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13)-‘대법관 변호사 개업’ 당장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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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13)-‘대법관 변호사 개업’ 당장 금지해야!
  • 강신업
  • 승인 2023.06.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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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해외에는 ‘전관예우’라는 말 자체가 없다. 우선 우리와 사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전관예우가 없다. 영국은 일단 판사로 임용될 때 판사직은 평생이니까 퇴직 후에 변호사를 할 수 없다는 걸 임용조건으로 내세운다. 아일랜드는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 등에 대한 소송대리를 영구 제한한다. 홍콩도 상고심 법관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이 영구 금지된다. 싱가포르도 상급법원 판사는 3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면 모든 법원에서 소송대리가 영구 제한된다. 다 중국에서 퇴직 법관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옛 동료들과의 ‘꽌시(연줄)’를 악용해 공정한 사법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비난 여론이 일부 존재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전관예우’에 해당하는 용어 자체가 없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전관 변호사의 개업 자체를 규제하거나 개업 후 법원 절차와 관련된 소송대리를 강하게 규제한다. 전관예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관예우가 고질적인 병폐다. 규제도 너무 허술하다. 가히 전관의 천국이다. 심지어 대법관조차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걸 당연시 한다. 대법관 전관에 대한 법원의 대우는 각별하다. 법률수요자인 국민의 대다수가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수임하면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심리불속행(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민사·가사·특허 사건의 원심판결이 상고심을 제기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대법원이 본안 심리 이전에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처분이다) 기각률이 다른 사건에 비해 현저히 낮다. 비단 대법관뿐 아니다.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가 수임된 사건은 수사단계에서부터 특별하게 취급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우 어려운 처지에 몰린 재판 당사자나 수사피의자는 많은 돈을 주고서도 고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직 법관이나 검사에게 전면적·영구적인 변호사 개업 제한을 해야 한다. 우선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최고위직 판검사부터 도입하고, 고위 판검사의 로펌 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전관들의 수임 제한 기간을 대폭 늘리고 최종근무지가 아니라 퇴직 5년 이내 근무했던 모든 법원·검찰청을 기준으로 수임을 금지해야 한다. 일반 법관들의 경우 개업을 허용하는 것 자체는 허용하되 소송대리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1단계로 개업을 제한하고, 개업한 때에는 2단계로 특정한 소송대리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판검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원천 분리해서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차단해야 한다.

한편 법원의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법관 등 고위직 판검사의 개업을 막는 대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연금을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는 ‘기회비용’과 품위 유지 문제를 고려하면 연금 외에 별도의 예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공익활동하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종신직 대법관 가운데 퇴임 희망자에게 판례를 연구하게 하는 영국의 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 퇴임 대법관들을 고등법원의 조정위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전관들의 전직 인맥을 이용한 수임·변론 활동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 국회는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을 막고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법원 자신도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전관예우를 타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원이 공정성을 잃으면 삼권분립의 최후 보루가 무너지고 나라 전체가 부패와 무질서가 판치게 된다.

대법관 변호사 개업을 막는 것은 절대 어렵지 않다. 변호사법만 바꾸어서 ‘대법관을 지낸 자는 변호사 개업 신청을 할 수 없다’라는 문구 하나만 집어넣어도 해결된다. 정부와 국회가 정말로 민생을 위한다면 전관예우를 철폐하기 위한 법을 즉각 발의하고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전관예우 철폐법’이야말로 진정한 민생 입법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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