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공감이 진행했던 사건 중 구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65호로 개정되고, 2019. 11. 26. 법률 제166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하 구 건설근로자법) 제14조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종국 결정이 있었습니다.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습니다.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무실은 이주민센터 동행으로부터 베트남인 당사자분 A씨를 소개받고 A씨의 사건을 연계 받았습니다. A씨의 남편인 망인은 2011. 4.월 경부터 한국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하며 아내인 A씨와 그 슬하의 자녀 두 명의 생활비를 보내주다, 2019. 9. 25. 터널 건설공사 현장에서 무개화차 사이에 머리가 끼는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소중한 한 생명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 이 사고는. 2019년 한 해에만 무려 855 건의 일터에서의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그런지 몰라도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 건설공사’ 현장 사망사고”라는 단신으로 일부 언론에서만 보도되었습니다. 망인의 사망 이후 베트남인 당사자 분 A씨는 망인의 퇴직금을 받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설근로자의 경우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퇴직 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습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제도는 다른 근로자의 퇴직금제도와 유사하지만 건설근로자가 1년 이상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퇴직금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건설근로자법상의 ‘퇴직공제’라 함은 사업주가 고용기간이 1년 미만인 건설근로자를 피공제자로 하여 건설근로자공제회에 공제부금을 납부하고 그 피공제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하는 등의 경우에 공제회가 피공제자(건설근로자)나 그 유족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선언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인 구 건설근로자법 제14조 제2항은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의 범위에서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즉 베트남에서 살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A씨는 남편의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을 대한민국 국민인 유족 또는 국내거주 외국인 유족과 달리 취급하여,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의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입니다. 헌법재판소도 바로 이 점을 이유로 해당 조항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2020헌바471)으로 2020년부터 멈춰있었던 A씨의 퇴직공제금 청구 민사소송은 재개되었습니다.
구 건설근로자법 제14조 제2항이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을 제외하게 된 배경은, 해당 조항이 퇴직공제금을 지급받는 유족의 범위를 규정하기 위하여 준용(인용)한 산재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 범위 규정이 바뀌면서입니다. 위헌 심판 대상이 되었던 법률은 2019년 11월 개정되어, 2019년 11월 이후에는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여도 퇴직공제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별 뜻 없이 이루어진 법개정이 A씨에게는 큰 피해를 주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를 찾아가지 못한 A씨 이전의 많은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아섰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많은 법률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A씨와 같은 외국인을 차별합니다. 차별은 구 건설근로자법 제14조 제2항의 경우와 같이 법조항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소극적인 무성의함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고 그보다 더 적극적인 차별적 인식을 바탕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공감은 어느 쪽이든 앞으로도 찾아내고 다투고 바꾸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3년 4월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