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로스쿨 법안,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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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로스쿨 법안, 어디로 가나?
  • 법률저널
  • 승인 2006.09.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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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토론카페에서 찬·반 열띤 토론
인터넷 설문조사 로스쿨 반대 92%

 

로스쿨 법안이 9월 국회에서도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EBS 토론카페에서 ‘표류하는 로스쿨 법안,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95분 동안 열띤 토론이 벌어져 수험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술평론가 김주환씨의 사회로 기존 토론 프로그램의 통념을 깨고 즐거운 토론쇼를 표방하고 있는 EBS 토론카페는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왔다.


토론에는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김창록 교수가 로스쿨을 시급히 도입하자는 측으로 나섰고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과 강용석 변호사가 로스쿨 도입 반대입장으로 참석했다.

 

로스쿨에 대한 인식 차


양 측은 토론 초반부터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지금 시점이 로스쿨 도입 논의의 시작점인지 도착점인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정부에서 로스쿨 법안을 만들어 제출한 지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를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 사학법 처리를 안 해주면 로스쿨 통과를 안 해주겠다는 입장 때문에 국회에서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빨리 토론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지금이 시작 단계인데 정부가 이미 시안을 정해 놓고 로스쿨 도입을 기정사실화 해 버렸”고 이로 인해 “대학이 선투자를 해서 수천억 투자가 이미 돼 있고 로스쿨 인가 받는데 유리하다는 이유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과잉투자를 한 측면이 있다”고 정부의 조급함을 비판했다.


이런 주호영 의원의 주장에 김창록 교수는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1995년부터 법률가 양성을 위한 여러 가지 안 중 로스쿨안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임을 강조하며 논의 과정에서의 상대적 우위가 입증된 결과라고 거듭 언급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에서도 찬성을 했고, 행정부에서도 찬성을 했고, 법학에서도 찬성했고 시민단체에서도 찬성했고 대한 변호사 협회에서도 신년사에서 사회적 합의가 끝났으니까 올해의 과제는 로스쿨 도입을 잘 시키는 것이다”고 밝혔다며 지난 10년간 논의 속에서 로스쿨 도입에 대해선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 있는데 국회만 합의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질


현행 연수원제도와 로스쿨 3년 과정의 교육의 질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김창록 교수는 로스쿨 3년이 지금보다 훨씬 질적으로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스쿨 입학생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의 불성실함을 두고 보지 않음으로써 학습의 질이 현저히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주호영 의원은 현행 제도를 옹호했다. 주 의원은 “로스쿨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로스쿨 3년 과정을 거친 사람이 지금 법대 4년에 연수원 2년을 거친 사람보다 낫지 않다고 인정한다”며 김 교수의 논리를 반박했다.


강용석 변호사도 “미국에서 시험 보는 법이 과목수가 한국보다 적다. 배우는 내용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적다. 세 개 합쳐봤자 민법 총칙 물권 채권 총칙 채권 강론, 불법 행위 다 합쳐 놓은 것 보다 훨씬 적다. 그걸 로스쿨1 학년 때 가르치고 2학년 3학년 가면 공부 안 한다. 3학년 말에 로펌에 인턴으로 취직하고 나면 그 다음에 끝이다. 2, 3학년에 공부를 안 하는데 어떻게 로스쿨 3년에 공부를 더 많이 가르친다고 하실 수 있냐”며 자신의 미국 로스쿨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쿨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주장했다.

 

도입 취지


로스쿨 도입 취지에서도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강용석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실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실무 교육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는 반면 김창록 교수는 경쟁력 있는 변호사 만들기에 덧붙여 법학교육 정상화를 강조했다. 


김교수는 법률가의 자질은 판례와 통설 등을 외우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게 아니라며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그 중에서 법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재구성하고 사회적 요인에 의해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며 로스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로스쿨로 국제화 시대에 어울리는 법조인이 양성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강용석 변호사는 국제 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영어라며 우리나라 법을 로스쿨에서 배우는 것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병호 의원은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는 국가 우월주의 지위를 인정한 국가주의 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런 제도적인 맹점이 법조인의 시각을 협소하게 만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 로스쿨에 대한 평가 문제와 로스쿨 정원 문제, 로스쿨 학비 문제 등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날 토론에는 많은 방청객이 참여해 질의와 주장으로 토론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서울대학교 법대에 재학중인 서보람 씨는 로스쿨 도입논의가 지지부진해져 사법시험에 뛰어들어야 할지 로스쿨을 더 두고봐야할 지 고민이라며 어떻게든 결정이 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결국 로스쿨이 되면 경제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불합리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티로스쿨 운영자 오영만씨도 로스쿨이 직업의 자유 침해, 교육 받을 자유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고 서민 자녀는 법조인 진출을 어렵게 한다며 로스쿨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95분의 토론으로도 결국 로스쿨 도입에 대한 결론을 나오지 않았다. 문병호 의원과 김창록 교수는 현 제도보다 한 단계 앞선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 법률가 양성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고 촉구했다. 주호영 의원은 “우리나라에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실패한 제도가 너무 많다”며 “로스쿨 추진하는 사람들이 근거 없이 국민들에게 이 제도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다고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용석 변호사도 “당장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고 로스쿨 도입이 꼭 필요하다면 일본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하는게 적절”하다라며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인터넷 투표 반대 92%


토론을 시청한 시청자들도 로스쿨 도입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 투표를 통해 피력했다. 160명이 참여한 로스쿨 도입 찬·반 투표에서 147명이 압도적으로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다. 게시판에서도 로스쿨 토론의 여파가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강용석 변호사의 열정적인 토론에 자신의 생각이 약간 흔들렸다며 로스쿨 도입 반대쪽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강 변호사가 토론 중에 “미국의 로스쿨에 가보지 못해서”, “구세대라서”, “사법연수원을 가보지 못해서” 등등의 표현이 이어진 것에 대해 상대를 존중하는 토론의 자세가 미흡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시청자들도 로스쿨이 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우려했고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고 물으며 로스쿨 도입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반대로 또 다른 시청자는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이 배출이 기대된다며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기도 했다.


토론자와 시청자들의 팽팽한 의견 교환이 이어졌으나 결론의 실마리는 국회가 갖고 있다. 하지만 9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지금도 로스쿨 통과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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