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민항기 시장 진출 : 중국을 이해하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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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민항기 시장 진출 : 중국을 이해하는 지표
  • 신희섭
  • 승인 2023.06.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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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5월 28일. 중국이 역사적인 비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제작한 ‘중국산’ 민간 여객기가 승객을 태우고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중국적 스케일로 홍보했다. 상해 홍콩 공항에서 이륙한 동방항공의 C919기는 북경 수도 공항에 착륙했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중국이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보잉사나 프랑스의 에어버스사로 양분된 민간항공기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생긴 것이다. 수치상으로 벌써 1,000대나 주문을 받은 중국산 항공기는 미래 항공기 시장에 도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중국은 과점시장인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100% 불가능하다”는 아니지만 꽤나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국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의 항공기 시장 진입과 도전 가능성은 국제관계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적나라한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2006년 시작한 중국의 민간항공기 사업이 우여곡절을 거쳐 드디어 비행기를 운행하는데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 미쓰비시도 민간항공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조엔을 쓰고도 사업을 접었다. 비행기 개발과 운행, 인증과 판매라는 모든 과정을 따졌을 때 답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두 국가의 차이가 있다. 일본은 미쓰비시라는 민간회사가 했다. 중국은 중국 국영기업이 사업을 추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비민주주의체제의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적인 사업으로 결심하고 밀어붙이면 20년, 30년 버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중국 해군에서 도련선 계획을 짠 것이 1980년대 초반이다. 중국해군이 연안해군일 때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앙정부가 바뀔 일이 없고, 시장 적자 따위는 전혀 상관없다.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못 먹어도 고!”다.

항공기 시장은 전략적 무역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즉 과점 시장이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피 터지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다른 국가나 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경험의 경제’를 따라올 수 없다. 많이 팔아야 연구개발비를 뽑을 수 있는데, 신생 회사 비행기를 누가 사겠는가! 많이 만들어야 기술 노하우를 익히면서 잘 나가는 회사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려면 누가 사 줘야 경험의 경제가 생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민영 회사들은 쉽게 뛰어들 수 없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항공산업 육성을 기획하고 민영 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이런 시장에 전혀 다른 패를 가진 비민주주의 중국이 뛰어든 것이다.

비민주주의 중국은 몇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판매처와 운영할 회사를 정할 수 있다. 중국 정부 눈치를 보고 중국 민간 항공사들이 실제 1,000대나 사전 주문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전이 생명인 민간항공기 시장에서 물건도 안 보고 주문하는 것은 항공 회사를 접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중국은 기술을 가져오는 데 인정사정 없다. 기술자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해 빼가기를 한다. 비밀리에 기술을 도용하거나 해킹하기도 한다. 실제 항공기 제작 관련해 해킹에 따른 제재도 있었다. 목적이 수단을 앞서는 비민주주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데 문제점도 이 체제의 성격에 있다. 비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내부적 기준과 외부적 기준이 우선 문제다. 중국산 항공기는 중국에서는 비행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안전성 인증을 주지 않았다. 애국심이든 정부의 권유든 중국 인민들은 중국산 항공기에 탑승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다른 국가 여행객들이 과연 이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할까! 항공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항공기를 구매할까!

더 큰 문제는 이 항공기에서 중요한 부품들이 미국산이라는 점이다. 엔진, 통신항법체계, 기체 합금, 제동과 착륙체계가 모두 미국과 서구 국가들의 부품이다. 착륙을 위한 랜딩 기어를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들었지만 내구성이 받쳐주지 못해 미국산으로 바꾼 사례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중요 부품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비행기 자체가 미국의 제재에 극단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공급을 중단하면 유지 보수 뿐 아니라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두 가지가 중국에 대해 말해준다. 첫째, 중국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다음 단계의 성장에 어려움이 많다. 둘째, 중국 정부가 쌍순환론 등으로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민주주의 국가가 보여줄 수 있는 정부의 높은 자율성과 낮은 신뢰성 문제를 중국 항공기는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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