낮으로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200점이 넘게 점수를 향상시켰지만 합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수로 5시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3. 불합격 이후

불합격 이후 패인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패인은 너무 오만했던 것, 나 자신을 잘 몰랐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들어온 친구들, 사법고시 실패와 같이 몇번의 고배 끝에 로스쿨에 입학한 친구들은 선배, 동기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반면 저는 고시라는 것을 우습게 보고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겠거니, 5번 안에 붙을 수 있으려니 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고 독불장군 같은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방법을 강구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변호사시험과 같은 고시는 채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범인인 저로서는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수험으로 지식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이 늘 같은 속도로, 환경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에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번 기회 안에 시험 합격을 해내라고 법으로 압박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소지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4. 앞으로의 계획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매일매일 되새기고 있습니다. 오탈을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상상만 해도 끔찍했는데, 신기하게도 밥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재밌고 우스운 것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법조계와 관련없이 잘 살아가고 세상은 잘 돌아갑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도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은 때때로 찾아옵니다. 하지만 지난 십년간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잘 모를만큼 피폐하게 살았기 때문에 남은 인생 동안은 그것을 찾는 데 몰두하려 합니다.

수험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가장 큰 수확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시험은 제 인생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제 일부에 불과하기에 저는 앞으로도 ‘나’를 찾는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

5. 마치며

오탈 후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고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사랑샘 재단과 오윤덕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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